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머스를 통해 이커머스 3.0을 만들고 있는 네이버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622498&memberNo=33158324
오늘 이 모집글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아 돈은 이런 식으로 써야되는 건데, 정말이지 네이버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안다.
네이버는 왜 영수증을 모으려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플레이스 서비스에서 수집하니까 지역별 위치 추적에 리뷰독려를 위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네이버라는 친구가 그렇게 단순한 스타일은 아닐 것 같다. 아마도 이 움직임은 결국 '결제 데이터'때문인 것 같다.
그런 흔적은 모집 글에서도 드러난다. 이 영수증 정보를 모아다가 네이버의 서비스와 인공지능 개선에 쓴다는데 대체 무엇에 쓴다는 걸까!
네이버와 1도 관계없는 이커머스 기획자지만 살짝 궁예질 좀 해볼까한다.
결제 서비스와 데이터
먼저 데이터에 대해 이해하려면 온라인의 결제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한다. 온라인 결제란 결국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돈은 은행의 통장 속에 존재한다. 통장 속 돈이 고객에게서 떠나 판매자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여러단계를 거친다.
고객이 지불하는 것까지만 생각해보면 요즘은 대부분 이런 흐름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다.
이커머스 주문서 - 간편결제페이(인증) - PG(승인)&VAN(매입)-카드사(청구)-은행(지불)
예전에도 간편결제와 N페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먼저 읽고 오면 인증이나 승인에 대해서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https://brunch.co.kr/@windydog/101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페이 서비스에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결제수단(보통 카드) 인증 대행 페이서비스
인증 뿐만 아니라 승인(혹은 이체)까지 대행 페이서비스
전자의 경우는 최초 1회의 등록과정으로 결제수단의 정보를 토큰화시켜서 카드사 혹은 은행에 저장해두고 사용할 때는 추가적인 정보입력없이 쉽게 인증을 받게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인증'이란 카드번호가 무엇이고 정상 사용가능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쉽게 말하면 매번 카드번호를 입력시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에 간편 페이 제공업자는 처음에 입력한 본인인지를 확인하는 지문이나 핀번호 등만을 확인한다. 삼성페이나 스마일페이, 티몬페이 등등 각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페이 그리고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간편결제도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후자의 경우는 결제수단의 승인과 매입까지 대행해주는 PG사나 은행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PG사는 온라인 결제를 위해 결제수단이 정상인지 보는 인증모듈뿐 아니라 카드 결제 정보를 VAN사와 카드사에 보내주는 '승인'과 '매입'이라는 절차를 대행해주는 업체다. PG사에서 직접 제공하는 결제모듈을 주문서에서 쓰고 있는 경우나 페이팔같은 에스크로 결제서비스, 인앱결제시의 구글페이나 애플페이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전자의 페이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는 이러한 확장된 범위로는 '정기결제'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정기결제는 인증 및 승인의 시점이 결제 후에 반복되는 구조인데 정액이 아닌 매번 가변금액 혹은 중간에 한두번 멈추거나 하는 변화무쌍한 정기결제가 가능해진다. 나중에 IoT가 발전하게 될 때 가장 중요해질 영역이기도 하다.
사실상 고객은 이 두가지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 전에 쓴 글에서도 말했지만 페이를 호출하는 UI의 위치만 달라질 뿐, 고객에게는 그저 결제할 때 일일이 카드번호 입력 안하게 해주는 요긴한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관점으로 들어가면 우리의 결제과정에서 벌어지는 네이버의 빅데이터를 위한 투쟁을 목도할 수 있다.
결제과정에서의 데이터
먼저, 결제 행위에서 파악가능한 데이터의 종류와 수집주체부터 생각해보았다.
결제 시 수집 가능 데이터
A. 회원정보
B. 결제 상품 정보 : 카테고리, 브랜드, 상품속성
C. 결제 수단 종류 (카드사, 카드 종류, 은행 등)
D. 결제 금액 (포인트 사용액, 실결제 금액)
데이터 수집의 주체와 수집가능 데이터
이커머스 : 회원정보, 상품속성, 카테고리, 브랜드, 결제금액, 결제수단
간편페이 운영사 : 개인식별, 결제처, 결제금액, 결제수단
PG사 : 결제처,결제금액, 결제수단
카드사 : 결제처, 결제금액,(신용정보)
은행 : 총 지출비용, 체크카드 및 이체 사용금액과 사용처, (실제 보유 자산)
결제 빅데이터가 각광 받는 경우는 다양한 결제정보를 모으면 한 사람의 취향과 구매패턴, 행동반경 등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결제 구조상 각 단계별 주체들은 서로 다른 레벨의 데이터를 가진다. 크게 보면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진 이커머스에서 결제 금액 정도만 알게되는 카드사로 이어진다.
