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던 순례의 기록
여행철학자들에 의하면 여행의 본질은 자신, 진정한 자아(true self)에로의 회귀라고 한다. 헷세(Hesse)의 씽클레어가 고통스러운 청춘의 고뇌를 통해 알(거짓된 자아)을 깨고 나와 진정한 자아, 데미안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스위스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여행작가 니콜라스 부비에(Nicolas Bouvier:‘The Way of the World’(1963))가 그중의 하나이다. 그는 1960년대와 70년대 유럽히피들의 ‘위대한 동진’(great eastward) 무브먼트를 대표한다. 1967년에 초판 된 그의 [일본연대기] (Chronique Japonaise)는 제네바를 출발 실론을 거쳐 일본까지 이어진 그의 동진 여행기로 여행 작가로서의 그의 존재를 확고히 해준 작품이다. 그런 그가 작고하기 4년 전(1994년)에는 제주도를 탐방한 여행담 ‘한라산의 길’(Les Chemins du Halla-san)을 출간하기도 하였는데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해 내용이 매우 궁금하기도 하다.
[부비에]에 의하면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여행은 곧 증명해 주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 여행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얼마 지나지 않고부터는 여행 자체가 자신을 끌고 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힘 때문일까? 길을 나서는 것이 어렵지 일단 한 번 나서게 되면 그가 걷고 있는 그 길이 자신을 이끌고 간다는 것일까?
[나는 걷는다](1,2,3, 끝 편), 까미노 산티아고를 걸은 후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실크로드 12,000 km를 발로 걸으면서 쓴 네 권의 여행서를 출판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담한 은퇴기자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ivier) - ‘나는 여행하고, 나는 걷는다. 왜냐하면, 한쪽 손이, 아니 그 보다 알 수 없을 만큼 신비한 한 번의 호흡이 등 뒤에서 나를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는 걷는다] 3편 중).
까미노길 나헤라(Najera)로 들어가는 초입 밀공장 담벼락 밑에서는 어느 가톨릭 수사가 써놓은 다음과 같은 글이 순례자들의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순례자여 누가 당신을 불렀는가? 어떤 신비한 힘이 당신을 이 먼지와 바람과 태양과 비의 순례길로 이끌었는가?’
다시 [베르나르 올리비에]: ‘내게 있어 길을 떠남은 길 위에서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홀연히 이르게 되는 이름 없는 시골마을 한 구석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거나,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을 일들을 나 자신이 하거나 생각한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걷는다] 2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