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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May 01. 2020

서비스기획자가 욕 먹을 준비를 하는 시간, 오픈

대형서비스의 오픈을 앞두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서비스 오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몇달간의 테스트끝에도 오류는 계속 발견된다.

작은 오류, 큰 오류 기획자 맘대로 되지 않는 수 많은 일들.


이 일을 해오면서 체감하는 명제중 하나는 서비스가 크고 복잡할 수록 오류도 크고 많다는 점이다. 운영프로젝트는 당연히 오류가 거의 없도록 준비하고 오픈할 수 있지만 이미 이용자가 엄청 나게 많은 상태에서의 대형 서비스를 다시 리빌드하는 프로젝트는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대대적인 재건 공사가 아닌 확장성을 고려하여 설계된 MVP로부터 차차로 발전 시키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다.

 하지만 IT적인 임원진이 아니라면 여전히 짧은 기간에 남들 다하는만큼 다하면서 기존에 포기했던 시스템적 한계까지 뛰어넘길 바란다. 무엇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는 서비스의 사이즈가 작아지긴 불가능하다. 심지어 대기업이라면 더더욱.



이대로 오픈해도 될까요?


후배가 볼멘 소리를 한다.


우린 항상 완전무결한 좋은 서비스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어떤 기능도 포기못한다면,  수십개의 케이스를 쪼개고 거기에 모두 기준을 찾아내는 것이 Mass서비스의 숙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MVP와 주요 타켓팅만 이야기하는 스타트업의 방식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용자 100명 중 1%의 특수한 상황은 1명이지만 수천수만명의 동접이용자 중 1%는 수백수천명이다.  그리고 1% 오류의 매출 손실은 억대로 넘어간다. 미리 예상하지 않으면 오픈 후 더 큰 오류로 나오고, 미리 고민해서 케이스를 쪼개서 개발하면 그 정책의 복잡함에 오류가 나온다. 물론 작은 스타트업의 서비스도 서비스가 커지면 대형 서비스의 고충을 똑같이 겪게 됨은 마찬가지다. 1명이 아닌 60명이 기획하고 7명이 아닌 300명이 개발해서 만드는 자연스러운 일관성을 만들기도 쉽지가 않다. 안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다.



내부 사용자만 수천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인하우스기획자로서 두번의 사이트 구축, 3번의  전면 리뉴얼을 겪고 뒷감당을 해야했던 나로서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겠고 오픈 후의 일도 예상이 간다.




대규모 서비스를 리뉴얼하거나 런칭할 때
서비스 기획자로서 기억해야할 것들이 있다.



첫째, 아무리 잘 바꿔도 불편하다는 사람이 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의 신규 구축과 이미 수천명이 쓰는 대규모 리뉴얼의 차이는 이미 사용자가 있느냐 없느냐다. 고객은 편해지는 변화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모두 좋아할 것 같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든 변화를 불편해진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가 주문서를 직관적으로 바꾸기 위해 주소입력 방식을 필드방식이 아니라 셀렉창 방식으로 바꿨을 때도 불편하다는 사람이 있었다. 누가봐도 버튼인데 버튼인지 모르겠다며 '주소변경' 이라고 써넣으라는 어르신도 있었다.

 이커머스는 돈을 다루고 돈과 물건에 대해 고객들은 낯설음에 극도의 공포와 예민함을 보인다. 오류는 물론 이런 곳에서 더 지독하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내부 사용자들은 고객보다 더 심하다. 서비스 운영을 위해 등록하는 방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학습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낯선 모습에 도끼눈을 뜨고 집중하여 오류만 찾아낸다. 기존 시스템이 훨씬 기능도 없고 불편했어도 평상시 습관적으로 하던 일의 패턴이 깨지면 누구나 예민해지고 이상한 것만 눈에 띈다. 내부 게시판에는 계속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서비스 구축 밖의 조직들은 조직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며 프로젝트 멤버들을 조여온다. 


 사용자의 학습은 최소 3주에서 3개월이 걸린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학습이 그렇게 오래 걸리면 잘 못 설계한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런데 Mass서비스는 사용자의 레벨도 다양하다. 툴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버튼을 버튼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외운대로 해야하는 사용자는 있다. 그것도 전체 모수가 크면 무시할 수 없도록 많다. 모두에게 최고로 쉬운 설계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불만을 듣고 내가 기획을 잘못했나하며 기가 죽어서 수정요청을 무조건 다 들어줄 것이 아니라 서비스기획자로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기획을 고민한 과정에서도 분명 사용자의 의견이 있었다. 모두의 의견을 수용할 수는 앖다. 완전히 잘못된 점은 받아들이되 상처받기보다는 일로서 접근해야한다.


