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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18. 2022

사랑하기 위해선 서사가 필요하다

토스팀의 기록 <유난한 도전 : 경계를 부수는 사람들, 토스팀 이야기>


최근 나에게 직업이 하나더 생겼다.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를 출간하면서 '민간 역사학자'로서의 역할이 하나 더 생겼다. 내가 이커머스의 역사를 공부했던 과정은 순전히 내가 일을 잘하고 싶었기에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앞두의 모습을 파악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이커머스에 대한 서사는 단순히 일에 대한 전문성을 넘어서서 하나의 애정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서사는 그렇게 사랑을 키워낸다. 마치 내가 그 시대의 흐름에 온전히 담아져 있었던 것 같은 공감의 느낌은 더 많은 애정을 갖게 해준다. 그건 딱딱한 나무위키의 설명이나 뉴스기사에서 한줄 두줄 읽으면서 느끼거나.. 그저 일로서 회사의 일의 단면을 마주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토스팀의 10년의 역사를 담은 <유난한 도전>에 대해 리뷰를 남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두려운 점은 딱 하나였다.  지나친 미화와 애정을 담은 찬양의 글이 된다면 내가 느낄 거부감이 눈에 보일 것 같아서였다. 나같은 ENTP의 사람은 함부로 누군가를 열렬히 찬양하지도 존경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만 잘났다 유아독존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서 쓰여진 책인가가 궁금했고 어떤 것을 담고 있는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은 예상하지 못한 풀이법을 택했다. 

책은 담담하게 역사를 풀이하고 의미를 탐구하기보다는 삼국지와 같은 소설의 서사 방식을 택했다. 한명한명의 인물과 실패의 역사를 더 다이나믹하게 담아낸다. 내가 여러가지 컨퍼런스와 외부에서 보아왔던 인물들이 한명 한명 나오고 그들의 성공과 고민, 그리고 실패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뤄진다. 


서사는 한명한명의 살아있는 생동감을 보여주고, 작은 기업이 성장하고 커지는 과정에서 오해받고 또 극복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안에서 깨달은 점들은 대체로 토스라는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계속 변질되지 않고 원위치로 돌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결국 이런 서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토스팀을 사랑하게 될 것이가를 고민하게 되어버린다. 



총평을 마치고, 재미있는 포인트들 몇가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작년까지 엄청나게 팔린 배민과 마켓컬리의 책들을 발간한 북스톤 출판사이기에 이 책이 잘 팔리고 어떠한 스타트업 성장의 교과서나 찬양하는 글들이 정말로 많을 것이기에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한 포인트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스타트업의 성장방식에 대한 이해 : stay hungry, stay foolish..

초기 스타트업은 제네럴리스트들의 노력에 집중된다. 처음의 가설을 실행하면서 진짜 가야할 길을 찾아간다. 토스의 행운은 대표가 엑시트를 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엑시트가 목표였다면 중간에서 이미 이탈시켜버렸을 포인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당장 버는 돈이 없을 때 투자를 위해서 외형 지표 성장에 애를 쓰거나, 당장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 엑시트를 약속해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넥스트 수익모델에 대한 꿈도 몇번이나 좌절된다. 좌절할 만 한데도 무한으로 시도를 해봐서라도 뭐라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 때 기업이 커지면서 경험많은 외부 PO(특히 쿠팡 출신)들이 들어오면서 이승건 대표가 원하는 어떤 기준에 대해서 서로간의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사내의 사일로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시도할 수 있었다. 초기 제네럴리스트에서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로 조금씩 바뀌어나가는 과정은 제네럴리스트보다는 커머스 전문성 분야에 있어서 커리어패스를 밟고 있는 나에게는 어쩐지 반가운 영역이다. 

그리고 그 다음단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 기술부채와 디자인 표준화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분야에 대한 부분도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약간은 반가웠던 점은 평소에 토스에서 일해본 사람들에게 들은 엄청난 기술부채와 속도에 대한 맹신때문에 시스템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회의적인 시각이 약간은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토스가 인지하고 기술부채를 없애나가고 있다는 점은 이 서사에서 맘에 드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조직이 커지면서 수평적인 조직이 어려워질만한 대목마다 이를 깨버리기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온다. 이름이 공화정인 것 답게 이 부분을 놓쳤다면 토스에 다니는 이들의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지거나 열정에 대한 생산성은 바닥을 쳤을 것이다. 여전히 빠르게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성장방식은 기업의 문화로서 정말 튼튼하게 자리 잡은 문화인 듯한다. 



보통의 대표들이 하는 실수를 다 했지만 좋은 방향으로 극복하려 노력한 이승건 대표

외부에서 이승건 대표의 이미지는 무언가 강렬하다. 어떤 때는 프로파간다를 전파하는 사이비교주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제3의 길을 걷는 아웃라이어 같기도 했다. 마치 스티브잡스처럼 모든 것을 휘어잡고 할 것 같기도 하고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반기를 들 수 없는 리더의 이미지도 소문처럼 돌았다. 

그런데 책에서 만난 이승건 대표의 소소한 실수들을 보는 부분은 나에게는 또 다른 재미였다. 물론 소소한 실수라고 하지만 조직에는 뼈아프게 반복되는 일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속도만을 중시해서 아예 대놓고 스파게티코드를 짜는 것은 용인한다거나,  개발자출신의 PO가 성장을 잘 하고 있음에도 핀잔만 주었다거나,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답시고 디자이너와 PO들에게 온갖 캡쳐를 가지고 와서 쥐잡듯이 잡는 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어디서나 쉽게 발견하고 반복될 수 있는 리더들의 안좋은 점들이다. 

 하지만 그는 밀실행정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C레벨의 이름을 없애버리고, 자신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으면 이에 대한 대신하면서 더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을 세워서 유독 자신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잘 방지한다. 물론 실수로 몇명 정도 퇴사한 뒤라는 작은 힌트들이 있다는 것은 덤이지만, 그래도 그만큼 반성과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점은 정말 기존의 편견을 뒤집는 모습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이승건 대표의 가치관을 담은 회사명인 '비바 리퍼블리카'는 토스가 선포한 비전보다도 더 대표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름이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르 로이 솔레일'이나 '나이트 오브 라운드 테이블'이 아님이 얼마나 다행인가. 누구나 완장을 차고 엄청난 조직의 성공을 이끌고 있을 때 한번쯤 찾아올 거만함과 오만의 시기를 언제나 수평적으로 가져가도록 회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이름 자체가 주는 공화정에 대한 무게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만약 나를 직접 만나서 쏘아부치는 눈빛으로 내 영혼을 다 팔아서 프로덕트를 성공시키는 것에 몰빵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이 책에서 얻은 토스에 대한 애정 정도로는 그만큼의 헌신은 장담할 수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당 리뷰글은 소정의 댓가를 받고 책을 지원받아 지나치게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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