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한국 이커머스에는 빌런이 산다

쇼핑몰통합솔루션과 이커머스 솔루션


우리나라 쇼핑몰1위는
왜 아마존이 아닐까?

 언젠가 혼자 이 고민에 빠져든 적이 있다. 수많은 이커머스 업자들이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지만 그나마 쿠팡정도가 흉내를 내고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UI는 사실 아마존과 다르다. 국내 시장에 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국내 시장에서 아마존 디자인에 바로 익숙해질까는 또 의문이다. 고객의 학습된 경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쁘고 깔끔하며 동시에 딱 떨어져야되는 UI,  그리고 전에 '이커머스의 첫인상은 복잡하다'에서 이야기했듯이 메인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가격비교 유입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국내 이커머스 역사적 결과물이다. 네이버라는 거대한 가격비교라는 플랫폼에서 대형 이커머스사들도 결국 '을'이  되어버린다. 유입경로의 특징상 선택받기 위해 스스로 다칠 정도의 쿠폰전쟁의  치킨게임이 일어나고 고객들도 누군가 하난 죽어나가겠지만 싼 것을 찾아다니며 브랜드 애정이 없는 이곳은 그야말로 일희일비의 전쟁터다.


 국내의 이커머스는 왜 이런 형태가 되어버린 걸까? 가격비교가 경험적으로 훌륭해서?

아니다, 그들은 단지 운이 좋았다. 해외의 수많은 가격비교 사이트들이 주류가 되지 못한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게 먹힐만한 문화적 배경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뿐이다.


16년도부터 매년 국내 이커머스 역사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모습도 예측해보는 '이커머스 역사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나는 가장 극명한 원인은 2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성실히 사업하는 당사자들은 억울하겠지만.


1. 이커머스 솔루션

2. 쇼핑몰 통합 솔루션


 오늘은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을 망쳐버린(?) 빌런들을 이야기해보려한다. (사실상 망쳤다 쓰고 독보적 1위를 못하게 되서 억울하다 말한다)


이커머스 솔루션

 이커머스 솔루션이란 Cafe24, 메이크샵, 고도몰 이렇게 3대장으로 불리는 쇼핑몰 제작 플랫폼을 의미한다. 3개는 2000년대 초 등장해서 초기 이커머스 시장의 확장을 가져온다.

 특히 3가지 면에서 확장을 해오게 되는데,

첫째, 검색포털 활성화의 촉매가 되었다.1년에만 수만개의 개인 쇼핑몰이 배출해내면서 직접 URL을 외우고 접속하던 쇼핑몰을 포털서비스의 검색 기능이 없이는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두뇌로는 불가능한 미션이 되었다.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초창기였던 당시에도 메이크샵에만 2만6천개의 개인 쇼핑몰이 운영됐다. 지금 스토어팜까지 치면 찍어낸듯 똑같은 크고 작은 쇼핑몰이 차고 넘쳐난다.)


  둘째, 온라인 상품의 확대를 가져왔다. 당시 이커머스는 물건을 직접 보지않고 배송이 막 엉망으로 되어도 안전한 책이나 컴퓨터주변기기(전선이나 마우스 등) 저관여도 상품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개인의 쇼핑몰 열풍은 새로운 상품군의 확대를 가져왔다. 특히 의류와 화장품이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했고 개인의 소싱능력과 모델 사진 등으로 차별화를 둔 쇼핑몰이 등장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스타일난다'나 '조군샵'등이 이 때 생겨났다.


마지막 세번째로, 모든 이커머스 선택조건을 가격과 사진에 집중시켰다. 셀 수 없을만큼 늘어난 쇼핑몰은 원래 서비스의 다양성을 보장했어야했다. 아마존와 그루폰, 이베이는 모두 이커머스지만 업태는 모두 다르다. 서비스 업태, 즉 이커머스의 시스템적 차이가 고객에게 서비스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솔루션 환경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모든 쇼핑몰은 다 똑같아져 버린다. 빠르게 중소규모 쇼핑몰을 구축해내는 대신에 같은 형태중에 고르는 방식은 서비스 차별화를 고민하지 않게 해준다. 동일한 의류를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동대문 사입판매 형태도 결국 모든 소비자를 가격과 상품사진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고객은 가격비교를 통해 동일상품을 찾고 언제든 10원이라도 싼 곳으로 이동하기를 서슴지않게 되었다.

