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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Feb 27. 2018

이커머스의 '업의 본질'을 상상하다

의식의 흐름으로 쓰는 사고 연습

*이 글은 개인 의견일 뿐입니다:) 댓글로 자유로운 의견과 토론 환영합니다ㅎ



업의 본질을 파악해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이 말은 경영자들에게 격언처럼 전해진다. 언뜻 보기에는 업의 핵심에 집중하라는 말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다른 뜻도 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업종의 형태와, 실제 그 회사가 돈을 버는 구조에서 정말 힘쓰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호텔 사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1980년대 후반 이건희 회장이 신라호텔의 한 임원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 임원은 서비스업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에 수긍하지 않았다. “다시 제대로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 회장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은 경영진 스스로가 연구하고 찾아내기를 원했다. 그것이 바로 자율경영의 실체이기도 했다.
 
 그 임원은 해답을 얻기 위해 일본 등지로 출장을 나가서 해외 유명 호텔을 벤치마킹 하면서 호텔 사업의 본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와 이 회장에게 호텔사업은 ‘장치산업과 부동산업’에 가깝다는 보고를 했다. 입점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리고, 새로운 시설로 손님을 끌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제서야 이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치산업이자 부동산업으로서 호텔의 발전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위의 이야기는 '호텔업은 장치산업과 부동산업'이라는 명제로 아주 유명해진 이야기다. 이 외에도 유통에 대한 정의도 유명하다.  


전통적인 유통업은 부동산업이다


 혹시 이 이야기가 백화점이나 마트나 돈은 버는 것이 '자산의 임대'라는 부동산업의 개념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브랜드에 입점료라는 임대료를 받고 입점 수수료를 받으니까? 물론 그렇게 이해하는 것도 틀리지만은 않을 것같다. 하지만 최근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부분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찬찬히 오프라인 유통업을 생각해보자.

 백화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브랜드사 입점에는 몇가지 계약 형태가 존재한다.

임대갑 : 관리비와 고정 임대료 지급

임대을 : 매출액에 대하여 수수료 지급

특별매입 : 판매분에 대한 직매입  또는 선재고 직매입

 여기서 임대갑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부동산업이 맞다. 장사가 잘 되든 못되든 고정액을 받기에 관리가 필요없다. 하지만 밑에 두가지 형태에서는 장사가 잘 되면 잘 될수록 돌아오는 것이 많다. 반대로 말하면 안 되면 안 될수록 손해보는 것도 많아지는 것이다. 이건 '월세'의 개념보다는 '마진수익'의 영역이 된다. 이 때문에 백화점은 '집주인'에서 '일수꾼'이 되어 매장관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마진 수익이 중심이 되는 입점 종류가 더 많은데 왜 부동산업이라고 말하는 걸까? 최근 몇년 내의 상황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들은 세대와 구매방식의 변화로 몇년째 역신장의 기조를 보여왔다. 물론 가장 큰 변화는 젋은 세대들이 고전적인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으로 많이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은 유동인구가 줄었고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도 온라인에서 팔지않던 신상까지 판매하며 적극적으로 온라인으로 진출했다.


 위기가 닥치면 기업들은 의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래서 백화점은 의례 해오던 방식으로 몇가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유동인구가 줄자 식당과 엔터테인먼트가 많이 아울렛과 대형 멀티프렉스 쇼핑몰을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에게 잘 팔리는 화장품과 의류의 스트릿브랜드가 백화점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백화점의 상품을 다수의 온라인 채널에 중복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백화점은 프리미엄했던 아이덴티티는 줄어들었고 수억원의 투자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대외적인 신장률은 두자리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부분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이 된다.


 첫째, 신규 지점 개발은 부동산 투기에 가깝다.

 백화점 지점은 인근 지역의 땅값을 올린다. 인근 주민들만 덕을 보는 것이 아니다. 초기에 사서 쇼핑몰을 짓는 거만으로도 자산의 규모가 커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건물내와 인근 상권까지 부동산 임대를 하면 임대료를 훨씬 올릴 수 있다.


 둘째, 오프라인 지점이 추가로 생기면 기업신장률은 어쨌든 올라간다.

 기업회계에서 신규 지점을 위한 투자비는 회계처리상 손익분기표에서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때문에 실제로는 쓴 돈이 훨씬 많더라도 지점이 늘어나면 매출이 늘어나 보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기업가치 평가시에는 자산의 가치까지 환산하는데 부동산과 건물 자산은 자산이 된다. 앞서 올려놓은 부동산 땅값은 기업 자본을 계속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점 개발을 위한 투자비를 제외한 지점 운영비용보다만 큰 매출을 낸다면 오프라인 유통은 계속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오프라인 유통의 브랜드에 대해 목표로 압박하는 갑질능력까지 고려한다면 오프라인 유통은 목표를 맞추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이커머스는 무엇이 다른가?

  장사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마진 수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동네에서 옷장사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번다'는 표현보다 '돈이 돈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건 이커머스도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커머스는 좀 많이 다르게 혹독한 부분이 있다.

 

 첫째, 가격경쟁으로 인해 적자 경쟁 중이다.