불편은 고치면 되고, 케이스는 분리하면 된다. 10년이상 운영한 사이트도 몰랐던 케이스와 오류가 계속 출토되기 마련이다. 서비스가 크고 복잡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전략적 방향성이나 전략적 사고가 충분히 있었다고 한다면 이제 잔뜩 예민해져 있는 고객과 쌍방 소통을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둘째, 안정화되고 사용자들이 학습되기 전까지 오픈 초기에는 누구에게도 좋은 소리 듣기 힘들 것을 각오하자.


 대형 MASS 서비스가 오픈하면 기대치가 높다. 비난은 사용자보다도 경쟁사나 기자들 그리고 어떤 때는 한번 제대로 이용해 보지도 않는 사람들의 원색적 비난도 들어야한다. 애초에 범위에도 없었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혼자 상상했다가 퍼붓는 비난을 들어야할 때도 있다.

 내부의 적도 있다.  홍보담당자와 회사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좋은 점이 100만원어치인데 과하게 부풀린다. 1000만원어치를 기대하고 온 언론과 전문가들이 여기저기서 서비스를 비난한다.

 물론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내부의 이슈를 고민해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안에서 일하는 수천명의 생계와 일하는 프로세스를 고민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그냥 하는 말이다. 어차피 그 안의 기획자들보다 깊게 생각하고 뜨겁게 고민해본 적 없는 이들이다. 우리가 알지만 해결하지 못한 여러가지 이유에 대해 알고싶어하지조차 않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연예인의 악플 같은 상황이다. 듣고 말라고 하기에 누구라도 들으면 속상한 것은 당연하다.



셋째. 그럼에도 자존감을 버릴 필요는 없다.


이제 마지막은 자존감이 상하는 것뿐이다.

 

 서비스도 말썽이 난다. 큰 서비스는 오픈 당일에도 생각지도 못한 특수케이스 오류가 쏟아져나온다. 스타트업이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고 겪는 인원의 수천배 어떤 때는 수만배가 프로모션으로 쏟아져들어오게 된다. 양이 어마어마할 뿐아니라 왜 이렇게 이용할까싶은 비정상적인 케이스도 있다.

 예전에 사이트 전면 리뉴얼을 하고 장바구니에 안들어가진다는 오류신고가 있어서 아무리 재현해보려고 해도 안됐는데 해당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보니 장바구니에 1000개가 넘는 상품이 담겨있을 때 쿠키쓰기가 안되서 생기는 오류였다. 정상 범주를 벗어났어도 한참 벗어났지만 기자들은 자극적인 단어로 사이트 안정성과 실망감으로 공격해댄다.


큰 문제가 해결되도 서비스기획자들 눈에는 아마 계속 오류가 보일 것이다. 영향도가 많은 복잡한 서비스는 뭔가 하나를 수정하면 다른 멀쩡하던 뭔가가 고장난다. 두더지게임처럼 일어나는 문제를 잡아내다보면 안정화가 올 것이다. 기획자는  뭔가 기능이 움직이지 않는  정도의 큰 문제가 있더라도 흐름에서 벗어나 세부적인 케이스까지 세세하게 보는 우리 눈에는 당분간 힘들 뿐이고 사용자와 사용자도 아닌 사람들의 욕에 멘탈이 매일 바스락 거릴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서 자존감을 다치지 말자. 죄진 사람처럼  원색적인 쌍욕을 묵인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 상황은 오픈 직후에 얼마나 많이 발생했는지 경험이 알려주지 않나. 고객이 거의 없는 서비스나 욕을 안먹고 칭찬받을 수 있다. 그 외에는 전부 운영하면서 바꾸는 서비스나 칭찬 받는 것이다. 개발기간과 제약상황에 맘처럼 못한 것들이 수없이 눈에 밟히지만 이것은 기획자의 책임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이 상황을 이겨냈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가져라.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만들어 보지도 않은 자들이 쉽게 입으로 떠드는 말이 나의 긴긴 고민과 노력을 희석시키진 않는다.

설령 엄청난 오류와 아예 실패라고 부를만큼 서비스를 접게 되더라도. 기획자로서 한 일들은 감히 누가 폄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일부러 오류를 내거나 누구도 엉망이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나보다 이 곳의 문제를 더 깊이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 본 적 있는 사람만
내 자존감을 망가뜨릴 자격이 있다.

시간은 지날 것이고,
구축서비스에도 안정화는 올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는 계속 나아진다.
왜냐면 서비스 기획자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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