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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an 02. 2023

2022년의 도그냥 이야기

회고라기 보다는 소고


2022년은 여느때보다도 꽤나 정신없이 흘러간 한 해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중요한 일들을 했고, 인생에서 새로운 한 단계에 진입을 준비하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연말이 왔다는 것이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할까.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정리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는 것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21년 10월부터 시작되어 22년 8월까지 진행한 중요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애자일 조직의 스프린트내에서 이슈없이 진행하느냐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내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꼭지점이 되었다.

그런 의미로 2022년 3월부터 정리한 '다른 PO들은 어떻게 일하나'라는 나의 학습 자료는 나에게는 중요한 기본기를 채워주고 내가 해야하는 일을 정리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해외 유튜브 채널의 웹비나나 관련 아티클들도 엄청나게 보면서 키워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자료는 현재도 계속 업데이트 중이고, 가끔 사내에서 동료들에게 브리핑하면서 이 내용을 정리해서 나누고 있다. 하지만, 브런치나 외부에 그대로 자료를 공개할 계획은 전혀 없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책갈피 리스트에 들어가서 썩어가게 할 생각도 없고, 항목의 나열에 불과한 내용들을 내 경험과 소신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그때 하나하나씩 내 글로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차 없이 정돈되지 않은 아티클의 산더미에서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으니까..

내 스터디용 노션 페이지의 목차만 공개!



주문팀의 주요한 3개의 프로젝트와 일하는 방식의 적용

 2022 2월부터는 상품팀과 주문팀을 동시에 하던 것에서 벗어나 주문팀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팀내에 내가 일하는 방식을 정리해 나간 것들을 투영하기 시작했고, 약 10개월 가까이 정리되면서 팀내에 일하는 방식들이 꽤나 손발이 맞아가고 있다. 이에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워크로그를 통해서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애자일 조직 또는 유저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위에서 정리한 내가 일하는 방법을 바꾸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해석으로 시도하며 겪은 찐 경험이었다. 가장 큰 깨달음은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팀별로 일하는 방식을 정의할 수 있는 프로덕트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https://brunch.co.kr/@zigzag/78

 여튼 이렇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가면서 3개의 아주 중요하고 구조적인 변화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년에 걸쳐서 '차세대'라는 이름으로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존의 레거시를 해체하면서 발전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습득한 시간이었다. 물론 성과도 있었고, 연차가 꽉 채워 12년이 된 이 시간에야 드디어 내가 쌓아온 이커머스 주문과 클레임에 대한 지식을 온전하게 활용하며 올바르게 고민한 결과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습관적이지 않은 기획,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하는 기획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종종 반갑게 느껴졌다.



면접, 면접, 면접 + 유튜브

 올해는 정말 연초부터 끊임없이 프로덕트 오너 면접을 봤다. 일일이 서류심사를 체크하고 면접을 위한 질의를 만들었다. 개인 별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에 맞게 질문을 정제하는 것에는 인당 약 40분 정도의 시간을 들였고, 모든 면접에서 우리팀이 정리해온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이해의 간극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총 3명의 좋은 주니어 PO분들을 뽑을 수 있었다. 신입도 있었고 경력직도 있었다.

 그러면서 느낀점들을 바탕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포트폴리오 피드백이라는 이름으로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다. 재밌었고 구독자도 많이 늘어서 좋았지마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길인 것 같아서 열심히 만들었었다.

https://youtu.be/kNgqP_pyxRo

2022년에 열심히 했던 유튜브 콘텐츠들

 


러닝 그리고 임신, 그리고 퀄리티 타임

 2022년 상반기에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러닝'이다. 친한 아웃스탠딩 정지혜 기자님이 러닝을 하는 것을 보면서 '런데이'라는 앱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나 조깅은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였다. 특히 체력장때 하던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나는 미리미리 기록이 잘 되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완주나 목표로 하던 체력꽝인 인간이었다. 그래도 1년넘게 한 필라테스 덕에 기초 체력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고, 날씨가 좋은 봄부터 런데이를 통해서 조용히 티내지 않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3월부터 시작한 달리기가 7월까지 4개월을 하는 과정에서 체력이 정말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느꼈는데 몸이 탄탄해지고 유산소의 위력을 느꼈던 시기였다. 물론 너무 몸이 좋아진 덕에 7월에 갑자기 달리기를 중단할 수 밖에는 없었지만...!!

