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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08. 2024

뭣하러 링크드인을 봤을까


오랜만에 영하로 떨어진 제법 겨울다운 겨울. 날씨가 정신 차린 것에 기뻐하며 나름 상쾌한 출근 준비를 했다. 출근은 항상 싫지만 그걸로 우울하긴 내 삶이 아까우니까.

에어팟은 종종 어이없이 한쪽 귀만 충전이 안될 때가 있는데 겉으로는 멀쩡한데 충전 접촉 단자에 기름이 코팅되어 충전이 잘 안되는 거란다. 사람도 비슷하다. 매일매일 신나게 일만하는 워커홀릭처럼 보이더라도 알고보면 인생에 번아웃이라는 코팅으로 마음이 충전되지 않아 아무 외부의 소리도 들리지도 않을 때도 존재한다.

덕분에 오랜만에 열어둔 두 귀는 매일 캔슬링만 당하던 다양한 노이즈들이 가감없이 들어온다. 제법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그런데 나는 이 고요한 안정감이 한순간 날아갔다.

왜 쓸데없이 링크드인을 켰을까

트럼프 당선에 대한 게시글 푸쉬에 들어간 링크드인에서 막상 글이 아닌 영상이라 그건 보지도 못하고 또 다시 넘쳐나는 링크드인의 각종 자랑들이 피드로 연달아보여졌다.


내가 바라는 최고 커리어를 찍고도 이제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

언제 퇴사했는지도 몰랐던 동료의 홀로서기에 대한 찬양과 1인 창업 소식.

지금은 빅테크 기업이 되어버린 온라인 기업 초기멤버 아재들의 밤샘 영웅담과 당시에 대한 그리움.

링크드인에서 성장을 바라면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한끝을 보여쥬려는 사람들.

최근 들어 회사 상황때문에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앙심을 품고 쓴 글들. 구직을 위한 노력의 어려움을 담은 글들.


이 시대의 짠내나는 불안과 애환. 의지와 의도가 가득담긴 커리어 전시를 보자면 모든 질문의 끝에는 내가 다시 떠오른다.

결국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나도 뭔가 링크드인에 자랑하고 전시해야하나?“


이런 생각의 흐름은 어쩌면 유튜브 숏츠보다도 해롭다.

이 세상은 모두의 가장 보여지고 싶은 모습을 전시한다. 마치 풀메이크업하고 전시된 그 모습들을 매일 조금씩 불안과 매일 조금씩밖에 성장하지 못해서 매일이 비슷해보이는 나의 후줄근한 일상과 비교하게 되니 머리속까지 바삭하게 매마르는 기분이다.


나의 삶의 텐션은 촉촉했었는데 갑자기 사막처럼 되었다. 이미 더 크게 올라가지 못한 과거의 선택과 역량의 한계. 그리고 오늘보다 자꾸 저 먼 미래를 걱정하려하면 마음만 무거워질뿐이다.

어쩌면 이조차도 자극적인것은 아닐까.


영하의 상쾌한 공기가 흐르는 아침의 신선했던 내 무브를 깨놓은 링크드인. 후회는 커리어가 아니라 저 푸쉬를 누르고 링크드인 들어간 내 손가락을 해야지.


누구도 아닌 나의 오늘을 살아가야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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