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ay구매하기 버튼이 오해를 유도한다고?
오늘 아침 한 기사를 읽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92&aid=0002122301
녹색소비자연대가 네이버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N페이가 UI를 통해 독과점을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그들의 비판 포인트는 요약하면 2가지다.
주문서상에서 간편결제에 비해 일반결제를 너무 숨겨놨다
구매하기 버튼에 'Npay구매하기'라는 레이블을 붙여서 Npay밖에 못쓰는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
이 기사는 그런 녹소연의 주장에 대한 기자의 생각이 담겨 있는데 첫번째는 자사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타사와 비교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두번째 지적은 타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결제쪽을 조금 더 안다면 녹소연도 이 기자도 굉장히 큰 오해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양쪽 다 페이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보인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이해하는 페이서비스에 대해서 신용카드 중심으로 설명해보고자한다.
첫번째 지적에 등장하는 자사 간편결제만 쓰게하는 쇼핑몰과 그렇지 않고 다수의 페이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쇼핑몰은 무슨 차이가 있는걸까?
이걸 알려면 카드결제의 단계를 먼저 알아야한다.
카드 결제라는 과정은 쇼핑몰의 주문서에서 시작하여 인증-승인-매입 이라는 총 4가지 단계를 거친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증은 카드가 유효한지 보는 최초의 정보입력이고, 승인이란 PG또는 VAN사를 통해 카드발급사에 정보를 전달해서 카드사용을 전달하고 카드한도를 차감하는 과정이고, 매입이란 승인된 금액을 VAN사를 통해서 카드매입사로 전달하는 확정 과정이다. 자세하게 설명하면 복잡해지니까 이 정도로만 이해해도 된다.
여기서 기본적인 플레이어는 각 카드사에 결제를 하겠다고 요청한 쇼핑몰 가맹점, 승인또는 매입을 대신 해주는 PG또는 VAN사, 그리고 카드사가 된다.
이렇게 잘 정리되어오던 세계에 PAY서비스가 등장한다. 그리고 페이서비스는 저 세가지 방식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조합하여 구성한다. 인증만 제공하는 페이도 있고 PG업무를 포함하여 인증, 승인, 매입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Npay처럼 주문서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정리하면 이런 조합이 가능하다.
인증
인증, 승인
인증, 승인, 매입
주문서, 인증, 승인, 매입
제일 첫단계의 '인증'이란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유효한지 확인하는 단계다. 이 인증이라는 단계가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결제지만 사실 인증절차만으로는 아무런 결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결제'라고 생각하는 그 화면은 각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인증모듈이다. 기본 인증모듈에는 사람이 카드번호를 입력하는거라면 페이서비스가 대신 해주는 일은 카드번호를 대신 입력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우린 그 과정을 '간편결제'라고 부른다.
여기서 혼동되는 것은 누가 카드번호를 저장하느냐인데 사실 카드번호는 오로지 카드사만이 저장하고 있다. 카드사에서 손으로 누르는 일반모듈을 제공하듯 '토큰모듈'도 제공한다. 그리고 이게 바로 대부분의 간편결제의 근간이 된다.
결론적으로 민감한 16자리 카드번호는 카드사 토근 인증 모듈을 통해 토큰코드로만 치환되며 간편결제 제공사는 이 토큰코드를 회원 ID와 매핑하여 저장한다.
그래서 결제시점에 로그인된 상태에서 앱의 여러가지 인증방식(비번, 지문, 홍채)을 통해 아이디를 인증하면 토큰번호를 카드사에 전달하여 사용할 카드가 무엇인지 대신 지정해주는 것이다.바로 여기까지가 간편결제와 대부분의 페이서비스의 대외적 역할이다.
이런 구조로 쇼핑몰이 직접 자사 간편결제 구축도 가능하고, 제3의 간편결제 서비스 회사의 인증모듈을 연동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자가 선택한다고 생각한다면 하수다. 이용자는 주어진 옵션에서만 선택이 가능하기에 결국 판을 짜는 쪽이 인증모듈을 제한하여 제안한다.