 대형 쇼핑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쇼핑몰의 구축 기획및 개발 가능한 인력은 한정적이며 비슷한 구축 에이전시가 레퍼런스를 가지고 계속 순환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솔루션으로 구축한 것이 아닌데도 반복 재생산 되어왔다. 덕분에 국내 쇼핑몰은 어느 회사의 서비스의 구조를 열어봐도 비슷해져 버렸다.


 결국 각 쇼핑몰간 구조적 차별성을 가지기 어려운 시장의 구조가 완성 되어왔다. 쇼핑몰 로얄티란 개나 줘버렸다. 쿠폰이나 포인트가 없다면 쇼핑몰의 로얄티는 어불성설이다. 아마존이 닷컴버블 시점부터 아마존프라임을 키운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고객은 손바닥을 뒤집듯 쇼핑몰을 바꾸고 가끔은 본인이 방금 구매한 쇼핑몰 이름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유일한 비교 요소인 가격비교의 성장은 필연적이었고 네이버페이를 필두로 한 네이버쇼핑의 성장도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쇼핑몰 통합 솔루션

 진짜 문제는 이 두번째다. 시스템의 구조적 동일성은 언제든 사상의 개선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전형적인 비용계산에서 삐딱선을 타고 물류에 돈을 쏟아부은 쿠팡만 보아도 그렇다. 반대로 이런 구조에 진짜 순응을 잘 해서 마케팅비를 쏟아부었던 11번가도 있고.

 하지만 이커머스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상품이다. 아무리 좋은 구조가 있어도 상품만큼은 제조사나 중간 유통업체에게서 유입시켜야하는 요소다.

  이 지점의 빌런이 '쇼핑몰 통합 솔루션'이다.


 쇼핑몰 통합 솔루션이란 제조사나 중소 유통사, 소호가 효율적으로 다수의 이커머스 채널에 입점해서 쉽게 판매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이다. 플레이오토나 샵링커, EC모니터, 사방넷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 산재한 이커머스는 개별적인 입점과 상품관리 어드민이 있다. 한 두명 직원이 있는 곳에서 모든 곳에 일일이 들어가서 동일 상품을 등록하는 짓은 누가 봐도 단순 반복 작업이다. 게다가 각각 들어오는 주문이 모여있지 않으면 재고관리나 발송 순서도 엉망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런 통합 솔루션들은 1번의 상품정보와 재고등록으로 수많은 개별 이커머스 어드민을 접속하지 않고도 한번에 상품 등록정보를 변경하도록 해준다. 또한 주문이나 발송도 이 솔루션 한곳에서만 관리할 수 있게 해줘서 운영을 통합해준다. 절대 강자인 이커머스가 없는 상태에서 다수 커머스 입점은 필연적이기에 소호에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3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첫째, 이커머스간 상품차별화가 불가능해졌다.

 이커머스의 가장 기본적인 차별화요소는 상품이다. 익스클루시브한 상품은 유통의 전통적 핵심 무기다. 현재도 무신사 단독 상품은 굉장한 성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픈마켓, 종합몰 형태의 대형쇼핑몰은 상품수 자체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중복입점이 쉬워지면서 이커머스 상품이 모두 비슷해지고 있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가격비교에서 동일상품이 상품사진까지 동일한 경우 이커머스 플랫폼이 달라도 사실 같은 업체가 판매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재고인식 때문이다.

 만약 상품A를 통합 솔루션을 통해 20개의 이커머스에 입점판매 한다고 해보자. 재고를 10개로 입력하면 이 재고가 분산되지 않고 복사되어 20개의 쇼핑몰에 등록된다. 그리고 이커머스에서 물건이 판매되는 건 각사에 등록된 10개에서 판매되고 통한솔루션에 등록된 실재고연동은 실시간이 아닐 수 있다.

