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바꾸려면 인풋을 바꿔야한다
최근 나의 화두 중 하나는 '시들함'이었다.
시들함은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의지도 있지만 쉽게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설명한다.
뭐든 잘하고 싶지만 시들해진 사람은 쉽게 뭔가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한다. 당장 달려들어 할 법한 일도 미뤄두는데 그 미뤄둠에는 거창한 완벽주의도 대단한 우울함도 아닌 잔잔하게 귀찮고 잔잔하게 무료한 상태.
출력을 더 내서 당장 뭔가 해버릴것 같은데 딱히 하지 않는 나 자신덕에 뭔 쓸데없는 숏츠나 딱히 재밌어하지도 않으면서 2시간은 훌쩍 보는 피곤함. 그런 정도의 뜻뜨미지근한 심리상태를 이야기한단다.
인생이 쉽게 쉽게 노잼이 되는 것.
극복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극복하는 노력이 귀찮았다
더 많이 산출물이 나오는 생산적인 삶에 대해서 이상적이라고 규정된 세상을 살고 있기에 어쨌든 애써보려고 했지만 자꾸 더 짜증나는 기분이 들었달까.
무조건 시작이라도 하면 집중이 되던 사람이라 자꾸 강제로 내 멱살을 잡아서 스스로 컴퓨터 앞에 앉혀봤지만 실패한 날도 많았다.
나만의 '킥'을 찾아야한다
시들한 나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영화 인셉션에서는 깊은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큰 충격의 킥이 있어야한다고 했다. 한숨 쉬며 밍기적대기 시작할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로 깨서 들어가야할 때도 킥이 필요한 것 같다. 예전부터 게으른 날 관찰해보니 나의 킥은 '머리감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짜 하기 싫더라도 씻고 머리감고하면 좀 집중이 되었다. 계획따윈 깡그리 무시하는 타입이기에 킥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해석이 되지 않았다.
난 왜 머리 감고 말리느라 시간을 20분은 낭비해야 그나마 집중을 시작할 수 있는걸까. 어쩌다 한번 하던 킥이 매번해도 안될 정도로 시들해졌을 때 이제 뭔가 킥의 원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럴듯한 해석을 하나 들었다. 서구적인 학문에 의한 사상은 아니지만.
사주에 화가 많아서 혈류양이 부족할 수 있으니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필라테스같이 혈류양을 늘리는 활동을 꾸준히 하세요
한가지 해석이 모든 것에 논리를 만들어주는 기분이었다. 무턱대고 그냥 집중잘되니까 뭔가 하자는건 너무 싫었는데 오행에 대한 접근으로 이야기하니까 결국 샤워도 나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혈류를 촉진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왠지 납득이 갔다.
나의 시들함의 해소는 어쩌면 output metric이다. 결과지표이기 때문에 사실 바로 해결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특정행위가 결과값을 좋게 해줬지만 이유를 모르니 그 방법만 사용하고 있었고 그게 더 싫어졌다. 프로덕트에서도 output metric은 여러가지 원인이 되는 input metric의 영향을 받아서 변화된다고 했다. 그리고 원인지표는 컨트롤이 가능한 방법들이 많아야 유용하게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고 액션할 수 있는데 딱 그게 가능해진 느낌이었다.
output metric : 시들함을 물리치고 다양한 일을 한다
input metric : 뇌에 가는 혈류량 높인다.
혈류량을 높일 수 있는 액션에는 무엇들이 있는지 나열해보고 시간과 노력이 적게 드는 것들을 아이데이션 해봤다.
샤워. 총 소요시간 드라이까지 40분
머리감기. 총 소요시간 드라이까지 20분
필라테스 헌드레드. 총 소요시간 2분
러닝. 준비부터 러닝 30분 샤워까지 약 1시간 내외
헬스장. 준비부터 샤워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
따뜻한 차나 물마시기(커피제외) 물데우면 5분 내외
찬물 마시기 1분내
유튜브에서 매트 필라테스. 30분.
이런 생각들이 자꾸 꼬리를 물었다. 다양한 생각과 행동에 명확한 이유가 생기니까 시들함이 조금은 물러가는 기분이다.
사주오행적 관점을 믿느냐고?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행동에 이유를 만들어주니까 효과적으로 나의 시들함에 대응하게 되었다는 점이 좋다.
효과가 있냐고?
플라시보라고 해도 좋은데 몸에 살짝 열기가 오르고 수분감이 오르면 운도 같이 좋아지는 기분이 들면 뭔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결과를 바로 바꾸지 못한다.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실험하는 그 과정자체가 문제해결적 사고이지않을까.
시들함의 최악은 스스로 열의가 없다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자기 전에 가볍게 헌드레드를 하는게 큰 일도 아니지만 조금은 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찾은 기분이다.
참고로 헌드레드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한 영상도 추가. 필라테스를 21년부터 3년가량을 했어서 이 동작만큼은 잘할수록 몸에 훅 열기가 오르는게 느껴진다.
https://youtu.be/uWfOVDqPtuA?si=olK-xYufRDjR8J1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