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휴학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최근 우리 회사에 입사한 대학생 인턴과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면접에서 휴학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취업때문에 휴학을 했던 사람들은 '휴학하고 취업준비를 했습니다'가 솔직한 대답인데 이것저것 거짓말을 하려고 하니 힘들어 지는 것 같아요"
나는 대답했다.
"아니, 그건 솔직한게 아니라 안타까운 거지."
A와 B, 두 친구는 휴학을 하고 똑같은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인턴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공부해서 똑같이 중국어를 공부해서 HSK를 시험성적을 얻었다.
이 두 사람이 나중에 유통회사에 입사를 하려고 면접장에서 만나게 됐다. 면접관은 두 사람의 자기소개서를 보다가 휴학했었는지, 그리고 휴학을 하고 뭘 했었는지 물었다.
솔직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 A라는 친구는 이렇게 생각했다.
"저는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했었습니다. 그 기간동안 H화장품 회사에서 인턴을 하며 중국관련 마케팅에 대한 회사 경험도 하고, HSK를 준비하며 중국어도 공부하여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반면 B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에게 휴학기간은 '중국에 해박한 마케터'가 되기위한 첫번째 단계였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대한민국의 화장품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실제 중국고객들의 특징과 마케팅의 실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어 공부에도 힘써서 명동에서 중국관광객들낄 나누는 대화를 알아듣거나 간단한 중국 인터넷 쇼핑정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렸습니다. 당시의 경험이 여기 XX백화점의 대표 중국마케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누구의 대답이 더 현명해보이는가?
A와 B의 경험은 같다. 사실 A도 B와 비슷한 생각을 어렴풋이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입밖에 내지 못한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A에게는 더이상 질문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만 B에게는 중국관광객의 특징이라든지, 이 회사의 중국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다. 재질문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이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고 아마도 면접관의 머리 속에 단지 화장품회사와 중국어 급수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중국 마케팅 관심 많은 지원자'로 각인 시켜놨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둘의 화법을 잘 비교해보자. A의 이야기에서 핵심 키워드는 '취업준비'이고 인턴활동과 중국어공부는 다 개별적으로 동등한 레벨로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B는 '중국에 해박한 마케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수단으로서의 2가지를 엮어서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인턴과 중국어 공부가 키워드에 어떤 식으로 연관될 수 있는 지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A에 비해 B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자신이 했던 경험을 그 이미지에 맞는 수단으로 잘 엮어 나갔기 때문에 귀에 쏙쏙 박히는 내용을 말할 수 있었다.
컨셉은 말빨이 아니다
이렇게 전달하고 싶은 전체적인 이미지가 바로 '컨셉'이다. '기회의 99%는 컨셉으로 만든다'의 저자 탁정언은 컨셉(Concept)이란 어원적으로는 'Together(함께)'를 의미하는 'Con'과 'Take(가지다)'를 의미하는 'Cept'가 합쳐진 형태의 단어로, '공감'과 '공유'의 뜻을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철학에서 출발한 '개념'이 광고계로 넘어오면서 대중화되면서 '컨셉'이라는 단어로 대중화 되는데, 타겟이 되는 소비자들에게 대상의 본질, 속성,독특, 특징, 가치 등을 한번에 전달하는 것이 바로 '컨셉'이라고 한다. 때문에 컨셉은 전체의 모든 속성을 '꿰뚫는 핵심'이 되어야 한다.
사실 면접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대학생들의 고민은 '어떻게 말할까'의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된다. 면접 기술을 가르치는 곳에서도 수학공식 설명하듯이 이런 항목들을 '두괄식'으로 말하고 경험을 '상세하게' 설명해야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측면으로는 이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A의 발언도 B에 비해 부족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두괄식으로 이야기했고,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했다. 회사경험을 배웠고 글로벌 인재가 되려는 의미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A의 발언은 B에 비해 힘이 없었다. 그것은 분명 컨셉의 힘이었다. '컨셉'을 만드는 것은 조리있게 말을 잘하는 달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컨셉은 '나의 본질' 또는 '내가 바라는 본질'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때문이다. B가 자신의 휴학이야기를 컨셉으로 잘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한번이라도 자신의 휴학생활을 하나의 컨셉을 가지고 묶어서 구성을 해봤기 때문이다.
컨셉은 나의 가치관을 보여줘야 한다
휴학 계획 워크샵에서 휴학에는 컨셉이 필요성을 설명하고 각자의 휴학컨셉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저의 휴학 컨셉은 '스펙 쌓기'입니다"
의욕적으로 강의를 듣던 남학생의 발표 차례가 되서 기대감을 가졌었는데 충격적인 답변이었다.
"저는 특별히 하고 싶은 직업이 아직 없어요. 명확한 컨셉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이렇게 잡았어요."
취업에만 포커싱이 되어있는 대학생들은 컨셉을 직업적인 것이어야 한다거나 꼭 누가 들어도 특별해야 한다고 오해한다. '회사에서 사고싶은 상품'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취업기술적으로는 이 방법도 타당할 수 있겠지만 휴학은 취업용인 것만은 아니었다. 취업 말고도 인생의 목표와 자아발견 등 휴학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기에 그런 모든 활동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거짓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가치관을 담은 휴학 컨셉은 열악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A와 B는 인턴과 중국어 성적이라는 2가지 핵심 소재라도 있었지만 아예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휴학을 고민하는 유형중에서 대학생들이 하는 모든 것을 누려보려는 노랑유형이나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블루그룹의 경우, 휴학을 하고 취업 준비를 아예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C와 D는 대학생때를 모든 것을 누려보자는 마음으로 휴학을 했다. 내일로 여행을 했고, 여러 대학생들만 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했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복학 후에 마음을 다 잡고 취업준비를 해서 같은 면접장에 들어왔다. IT 포털 회사의 개발자 직무에 지원했고, 면접관은 아니나다를까 휴학을 하고 뭘했었는지 대해서 질문 했다.