 즉, 가격비교의 레벨로 올라가면 10개뿐인 상품A는 10*20개=200개로 재고가 뻥튀기 된다. 정말 인기있는 상품이 품절이라 가격비교해보니

다른 쇼핑몰에 있어보여서 구매를 했는데 다음날 품절이라며 자동취소가 온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이게 바로 그 이유다!

 

 둘째, 할인비용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결국 가격비교는 오로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무한 할인 경쟁, 무한 서비스경쟁을 부추기게 된다. 실제 최종적인 판매업체가 동일하다면 모든 프로모션 비용은 트래픽과 거래규모를 유지하려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전이된다. 가격비교를 통해 들어가면 가격이 더 싸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의 이커머스 시장이 작년에 100조를 달성했다. 전체 소매시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돈을 벌었다는 이커머스가 없다. 이베이가 흑자긴 하지만 많지도 않고, 다들 투자받아 메우고 거래규모와 관계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마케팅비가 모두 플랫폼으로 전이되면 결론은 둘 중에 하나다. 적자거나 입점사에 상품 싸게 내놓으라고 갑질하는 것뿐이다.

 

 셋째, 개인화와 큐레이션이 불가능해졌다

 사실 이 마지막이 가장 큰 문제다. 빅데이터/AI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요즘 세상에서 상품에서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어디서 올 수 있을까?

  두 말 할 필요없이 데이터다. 신입사원이나 주니어들을 붙잡고 미래의 이커머스를 물어보면 모두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상품 노출 피로도를 줄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개인화된 큐레이션해줘야 한다고.

 그런데 못한다. 데이터가 없다.

 

 상품 큐레이션을 하려면 2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개인과 상품의 다면적 정보다. 어떤 개인인지를 알고 어떤 상품인지 알아야 매칭추천이 가능하다. 힘겹게 개인정보 보호법을 요리조리 피해 개인의 정보를 수집한다해도 이커머스가 상품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상품명과 가격뿐이라면 추천은 불가능하다.

 입점 판매사들은 각 이커머스가 원하는 속성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 정보는 플랫폼별로  통일될 수 없는 차별성의 영역인데 업무 효율을 추구하는 통합솔루션의 개념에는 적절하지 않다. 만약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품 속성값 없이 입점거부를 한다면? 지금이라면 20개중 하나의 입점대상에서 제외되어버릴 수 있다.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에서 셀러도 갑이다.

 해외는 상황이 다르다. 압도적인 유통 파워를 자랑하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티몰이나 징동닷컴 등등은 철저하게 상품 속성을 입력받는다. 입력을 안하면 검색결과에서 밑으로 떨어지고 노출수의 불이익을 당한다. 이것은 가격비교없이 사이트로 직접 들어오는 트래픽을 철저하게 보유하고 락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의 몇몇 회사는 동일상품을 묶어서 1상품1가격을 하거나 속성으로

찾는 엔진을 고도화 하는 등 개인화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이는 거의 200~300명의 인원이 속성을 수기로 등록 하기때문에 가능했다. 에누리닷컴의 경우는 이 속성값을 자산화하여 데이터판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천만의 상품의 속성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것이란 여전히 비용과 시간에서 쉽지가 않다. 이미 적자구조의 이커머스에게는 더더욱.


한국 이커머스에는 빌런이 산다

 빠르게 구축하고 남들만큼만 하면 되는 식의 개발 환경은 결국 차별성을 떨어뜨리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낳고 있다. 분명 국내 시장의 국면에 맞게 사업들을 전개해온 것 뿐인데 빌런이 되어버렸다. 전체의 패턴을 바꿀 뭔가가 필요하다. 시장규모의 큰 변화나 치킨게임에서 이길만큼 돈을 때려박는 업체가 나오지 않는 이상, 압도적 시장 재패라든가 미래형 이커머스 서비스가 나오기 정말 쉽지 않아보인다.

 물론 빌런이라고 했지만 각각의 회사들은 그냥 기술과 기회를 잘 노린 성실한 기업들이다. 최근 카페24이 상장해서 대박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 정리나 발전에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설령 아마존이 들어온다고해도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1등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런 곳에 들어오고 싶기나 할까?


 

 

 

이전 13화 데이터 관점에서 보는 '네이버페이(Npay)'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획자의 사고여행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