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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소장 Sep 20. 2023

질문하고 상상하는 역사.인문학

옥소장의 역사, 그 시작 

 ‘궁금함의 크기만큼 기억할 수 있다’라는 말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그 문장을 듣고 난 후 감동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달려온 이유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딱 이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에게 역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을 알고 싶어 하게된 공부, 스스로 필요에 의해 시작한 공부는 그동안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저에게 선물해 주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죠. 사회적 알람에 맞추어 대학에 가고 대졸자에게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학습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첫 사회 생활은 그렇게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교육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걸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에 괴로웠습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거야 라는 말에 순응하며 가슴 속에서 외치는 소리들은 조용히 혼자 삭혀 두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역사가 제 삶을 달라지게 했습니다.  ‘엄마를 위한 우리 역사’라는 수업은 역사에 대한 편견을 깨준 수업이었습니다. 사회의 안전과 우리라는 소통을 위한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사라니, 세종대왕에 대해 위대한 왕이라는, 업적이 많고 가장 유명하다는 것 이외의 것은,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처음으로 역사를 의심하고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종대왕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 사건을 겪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떤 일들을 겪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역사책에 서술된 이외의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사실보다 세종의 질문과 생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외워야 한다고 하니 알아야 한다고 하니 했던 공부가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서 시작된 공부는 힘들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고 시간을 쪼개는 경험을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하게 되었죠.   

 

 어린 시절, 엄마는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는, 한 맺힌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하지도 않은 정보들을 넣었던 기억, 10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오면 기뻐하시던 부모님을 위해 공부했던 기억, 시험이 끝나면 사라지던 기억, 그러나 시험도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닌 순수하게 궁금해서 알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고, 그렇게 저는 제가 알게 된 이 사실들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력 역사 강사로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사회를 구성하는 지성인으로서 알아야 하는 역사가 아니라 궁금해서 찾아보는 역사, 질문하는 역사 상상하는 역사, 역사라는 도구를 이용한 사고력 확장,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어떤 상상을 할 것인가? 사고력 확장이라는 표현도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죠. 분명 필요한 과정이지만 이 부분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그러다 상상일기라는 키워드를 찾아 냈습니다. 가장 쉽게 떠올려 보는 상상, 만약 나라면?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인물이 궁금한가? 를 고민하던 중 조선시대 왕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네이버 블로그에 왕의 일기라는 상상일기를 연재하게 되었고 좋은 반응을 얻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상일기 쓰기 프로젝트 (나도 작가다)를 오픈하게 되었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로 만들어진 조선시대 왕과 신하들 이라는 오프라인 수업도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선 시대 전반적인 흐름과 질문, 상상을 위한  조선시대 왕의 일기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런 원인으로 이런 사건이 있었고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적인 이야기보다 왕이 했었을 것 같은 생각들을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적어본다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느끼고 공감이 되면서 질문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제가 이런 이야기를 쓰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사람들이 들어줄까? 공감해줄까? 


 하지만 궁금해서 시작한 공부, 궁금해서 찾아본 역사, 삶을 변하게 한 역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금의 세상을 있게 한 과거의 사건들과 사람들의 선택에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면 앞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조금 더 지혜롭게 살게 되는데, 어떤 선택을 하는 것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용기 내어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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