C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 때에만 해볼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해보고 싶어 휴학을 했었습니다. 내일로 여행을 통해서 한국의 좋은 곳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여행기간 중에 만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들을 만들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싶습니다"
D의 답변도 들어보자.
"저의 휴학은 제 꿈을 위한 첫번째 과정이었습니다. 저의 꿈은 '가치있는 오늘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대학생 시절을 가장 가치있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해보기 위해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고 대학생만 할 수 있는 봉사활동과 멘토링 등에 지원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원했던 멘토링사업에는 선발되지 못했지만 대학생으로서 실패를 겪고 이겨내는 과정이 저에게 가치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회사에서 일하는 매일을 가치있는 시간으로 도전하고 이뤄가면서 우리 회사의 내일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어느쪽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가? C는 분명 두괄식의 자신의 경험을 회사의 경험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했다. 분명 저 대답도 굉장히 좋은 대답이긴하다. 하지만 D는 자신의 가치관을 컨셉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가치관을 통해 어쩌면 굉장히 뻔하고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나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회사의 면접은 지금까지 뭘 했는지를 심판하는 곳이 아니다. 지금까지 어떤 식의 사고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예측해서 우리 회사의 직무와 적합한지를 알아보는 곳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C의 이야기는 경험에서 얻은 입사의지는 들었어도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계획하고 사고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반면에 D는 특별한 경험은 없어도 컨셉에 맞춰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전달할 수가 있었다. 답변이 더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D의 이야기를 듣고 루틴한 회사생활에서도 이 친구는 매번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그게 이 회사에 적합하다면 성공이 더 다가올 것이다.
어차피 둘의 휴학 결과물은 완전히 똑같았다. 게다가 뻔했다. C의 이야기처럼 내일로 여행을 가서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는 요즘 동아리에서 회장을 했었다는 이야기만큼 면접관이 자주 듣는 이야기다.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버리면 '커뮤니케이션능력, 긍정적 성향, 성실함, 글로벌인재'처럼 너무나 뻔하고 흔해져버린다. 흔하다는 건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컨셉은 이 뻔한 결과물에서 '주인공'이 살아있는 캐릭터로 재탄생 시켜준다.
컨셉과 함께하는 휴학생활
이렇게 컨셉을 가지고 자신의 휴학을 이야기하려면 단 한번은 휴학의 모든 활동을 컨셉으로 엮어봐야한다. 휴학이 다 끝나고 컨셉으로 엮으면 더 좋겠지만 자신의 센스만 믿고 마지막에 준비하려면 어렵다. 당장 오늘 있었던 일만 하더라도 뭘 했냐고 물으면 컨셉하나로 엮기 어렵다. 특히나 우리가 보통 특별하다고 믿는 대부분의 시간은 설명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만약에 처음부터 휴학에 컨셉을 만들어놓고 시작했다면 어떨까? 이미 컨셉이 있으니 빠짐없이 자신의 휴학을 설명해내기 훨씬 수월하다고 느낄 것이다.
취업이 아니어도
휴학의 컨셉은 유용하다.
휴학을 자신있게 설명한다는 것이 면접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취업준비생이 되기 전에도 내가 보내는 휴학을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 휴학을 시작하기 전 : 부모님이나 교수님에게 휴학을 허락받아야 할 때
- 휴학을 하는 중 : 학교선후배, 친척들이 지금 뭘하고 있느냐고 물어볼 때
- 휴학이 끝난 후 : 복학하고 휴학하고 뭘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런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자주 발생한다. 분명 이 글을 읽고 있는 친구들도 누군가가 휴학을 생각하거나 복학을 했을 때 휴학하고 뭐했는지 물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순간 우리는 면접관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 된다. 상대방의 대답에 따라서 우리도 그 친구를 여러가지로 판단할 것이다. 위의 A와 B의 친구가 똑같은 이야기를 해줬다면 나는 그 둘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해보자. 둘은 똑같은 경험과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B라는 친구는 중국마케팅전문가라는 비전을 위해 한발짝씩 다가가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일 것이다.
휴학 컨셉은 휴학계획의 실천에도 큰 영향을 준다. 화장품제조사에서 인턴을 하고 중국어를 공부했던 A와 B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애초에 휴학을 시작할 때 B처럼 '중국에 해박한 마케터'라는 컨셉을 가지고 시작을 했다면 인턴을 하는 과정에서도 더 많이 생각하고 공부할 포커스라는게 생긴다. 중국어를 공부할 때도 HSK 성적이 아니라 중국어를 가지고 중국인들이 쇼핑하는 명동에 기웃거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달변가는 거짓말로 컨셉을 만들 수 있지만, 컨셉휴학을 실천한 사람은 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컨셉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압박면접이라고 하는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질수록 달변가는 거짓말에서 무너지기 쉽다. 하지만 정말 컨셉을 가지고 실천한 사람은 '홍시맛이 나서 홍시맛이 난다고 말하는 장금이'처럼 정말 했었던 대로 이야기를 해도 당신의 컨셉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성공적인 휴학은
컨셉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하고
휴학 계획은 컨셉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다
앞서 포스팅에서 망한 휴학의 가장 큰 특징은 당사자가 자신있게 '성공적이었다'고 말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결과물이 적어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휴학'이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휴학 컨셉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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