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주변에 퍼지기 시작한 지도 벌써 여덟 달째가 되었다. 일상은 너무나 달라졌고 그중에서도 외출이 참 많이 줄어들었다.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한동안은 진짜 집밥을 해 먹었다.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해 먹고살았나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참 많이도 해 먹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몇 달이나 이어지니, 수시로 장보는 것도, 메뉴 고민하고 설거지하는 것도 지겨워졌다. 점점 배달, 포장으로 먹는 끼니가 늘어났고, 그렇게 선택한 편리함 뒤에는 수북이 쌓인 플라스틱 용기가 남았다.
실제로 지난 8월의 기준일에 발생한 배달음식 쓰레기는 하루에 830만 개로 추정된다고 한다. (배달음식 쓰레기 매일 830만 개... 버릴 때 죄책감 느끼는 시민들) 각 지역 신문에서는 곳곳에 플라스틱 쓰레기 산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며 쓰레기 발생량과 처리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있다.
(출처 : Pixabay)
환경부는 지난 9월 23일,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폐기물 발생량이 심각하게 늘어남에 따라 만든 것으로, 이러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18년 5월에 시행한 ’재활용폐기물 종합대책‘으로 이미 이러한 정책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19년에는 커피 전문점의 빨대 등 1회 용품 사용량이 75% 줄었고, 제과점 비닐봉지도 84%나 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재활용 폐기물 증가 추세가 심화되었고, 상반기의 발생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1.2%나 증가했고, 플라스틱 폐기물의 증가율은 15.6%에 달했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은, 플라스틱 용기 등의 생산-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서 폐기물 발생을 근본적으로 감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22년까지 주요 1회 용품 35%,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을 10% 감축을 목표로 정했으며, 이를 위한 핵심 과제 중에는 포장재 없이 제품만을 구매할 수 있는 '포장재 없는 마켓'의 확산도 포함되어 있다.
포장재 없는 마켓의 확산은 사용자의 관심과 노력이 있으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 배우 류준열의 참여로 알려진 활동 중에 '용기내 캠페인'이 있다. 마트에서 일회용 케이스 등에 포장된 식료품을 구매하는 대신 개인의 용기에 담아 온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주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의 골목을 걷다 보면, 식당 유리창에 '용기내#' 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북구 마을만들기 사업인 '늘좋은'과 주민동아리 '봄봄'이 함께 하는 용기내# 포스터
이 초록 포스터는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된 '늘좋은'팀과 구민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는 대안생활 실천 모임 '나를 돌봄 서로 돌봄, 봄봄'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용기내#’활동으로 붙인 것이다. '#'에는 해시태그와 가게의 두 가지 뜻을 담았으며, 용기를 내어 용기를 가져가서 음식을 포장할 때 담아 오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라고 한다. 회원들은 평소에 사용하는 가게를 방문하여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하고자 하는 가게에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마을 가게에 "용기내#" 포스터 부착
가게들 마다 반응은 다르다고 한다. 용기를 줄이면 가게 입장에서 비용 절감이 되니 반기는 사장님도 있지만, 전용 용기가 아니면 음식의 양을 가늠하기 힘들고, 담는데 시간이 더 걸려서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게도 있는 것이 현장의 상황이다. 어느 쪽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서, 최소한의 노력으로라도 동참해 주기를 부탁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가 언젠가는 0이 될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크게 바뀐 우리의 일상이 예전과 같이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배달과 포장 음식이 익숙해진 만큼, 생산자와 소비자인 우리들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그렇게 해서 재활용 폐기물 증가를 줄일 수 있다면 식생활에서의 편리함을 취하면서도 환경 문제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