 마진만으로 수익을 내기에 온라인은 더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길에 멋지게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오프라인과 달리 마케팅이 없다면 트래픽을 보장할 수가 없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가격경쟁을 하거나 막대한 마케팅쿠폰이나 이벤트를 하고 돈을 들여가며 광고를 해야한다. 이커머스에 끊임없이 돈을 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마진수익보다 낮은 수수료와 광고비를 따로 받는 오픈마켓의 경우에는 에스크로 결제로 인해 현금보유를 통한 이자수익마저 기대하기 어렵기에 비용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둘째, 투자비는 철저하게 감가상각된다.

  쇼핑몰이 지어진 부동산은 투자되고나서 대부분 가치가 오르는 것과 달리, 이커머스 기반이 되는 온라인의 땅은 매분 매초 부식되고 고장난다. 계속 쉬지 않고 수리도 해야하고 심지어 트렌드에 맞게 계속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게다가 경험상 그 어떤 잘나가던 이커머스라고해도 10년이내에 완전히 재개발이 필요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투자를 줄였다가는 금방 올드해져버린다. 최신성을 유지하는 투자비는 너무나 중요하다.

 오프라인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은 온라인에서는 그 성향이 달라져버린 것이다. ( 물론 일부 AWS같은 서비스는 온라인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셋째, 채널의 다양화보다 채널의 통일이 큰 힘을 가져온다.

 오프라인의 지점은 어느정도 판매량을 늘리는 것에 주효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지점을 늘리듯 여러 곳의 쇼핑몰에서 동시에 팔 경우, 쇼핑몰의 파워는 분산되어 버린다.

 오프라인 지점을 늘리듯 모든 쇼핑몰에서 상품을 연결하여 판매한 백화점 상품들의 지위는 오히려 상품도 쇼핑몰도 프리미엄한 이미지만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능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도 상품을 찾아가는 방식 또한 이커머스는 롱테일의 법칙을 따른다. 모든 상품을 가져다 놓을 수 없는 리테일의 경우 주효제품을 효과적으로 전시하여 핵심판매한다. 하지만 롱테일은 다양한 상품을 많이 보유해두고 고객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다양한 작은 구매가 모여서 큰 매출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커머스는 단 하나의 큰 매장에 집약적으로 상품이 모여서 트래픽과 파워를 강력하게 모으는 형태가 적합해진다.


이커머스의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유통과 다르다. 따라서 업의 본질도 제대로 정의내릴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커머스의 업의 본질은 부동산이나 장치산업보다는 오히려 오프라인의 이 업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요식업'이다.

 

 첫째, 식재료는 끊임없이 부식된다. 상한 음식은 먹을 수 없듯이 트렌드에 뒤쳐진 이커머스는 완전히 외면당한다. 식재료는 계속해서 신선도가 유지되도록 판매해야하고 힘들게 만들었던 음식이라도 인기가 없으면 폐기해야한다. 이커머스의 서비스도 비용과 다르게 인기가 없으면 바로 또 없애야한다.

 둘째, 음식은 다양하거나 전문화되어야 한다. 없는 메뉴없이 다양한 김밥천국처럼 모두가 오게하거나 아주 특별한 고급 전문요리를 확고하게 만들어서 손님을 오게 해야한다. 게다가 그 음식메뉴가 고객의 고급문화 수준을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고객에게 더 가치있어진다. 여기서 음식메뉴는 이커머스의 상품의 특징이 된다.

 자신들의 특별한 상품을 재유통 시키면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도 비슷하다. 음식은 재유통시 상하거나 질이 떨어지는 리스크가 발생하듯 독점상품은 다른 경로로 판매시키면 상품의 특수성도 떨어지고 제품 경험자체도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셋째, 적당히 빠른 회전율이 중요하다. 식당은 테이블 회전수가 중요하지만 또 적당히 사람이 많이 보여서 사람의 흔적이 있어야만 새 손님이 들어온다. 이커머스도 빠르게 구매를 하고 나갈 수 있도록 심리스한 경험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댓글이나 좋아요 등 사람이 많이 있다는 흔적을 보이는 것이 다른 신규 고객들의 이용을 올린다.

 넷째, 주인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식당의 손님은 식재료나 음식 조리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 대신에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식당에 간다. 만약 겉보기에도 너무나 비위생적이라면 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커머스도 누가 보아도 불신이 가는 쇼핑몰은 차마 선뜻 결제하지 못한다. 상품도 짝퉁인지 불안하고 돈도 떼이는 건 아닐지 불안해진다.



 이런 식으로 사고한다면 성공적인 식당의 조건들은 오히려 이커머스에 성공에 연결시켜 볼 수도 있다.  힙한 '무신사'나 '29cm'의 인기는 부동산적인 감각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오히려 힙한 주점이나 카페는 그 느낌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김밥천국의 프리미엄 느낌은 '바르다 김선생'이나 고급형 푸드코트의 느낌도 이커머스에 옮겨 올 수 없을까?

 친절한 식당 주인이나 나를 기억해주고 밥 한숟갈 얻어주는 그 센스를 이커머스가 가져올 수는 없을까?

 반대로 드레스코드나 나이제한, 출입제한이 있는 식당처럼 이커머스에도 어떤 출입의 스페셜함을 추구할 순 없을까?


 물론 얼마든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업의 본질을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건 더이상 이커머스를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잣대로 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런 사고 흐름의 연습만으로도 또다른 돌파구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게 되는 것 같다. 더 고민해보다보면 재밌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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