그리고 인증이 끝나기 전까지는 인증모듈의 혼합이 가능하다. 때문에 간편결제를 선택하는 동선은 두가지다.
주문서-간편결제 인증 선택
주문서-카드사인증모듈(일반결제)-간편결제인증선택
간편결제는 인증만 제공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간편결제도 있을 수 있고 외부의 페이를 얼마든지 추가제공할 수도 있다.
위의 캡쳐에서 좌측은 쇼핑몰이 주문서에서 여러개의 간편결제 모듈을 연결해놓은 것이고, 오른쪽은 카드사 인증모듈에서 카드사의 오래된 간편결제인 SMS 인증방법과 외부의 페이 간편결제를 동시에 제공하는 모습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주권을 가지려면 주문서를 가지거나, 카드사가 되어야 한다.
자, 그러면 이제 결제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고객이 귀찮은 건 다 끝났지만, 사실 카드의 한도는 조금도 차감되지 않았다.
VAN사의 역할은 승인과 매입데이터를 카드사로 전달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PG는 깍두기다. 가맹사와 VAN사 또는 가맹사와 카드사 사이에 존재하며 계약에 따라 여러 형태가 가능하다. 그리고 결제인증모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의 편의를 위해 이용하는 것이지 필수는 아니라는 뜻이다.(단, 에스크로 서비스가 필수인 중개사업자몰의 경우에는 도입이 법적 필수긴하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법적인 것일뿐. 위수탁사업자나 직매입사업자는 비필수)
이 경우의 수도 PG가 제공가능한 서비스 조합도 구분하면 이렇게 가능하다.
카드인증모듈, 승인대행
승인대행
승인대행, 매입대행
카드인증모듈, 승인대행, 매입대행
자, PG를 쓰냐 안쓰냐를 구분하는 쉬운 방법은 PG제공하는 통합 카드인증모듈을 쓰느냐와 결제 후에 문자가 쇼핑몰명이 아닌 PG사명으로 왔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
PG가 모든 것을 대행하는 경우 청구할인과 무이자할부같이 카드사와 계약을 통해 진행하는 모든 서비스를 쇼핑몰 대신에 PG사가 대행한다. 대형 쇼핑몰은 자사가 PG사와 협의하여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한다면 소규모 소호는 PG사에 가입만하면 PG에서 일괄로 행사를 제공한다.
그리고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깨달았겠지만 PG사와 페이서비스사가 제공하는 범위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러다보니 페이코처럼 PG사를 가진 회사에서도 페이서비스를 시작한 경우도 있다.
자 이렇게 인증이 끝나고 PG또는 VAN사를 통해 승인데이터와 매입데이터를 카드사로 보내면 실제 카드 결제는 끝이 난다.
이제 배경지식을 충분히 쌓았으니 녹소연과 기자의 지적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주문서상에서 간편결제에 비해 일반결제를 너무 숨겨놨다
구매하기 버튼에 'Npay구매하기'라는 레이블을 붙여서 Npay밖에 못쓰는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
N페이의 서비스를 비판하는 목적이 네이버의 가격비교와 간편결제 서비스의 연관성에 의한 독과점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기사에서는 가격비교와 N페이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어렵다고는 했지만 실제 N페이서비스를 이해하진 못했다. 실제로 따져보면 가격비교에 들어간 모든 상품에 N페이가 붙어있는 것은 아니고 붙어있는 경우도 2가지로 나뉜다.
주문형 : 네이버의 회원정보와 배송지정보까지 이용하여 주문서 자체를 제공하는 경우
결제형 : N페이를 선택했을 경우에 한해 간편결제 인증과 승인, 매입을 대행하는 경우
위의 구분으로 보자면 주문형은 주문서 자체를 제공하므로 페이서비스의 형태를 띤 중개몰 오픈마켓 서비스에 가깝다. 그리고 결재형의 경우도 단순 인증이 아닌 PG의 역할을 대행하는 것까지 확장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N페이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아니다. 간편결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open ID 통합 결제 솔루션에 가깝다.
