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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인연

한평책빵 <사랑의 영토> in 이루리북스

by 윈디

내가 좋아하는 책,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누군가 그 책을 만나는 풍경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내가 운영하는 책방 공간이 없어지고 다른 공간의 협력으로 프로그램 활동만 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이 있었다. 아쉬운대로 책을 건네는 즐거움을 알라딘 중고책방으로 대신 만족했다. 책에 짧은 메모를 포스트잇에 남겨 책과 함께 보내는 <책으로 보내는 편지>로.

그러나 이제 다시, 진짜 한 평이 생겼다.


이루리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시사인 지면을 통해서다.

시사인 <그림의 영토> 글을 읽으며 만난 100여 권의 그림책과 그래픽노블로 2016년 5월 어린이날 행사를 했고, 아이들 독서수업도 그 책들을 이용해서 했다.

직접 운영하는 책방이 있다는 것을 알고

2016년 여름 진관동에 있던 프레드릭 책방(현 이루리북스)을 찾아갔다.

당시 어린이 독서수업을 불광동성당에서 하고 있었던 나는 그 수업을 책방에서도 하고 싶었다. 여건이 될지 몰라 한 번 찾아가서 인사드렸다. 그다지 넓지 않은 한 공간에 출판사 사무실과 같이 쓰고 있어서 여의치 않았다.


그렇지만 인연은 계속 되었다. 어린이 날 행사로 한평책빵 프로그램을 빛내주었고

은평, 삼송 모두 함께 했던 추억에 더해 논현의 첫 강연모임도 이루리 작가님이었다.

내가 활동했던 모든 곳에 전부 오시곤 했는데, 공덕역에 책방이 있는 분이 아닌가?

2월 1일 논현에서의 첫 강연이 끝난 후 이루리작가님의 제안도 마음 속에 새겨두었다.

해외전시를 자주 다니는 이루리작가님을 드디어 4월 7일 2시에 만나고 왔다.


내 한평책방이 생겼다. 진짜 한 평 이다.

한평의 도서를 진열할 수 있고 판매도 할 수 있으며 맘껏 쓰라고 했다.

레벤은 수사님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낮시간에 활용하고, 저녁에는 이루리북스 한평책방으로 할 수 있으니 참 잘됐다. <사랑의 영토>를 다시 일궈야겠다.

56711222_2774801675893906_6444585920703234048_n.jpg <사랑의 영토>에 있었던 메리 올리버의 시집


2016년 여름, 책방 프레드릭을 찾아 함께 하고 싶었던 바람이 2025년 더 필요한 때 이루어졌다.

내 공간이 없어지자 더 큰 우리의 공간이 생긴다.

행복도 불행도 서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된다는 신비를 겪는다.

지나온 추억이 이어지는 삶이라는 보물이 더욱 소중하다.



20250408_112011.png 한평책빵이 은평에 있을 때 이루리작가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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