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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an 23. 2017

초보 UX기획자가 되는 방법

소비자로서의 삶, 공급자로서의 삶


 난 UX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일을 한다.

 그리고 내 직업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내 직업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휴학연구소&상담소'에서도 내 직업관과 직업을 찾는 과정에 대해서도 경험을 많이  나눠왔다.

 그래서인지 대졸 회사 신입들중에서 내 블로그나 브런치를 보고 입사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그리고 우리 회사 입사에 관심이 있어서 나에게 접근(?)해보는 순수한 어린양들이 꽤 있다.

 그런데 요즘 이 어린양들의 질문을 듣고 있으면 뭔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UX기획에 관심이 있는데
학원다니기엔 너무 비싸요

 얼마전 받은 메일의 핵심은 이거였다.  답답함과 속상함을 토로한 말이었지만 그런 비슷한 고민을 자주 들었던 나로서는 약간 답답했다.

 많은 친구들이 이렇게 말한다. UX가 하고 싶은데 대학원에 가기는 싫고 학원은 너무 비싸고 개발이랑 디자인이랑 UX방법론을 다 배우려면 혼자 할 자신이 없다고 한다. 뭐부터 해야하냐고 묻는다.

 어떤 경우에는 자기의 포트폴리오를 보내면서 뭐가 부족한지 판단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앞으로 뭘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알려달라고 한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무슨 말부터 해줘야할지 한숨부터 나온다. 사실 이야기를 하자면 한명당 하루는 꼬박 붙잡고 이야기해도 부족할 이야기다.


소비자의 관점을 가진 학생들

 그들의 간절함과 연락해온 용기는 정말 칭찬하고 싶다. 분명 묻지도 않는 학생들보다 훌륭하고 발전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의의 내용은 안타깝다.  특히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아쉽다.


 첫째, 소비를 통해서만 공급자가 되려 한다.

 지금 되려는 기회자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다. 사회의 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창업자든 아니든 서비스의 공급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게 기업차원의 서비스일수도 있고 개인도 어쨌거나 기업에겐 노동의 공급자여야한다.

 그런데 공급자가 되려고 하면서 소비를 묻는다. 그래서 소비가 가능한 방식을 묻는다. UX학원이나 개발코딩학원, 디자인학원은 정량화 시켜서 돈을 받고 가르칠 수 있는 것만 커리큘럼에 담는다. 기획자에게는 기획력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건 딱히 뚜렷하게 가르칠수 있지도 시험도 없기에 학원이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계획에서 자꾸 제쳐진다.

 하지만 그 학원에 소속해 있는 이상 무조건 소비자의 입장일 뿐이다.소비를 반복하면서 공급자가 되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급자가 되려면 공급자의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이건 고객입장에서 사용성을 높이는 것과 아주 별개의 문제다. 정말 좋은 기획자가 되고 싶으면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을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마인드를 갖춰야한다.

 반년마다 인턴사원이 들어오는데 나름 그런 점에서 많이 다른 점이 보인다. 그저 소비자로서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면서 껍데기만 있는 개선안을 제시하는 인턴 사원이 많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평가를 받는 인턴 사원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내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만한 대안을 아는 범위에서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어떤 인턴사원이 제시했던 서비스가 쇼핑몰 상품상세에서 타사의 최저가까지 비교해서 보여주자는 내용이 있었다. 고객입장에서야 의미있고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완벽히 모든 MD가 최저가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타사로의 트래픽 유출은 치명타일 것이다. 소비자라면 당연히 최저가를 제공하는 쇼핑몰이 옳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자라면 업체나 계약의 현실까지 인지해야하고 이게 장기적으로 사이트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한다.

 

  둘째, 쪽집게 선생님은 없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태도를 '학생의 마인드'로 규정한다. 학교와 학원의 소비자(돈을 내는 사람)로서 대접받고 챙김받아왔기에 챙김받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전에 다른 글에서도 말했었지만 회사 선배나 팀장이 신입을 챙겨서 모든 핵심을 가르칠 의무는 없다. 딱 내가 필요한만큼의 일만 가르쳐도 자신에게 상관없다면 나머지는 본인의 몫이다.

 그렇다면 입사도 하기 전의 학생에게 말을 해서 무엇할까? 나는 워낙 이래저래 멘토링에 관심이 많아서 답장도 해주지만 그렇다고 맞춤형 가이드를 해줄 수도 없고 그럴 여유도 부족하다.

 그런데 이런 메일에 일일이 답변을 줘도 답장이 다시 오지 않을 때가 허다하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들이 원하는 쪽집게 결론을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듣고 싶은 대답은 이런 식이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코딩을 배우고 4월에 개발관련 자격증을 따고. 앱기획 공모전 3개이상 입상하고 디자인학원에 2개월다니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포트폴리오양식은 이렇게 만들어'

 그런데 절대 이건 불가능하다. 그저 못된 '시험통과'위주의 사고 방식의 요구일 뿐이다. 요즘은 대학원 졸업하고 와도 더 고급인력으로 보지 않는다. 서비스 기획자, 실무의 UX기획자는 이런 식의 준비가 가능한 직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석이 없는 것이 정석인 것이 바로 이 직무다.


공급자의 관점을 가져보자

 진로를 묻든 기획자의 준비과정을 묻는다면 내 대답은 일관된다.

 '소비의 관점을 인정하고 공급자의 관점으로 바꿔보라'


'공부의 신'의 만화가 미타 노리후사는 종종 문하생을 면접하다가 놀란다고 한다. 열정은 넘치지만 습작조차 안해본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 만화 그리는 것을 배워서 잘 하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만화 그리는 것은 배우지 않아도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매일 게임을 몇시간씩 했다면 그냥 노느라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말고 스스로 게임의 소비자였음을 인정해주자.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체크하고 이 게임을 하기위해 수많은 기업관계자들이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게임기획자, 게임개발자 외에도  웹페이지나 게임 배급사 등등. 공급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애써보는 것이다.

 여기서 기획자를 꿈꾼다면 기획을 해보면된다. 디자인안하고 개발 못해도 공책에 끄적대는 기획은 언제 어디서나 해볼 수 있다. 아이디어 차원을 서비스와 전제조건이나 회사입장에서 문제점을 떠올려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돈따위가 들지 않는다. 왜냐면 '공급자'기 때문이다.

 내 생산물을 아무도 소비해주지 않더라도 공급을 하는 생산자가 되는 연습은 계속 되어야한다. 그렇게 마음의 재고가 쌓일 때 공급자로서의 가치가 생긴다. 그 가치를 역량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나의 역량 자체의 소비자가 나타날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무언가 배우거나 어딘가 자기계발을 위해 돈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난 전에도 몇번 말했지만 게으른 사람이다. 하지만 진정 내가 무서운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라 평생을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돈을 벌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평생 잘한 것이 '내 자식을 낳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와 같다. 돈이 오히려 들더라도 내가 생산하는 사람이 될 때 사는 보람이 느껴진다. 내 자식같은 서비스들이 더 장성할 때 기분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글도 쓰고 상담도 하고 있다. 내가 주는 상담글이나 브런치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나보다 뛰어난 기획자들이 많이 탄생해 나가길 바란다.

 물론 나도 아직 어리기때문에 계속 생산을 반복해서 인생의 재고를 쌓는 중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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