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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y 19. 2019

평 당 매출 1위인 서점의 비결?

OTD (Over The Dish) 코퍼레이션의 손창현 대표

밥 먹으며 책 읽을 수 있는 서점?


을지로의 한 허름한 건물. 유달리 화려한 간판이 불쑥 솟아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위대한 게츠비'를 방불케 하는 현란한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보험사 직원 교육장으로 쓰이던 이 곳이 어떻게 수백명의 사람이 방문하는 공간으로 180도 탈바꿈했을까?

여기는 2018년 11월 오픈한 '아크앤북(Arc N Book)' 이라는 서점이다. 아크앤북은 아치(Arch)에서 어원을 따와 사람-책을 잇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서점 곳곳이 아치형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출입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책 터널은 아크앤북의 최고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다.

아크앤북의 책 터널


웅장하고 멋지다는 것 외에, 아크앤북이 추구하는 공간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다른 대형서점들도 라이프스타일과 책을 접목하여 다양한 요소를 즐길 수 있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의식주를 아울러 경계를 허무는 도전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구매하지 않은 서점의 책을 자기 것처럼 레스토랑에 가져가서 읽는다? 음식을 먹다 책에 흘리기라도 하면 어쩔텐가.


아크앤북에서는 가능하다. 고객이 서점에서 찾은 책은 자유롭게 아크앤북 내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으며 읽을 수 있다. 고객이 서점에서 읽다 오염된 책은 출판사로 반품하지 않고 OTD가 매입한다. 이 비용에 대한 부담보다는, 오히려 고객이 서점에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얻는 효용이 더 크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더 조심스레 읽는다고 한다. 


아크앤북의 띵굴마켓 스토어 (출처 : 중앙일보)

또한 서점 한 구석에 띵굴마님의 띵굴마켓을 구성하여, 마치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한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띵굴마켓의 매출 또한 아크앤북의 매출에 한 몫 하고 있다.


아크앤북은 개점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 '돈 되는 서점'으로 거듭났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손창현 대표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사람들이 기존 서점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광고비를 많이 낸 책으로 서점을 도배하다시피 하니까. 이런 접근은 일방향적이다. 우리는 책을 사도록 ‘설득하는’ 서점이 되고자 한다.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큐레이션으로 머물고 싶은 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성수연방 아크앤북의 3.3㎡당 매출액은 아마 전국 서점 가운데 최상위권일 것이다. 아크앤북에 대한 SNS 포스팅 중에는 ‘충동구매’ 해시태그가 많다.” - 주간동아 인터뷰 中


서점에서 패션쇼를?

아크앤북은 2019년 4월, 국내 최초로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는 공간이 가진 기능에 대한 시각적인 측면에서 고정적인 사고 방식을 깨뜨리는 시도였다. 서점의 기존 목적에서 벗어나, '리딩엔터테이먼트'를 실현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책에서 얻은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영감으로 새로운 패션의 가치를 재해석했다. 

아크앤북에서 열린 패션쇼

아크앤북과 콜라보로 선보인 이번 2019 F/W 곽현주 컬렉션은 " ‘BOOK A READ’를 테마로 책을 통해서 느끼는 진심과 본질에 다가가는 역사와 유산에서 영감을 얻어, 헤리티지 감성을 스트릿한 패션에 담아 그 이상의 가치를 표출하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모든 것을 해낸 그, 손창현 대표는 누구인가?

손창현 대표

손창현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딜로이트안진,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삼성물산에서 10년간 부동산개발 일을 하다 2014년 OTD를 창업했다. 부동산 기획자 그는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늘 고민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일할 당시, 폐쇄된 항만터미널 하역장 건물에 카페와 식당이 입점한 후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 것을 목격하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비즈니스를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OTD 창업 후 손창현 대표는 오랜 기간 공실이었거나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을 찾아 숨결을 불어 넣는 프로젝트를 하나 씩 진행했다. 고객이 거의 없던 건대 스타시티 3층, 아크앤북이 자리한 을지로 부영을지빌딩 지하 1층, 최근 개시한 성수연방이 대표적인 예다. 

그의 프로젝트가 연달아 성공하며 OTD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공고히 자리매김 했고, 2018년 기준 누적 투자금은 700억원 매출은 300억원에 이른다. 1년 사이에 매출과 직원 수가 2배가 되었다. 


삶을 갈아 넣어 일하는, '워라블'을 실천하고 있는 손창현 대표, 그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래서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버거운 존재’

OTD가 만든, 성수동 핫플레이스 성수 연방


혼자의 힘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손창현 대표는 좋은 사람을 영입하여 적재적소에 비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마다 그 분야의 최고를 찾아내 ‘어벤저스 팀’을 구성하고, 나는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 손창현 대표

아크앤북을 꾸릴 때는 반디앤루니스에서 일했던 도서팀을 영입했는데, 반디앤루니스는 도서와 함께 음반·문구류를 판매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었다. 또한 대중과 잘 소통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띵굴마님을 모셔서 띵굴마켓을 꾸렸다.  




더 알아보기 - OTD 코퍼레이션은?


셀렉 다이닝(Select Dining)의 선두 기업


셀렉 다이닝이란 레스토랑 큐레이션, 말 그대로 선택된 음식점을 한 건물에 입점 시킨 개념이다. 트렌디한 프렌차이즈 또는 특정 지역 맛집만을 선별한 '힙한 음식점 전시회'라고 이해하면 된다. 백화점 푸드코트는 각기 다른 주방에서 조리하되, 식탁은 공유하는 형태라면 셀렉다이닝의 식당은 각자의 차별화된 브랜드와 이미지를 유지하는 분리된 공간이라는 차별점이 있다. 


홍대의 Over the dish 매장

국내 최초로 F&B 관련 편집숍 ‘셀렉 다이닝’의 개념을 만든 것이 OTD다. 현재 광화문 D타워, 하남 스타필드, 건대 스타시티, 롯데 백화점 등 국내 유수의 대형몰에 입점 중이다. 오래된 공장 부지, 버려진 공간처럼 저평가된 곳을 지역 감성에 맞게 개조하여 문화의 숨결을 불어 넣는 상생 협업의 모델을 추구한다. 

손창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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