이미 N페이가 제공하는 주문서에 진입한 순간부터 이미 모든 것은 N페이다. 그것이 일반결제라고 불리는 카드사 모듈을 선택하고 또 그 안에 연결된 타사의 페이서비스를 연결한다고 해도 결국 승인 문자는 '네이버페이'로 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구매버튼을 'N페이 구매하기'로 해놓아서 일반결제가 안되는 것으로 혼동을 준다는 말은 어떻게 들리는가? 오로지 '페이=간편결제' 라는 잘못된 전제조건때문에 오해를 했을 뿐이다. 그 버튼의 목적지는 N페이로 간 건이 맞다. 다른 주문서를 이용하려면 다른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어야 한다.
첫번째 지적은 어떤가. N페이가 제공하는 주문서애서 일반결제를 숨겨놓아서 잘못했다는 주장은 주문서 소유주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는 것이다. 주문서는 공공재가 아니기에 수수료를 줘가면서 타사 간편결제를 붙여줄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니까 N페이 입장에서 이 기사를 본다면 그저 어이가 없을 것같다.
그럼에도 이런 지적이 나오고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이미 N페이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색-가격비교-간편결제로 이어지는 동선은 쇼핑몰들을 단순히 소싱업체로 전락시켜버릴만큼 강력하고 무섭다. 게다가 결제 데이터가 모이는 것은 결국 개개인을 판단할 빅데이터 수집이라는 빅픽쳐가 기다리고 있다. 모든 쇼핑몰이 원하는 바로 그 이상향으로 가는 중이다.
게다가 나는 카드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페이라는 이름으로 계좌송금이나 체크카드로도 외연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게 바로 핀테크의 무서움인 것 같다.
이 글을 보면서 네이버가 이렇게 잘하는구나 끄덕끄덕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만큼 고객은 결제의 과정에 무지하다는 것도 눈치채야한다. 결제할 때 고객의 목표는 오로지 구매대상에 있다. 그 구매대상을 빠르고 편하게 구매하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할 뿐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 복잡한 페이싸움은 구매 동선의 싸움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핀테크와 이커머스에서 UX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아파진다.
UX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환경을 좀 냉철하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독과점 가능성의 녹소연의 항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괴물과 대결할 만한 고객 동선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소비자를 위하는 일이 되고 온라인 유통 다양성에도 도움되는 일이 아닐까.
*첨언 : PG를 깍두기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너무 역할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던데요. 우선 관계 업종에서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시각이 들어가있는 것이니 모두의 생각과 다를 수는 있습니다.
제가 PG없이 없이 굴러가는 쇼핑몰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이 평가의 1차적 이유이고, 우리나라보다 간편결제 시스템이 발달한 중국은 VAN이나 PG가 없습니다. VAN과 PG가 시장을 꽉 채운 발달된 한국의 구조가 도리어 대규모 핀테크 사업발전을 지연시키고 분산화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 2차적 이유입니다.
현업업무자에게 통합대금이나 PG가 주는 혜택이 유용해보이더라도 자사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자사의 결제부분에 대한 자체발전에는 상당한 제약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통합솔루션이 가지는 양면성이겠죠.
게다가 온라인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VAN과 PG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있죠. 오프라인만 신경쓰던 VAN이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문제는 쇼핑몰처럼 PG사가 벌크에 의한 저가 수수료 경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UX와 개발, 운영의 관점은 다릅니다. PG가 더이상 서비스적으로 최종 이용자에게 주는 경험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면 올드한 핀테크 사업이 되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 글은 PG 역할에 대한 논쟁을 유도 하려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래서 앞으로 어떤 방식의 결제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냐가 중요해보입니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PG사나 VAN사도 없이 다이렉트로 카드사와 수수료없이 통신하게 될 날도 금방 오지 않을까요?:)
*첨언2. 그리고 저는 그저 열심히 쇼핑몰 구축 및 운영을 해온 보통의 UX기획자입니다 :) 제 이해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차원에서 브런치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