빅데이터의 관점에서 본다면 좀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PG도 카드사도 간편페이를 만들려고 하고, 카드사도 페이사도 쇼핑몰을 만들려고 한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면 오프라인의 결제내역도 빅데이터에 포함시키고 싶어진다. 온라인에서 데이터 모으기가 가장 유리했던 이커머스가 오프라인에 진출하려는 경우나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던 기업이 온라인 정보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은 쉽게 예상이 간다. 어차피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는 카드사나 은행사는 데이터를 통합할 것이고 NFC나 QR의 방식으로 간편페이나 PG사도 오프라인에서 쉽게 활용할 방법들을 찾았다.
그런데 요즘 한가지 방법이 더 주목받고 있다. 바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카드다. 쉽게 말하면 카드사가 아닌 다른 브랜드업체가 카드의 발행처가 되고 카드사가 운영대행만 해주는 카드상품이다. '스마일카드'나 'N페이카드'가 대표적이다. 기존 제휴비용만 쉐어하고 운영비와 발급비를 내지 않던 기존 제휴카드와 다르게 발행사가 고객정보와 모든 결제정보도 공유받을 수 있다. 즉, 카드사와 동일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진다.
이런 이유로 특히 대형 유통 업체들과 대형 간편결제들은 앞다투어 PLCC카드를 만들어대며 온오프라인 통합 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N페이의 결제 데이터 수집
N페이는 그 어떤 페이나 커머스보다도 데이타수집에 최적화 되어있다. N페이는 결제와 마일리지가 결합된 형태로 범용적으로 사용가능한 현금성 포인트인 N포인트를 중심으로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N페이의 서비스를 3가지 레벨로 구분해볼 수 있다.
1) 주문서형 N페이 : 회원정보, 상품, 배송지, 결제수단, 포인트사용
2) 결제수단형 N페이(QR결제가능)
- 온라인 : 회원정보, 결제처, 상품, 결제수단, 포인트사용
- 오프라인 : 회원정보, 결제처, 결제수단, 포인트사용
3) N페이 PLCC카드 : 회원정보, 결제처, 결제수단
*송금 서비스도 되지만, 결제와 직접 관계되지 않아서 제외한다.
먼저 가장 위에 있는 주문서형 N페이는 바로 페이커머스의 모체가 된다. 종전의 이커머스는 사이트의 신뢰도가 구매를 결정했다면, 현재는 N페이 여부가 결제를 결정한다고 할 정도다. 출강하고 있는 기획 스쿨에서 가격비교 사이트의 고객 이용 패턴을 분석해보면 많은 이들이 N페이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고, 대형 커머스사들도 앞다투어 N페이를 붙이고 있다. 이건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다. 특히 CJ몰을 보고 있으면 네이버 가격비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껴진다.
CJ는 네이버 가격비교를 통해 진입하면 대문짝만하게 N페이가 사용가능하며 추가 적립도 한다고 붙여두었는데, 나 역시 이커머스에서 종사하는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무려 네이버의 연두색 컬러까지 내 앞마당에 뿌릴 정도로 기존 쇼핑몰들은 그렇게 절박한가 싶어질 정도다.
역으로 말하면, N페이 앞에서 이커머스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대기업의 몰이나 간이과세자의 스토어팜이 동등해진다. 데이터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이커머스가 결제 시점에 보유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N페이가 보유하게 되며 고객도 N페이를 통해 구매정보를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N페이만으로 가격비교에 입점된 모든 사이즈의 쇼핑몰이 모두 네이버의 이커머스가 되어버렸다.
바로 주문서형 N페이의 무서움이 이것이다. 나는 이커머스 종류를 설명할 때 이 케이스를 기존의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종합몰의 범주를 벗어나는 '페이커머스'라고 명명하고 있다.
자, 다시 데이터 관점에서 보자. 일반적으로 간편결제는 '3가지'는 꼭 수집한다. 바로, '회원(개인식별), 결제수단, 결제처'다. 여기까지는 다른 페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N페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품'을 수집하고자 노력한다. 바로 이 부분이 N페이가 특별해지는 부분이다.
위의 이미지에서 오른쪽은 이커머스에서 결제수단으로만 연결된 형태인데, 굳이 상품정보를 연동해와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결제수단만 쓰는 경우에 상품정보가 없어도 된다. 원래 이커머스에서 주문데이터에 들어가는 상품정보란 재고를 차감하고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N페이는 이것을 기어코 수집한다. 심지어 N페이의 개발자 센터에는 아예 아래와 같은 안내가 존재한다.
즉, API 자체는 상품명이 필수값이 아니지만 이제는 정책상 필수로 만들었으니 N페이 쓰고 싶으면 상품정보를 바치라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주문서형이 아니라도 단순한 결제수단이상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많이도 필요없다. 적어도 결제처 로고 하나와 상품명은 보내야한다.