 왜냐면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내 임신 소식에 우리 부부만 빼고는 다 놀라서 이상했다. 올해 초였던가 정말로 무례한 어떤 스타트업 임원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의 질문은 '그렇게 바빠서 남편한테 밥이라도 한번 차려줘요?"같은 멘트였다. 열심히 일하고 사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듣는 최악의 멘트.. (저런 꼰대와 다르게 우리 부부는 이미 8년차고, 밥은 누가 해다 받치는게 아니라 함께 챙겨가며 먹는 거고 서로의 커리어는 응원해주는 게 좋은 부부다) 이와 비슷하게 매번 들었던 오해는 한번도 딩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딩크족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거였다. '일을 열심히 하니까 애는 당연히 안낳겠지' 라거나 애초에 일을 좋아하니 결혼을 했다고 생각조차 안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런 말들을 했을테니 이해는 한다.

 나 역시 하루하루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끼리 이제는 억지로 노력하진 않더라도 아기가 찾아와주면 낳아도 되겠다는 결론이 좀 모았는데, 그 결론을 내리자마자 그 달에 아기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필라테스와 러닝의 콜라보레이션이 만들어준 행운이지 않았을까. 아기가 찾아와준다는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지만 정말이지 적절한 순간에 와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하반기의 한 3달정도는 입덧이 하도 심해서 토하느라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했다. 먹으면 토하는 토덧이었는데 토하고 지쳐 있느라 개인적으로 생산성도 떨어지고 독서나 기획 업무 모두 부침이 있었다. 시간적으로 임신 자체에 대해서 인지하고 안배해야하는 일들도 많은데 입덧 덕분에 머리 속에 '식사와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가득했고, 속이 항상 쓰려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아기가 잘못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항상 따라다녀서 이동조차 불안해했다. 재택근무였기에 너무 다행이었다. 

 입덧을 약화시켜주는 입덧약을 먹으면 거의 반수면 상태가 지속되어 생산성이 떨어졌다. 이 끔찍한 입덧은 22주가 되어서야 입덧이 멈췄고 임신 5주부터 시작한 토가 17주(4개월)만에 끝났다. 이제는 몸이 굉장히 무겁고 배도 많이 나온 상태다.

 입덧약을 끊을 수 있게 되자,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수월해지고 일에 대한 집중력도 회복이 되었다. 이제는 아기가 팡팡 발로 차서 집중력을 깨고는 하지만, 우리 새싹이에게 미안한건 태교가 전부 일하는 거라는 점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제 좀 살만해지니, 퀄리티 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퀄리티타임은 고요함이었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차한잔과 아티클 한 두개 정도 읽는 지속하는 30분을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재밌게도 결혼 7년만에 겨울 침구를 바꾸면서 이런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강연과 출간, 기고.. 일부러 놓아준 기회들

 몸이 무거워지면서 생산성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가급적 이미 예전부터 약속된 일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강의나 세미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일부 진행하면서,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를 출간했고 그러면서 3주에 한번씩 아웃스탠딩 기고도 멈추지 않았다. 인터뷰나 북토크 등 작가로서 해야할 일들도 성실히 수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 하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아까워할지 모를 좋은 기회들도 일부 놓아주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회사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중요한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 안배가 필요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미 임신으로 인해서 하루에 들어가는 수면시간이나 체력이 크게 소진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스스로를 옭아맨다고 해도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미안한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4번째 책이 계약되어 있는 백도씨 출판사와 기고 시기를 놓쳐버린 중앙일보, 기획 컨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했던 티타임즈에게 제일 미안하다. 일단 출산을 마치고 난 다음에는 다시 기회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대본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와 타인의 성과를 비교하면서 쭈굴쭈굴해지고는 한다. 나도 그렇다. 훌륭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출간작가가 2명 건너 한명은 있다. 그들의 능력과 퍼포먼스를 보면서 나는 아직 멀었구나 혹은 아기를 가진 것이 지금 시기가 과연 옳았을까 고민이 들었다. 아니 어떤 때는 왜 나는 처음부터 잘나가는 테크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지 못했을까까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어차피 내 인생은 내 인생이고, 나만의 장점이 있다. 그 부분에 집중하고 내 상황에서 얻는 것들에 집중하면 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2023년을 맞이하는 가장 훌륭한 자세가 아닐까. 

 2023년에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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