정보 해석이 어려운 그저 상품명 텍스트인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네이버니까. 이만큼만 있어도 빅데이터를 만드는 것에 충분하다. 가격비교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품정보를 보유한 네이버에게 이정도 상품명 텍스트만으로도 어떤 상품인지 구분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집된 형태를 보자. 온오프라인에서 나름 높은 사용률을 보내는 삼성페이와 비교해보면 단번에 모아진 정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제수단만 제공하는 삼성페이는 실제 고객이 산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N페이와 삼성페이로 똑같이 '배달의 민족'에서 결제를 했다면, 네이버페이는 내가 '김치치즈탕수육'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삼성페이는 그저 내가 배달의민족을 이용했다는 것 외에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삼성페이는 바보라서 상품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일까?
이건 삼성페이가 바보인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똑똑한 탓이다. 단순히 결제수단으로만 쓸 경우에는 당연히 가맹점 정보만 수집된다. 기존의 PG사가 그래왔고, 카드사가 그래왔다. 그 어느 회사도 상품정보를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달라고 해도 줬을 리도 없다. 심지어 '데이터 노다지'라고 불리던 OK캐시백포인트나 멤버십 서비스들도 그랬었다. 그런데 네이버가 머리를 쓴거다. 온라인에서 어떤 형태의 수준으로 결제를 한다고 해도 '회원, 상품정보, 결제처, 결제수단, 결제금액'이 수집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렇게 똑똑하게 데이터를 다 습득하고 있는 N페이도 상품정보를 모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오프라인 결제 영역이다. 오프라인 결제는 온라인처럼 쉽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다. 이미 퍼져있는 카드 시스템을 이용한 PLCC 카드의 결제내용과 이제 막 시작한 QR 결제는 삼성페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당연히 이 부분의 상품정보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대놓고 시스템으로 모을 수 없다면 결제수단형 N페이에서 상품명만 가지고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와 비교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이 떠올랐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가 오프라인 결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정보는 무엇일까?
어쩔 수 없는 사용처를 제외하면 일반 상점은 '플레이스' 지도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에는 맹점이 하나 있다. 보통의 영세 사업자는 업종이 자주 바뀐다. 저 위에 카드결제 내역에서 '부산오뎅'이라고 쓰여 있는 집은 지하철에 있는 빵집이었다. 업종을 바꿔도 판매 상품이 바뀌었어도 가맹점을 제 때 바꾸지 않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고객이 각 상점에서 받은 영수증을 올려준다면 어떨까?
간이 영수증이 아닌 이상, 요즘 영수증에는 재고관리를 위한 상품명이 텍스트로 들어있다. 이제 살짝 스크롤을 올려서 제일 위의 영수증 모집 공고를 보고오자. 수집정보에 '영수증 이미지에 포함된 정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건 바로 '상품정보'에 해당한다. 똑똑한 네이버는 오프라인 결제정보를 돌고돌아 상품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목표대로 네이버의 인공지능은 온오프라인의 결제정보 중 '상품정보'를 포함하여 한 개인의 구매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정보라면 포인트 얼마는 아깝지가 않다. 어차피 N포인트의 대부분은 다시 N페이의 순환구조를 돌면서 새로운 결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또다른 결제 정보 수집의 미끼가 된다. 돈을 머리 좋게 제대로 쓰고 있다.
그래, 상품정보와 결제정보를 모아서 어쩔건데?
자, 지금까지 네이버페이가 기존의 페이의 한계를 넘어서서 이커머스나 유통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정보를 다면적으로 모으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보았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수집된 정보들을 통해 네이버가 추론해 낼 수 있는 정보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보자.
회원정보 - 성별, 연령, 메일, 카페, 구독 블로그, 구독 웹툰, 구독 음악 등등등
구매 상품 정보 - 구매한 상품의 속성 및 성향
결제처 - 온라인 이용 커머스, 오프라인 매장 위치
결제수단 - 주사용 결제수단
결제금액 - 돈 씀씀이와 패턴
이 정보를 모은다면, 내 눈에는 사람 하나가 눈에 보일 것 같다. 성격부터 취향, 그리고 생활패턴이나 생활반경 등등. 이런 정보를 모은다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개인 최적화'다. 큐레이션은 여러가지면에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 결국 네이버의 AI인 클로바는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나에 대해 무럭무럭 깨달아서 언젠가는 나에게 먼저 필요한 것을 제안하고 물어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데이터를 통해서 개인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이커머스가 수많은 컨설팅에서 제시하는 이커머스 3.0의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커머스 3.0을 가장 빠르게 한다면 그건 단연코 네이버일 거라는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다. 심지어 그 귀찮은 상품평까지도 우리는 N포인트 몇백원을 위해서 꼼꼼하게 적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