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에서 살아남기
바야흐로 스타트업의 시대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나고, 트렌드를 따라가기조차 힘들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창업에 도전하는 지인 수도 부쩍 늘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성공할까?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률 1%
- 카이스트 기업가정신연구 센터장
창업 실패의 요인은 다양하다. 공동 창업자 간 불화, 자본금 부족, 구현이 어려운 아이디어, 미흡한 시스템 등... 특히 첫 창업은 더 어렵다.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정책 대응 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
이런 스타트업을 서포트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 및 마케팅과 홍보 업무 등을 지원하는데, 국내에도 여러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는 어디일까?
Y Combinator(이하 YC)는 2005년 설립된 세계 최고의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다. 액셀러레이터 계의 하버드, 스탠퍼드라고 불린다.
현재까지 1900여 개 팀에 투자했으며, 4000명의 창업자가 포진한 스타트업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YC는 일 년에 두 번 스타트업을 선발하며, 모든 기업에 동일한 가치를 매겨 각각 12만 달러를 투자하고 7%의 지분을 갖는다. 2018년 겨울 시즌 기준, 140개 팀에게 약 180억 원을 투자한 것인데, 이로서 투자 의사 결정의 복잡성을 해소한다. 대표적인 YC 출신으로는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등이 있다.
매 기수마다 7000건의 도전장이 쏟아지지만, YC에 입성하는 기업은 2%, 단 140개. 이렇게 어렵게 선발되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니, 스타트업의 생존 정말 어렵다. 물론 YC에 들어간다고 해도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너희가 잘나서 합격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너희 중 90퍼센트는 죽을 것이다. - YC
끝없는 자극
YC에 합격한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다른 참가 팀도 어마 무시하게 쟁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과의 경쟁은 잠을 줄여가며 일할 지속적 자극제가 된다. YC 또한 '일, 잠, 밥, 운동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최고의 창업가는 바퀴벌레와 같다' 등의 명언으로 참가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거미줄 같은 네트워킹의 장, Tuesday Dinner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자, 투자자들을 만나 매주 저녁 식사를 한다. 창업자 파트너 동문, VC, 상장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자리로 강연을 듣고 사업적 교류가 가능하다. 비하인드 더 신이라는 창업 뒷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창업자와 일의 어려움을 나누는 힐링의 장이기도 하다. 일이 잘되든 잘 되고 있지 않든 고민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 대표들은 외롭다(직원들에게 찡찡거릴 순 없다).
오피스아워
YC의 파트너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만나 조언을 받는 자리다. 같은 그룹의 창업자, 파트너들이 회사 사정 공유하고 한 주간의 성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종의 일대일 튜터링 방식. 사업에 몰두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거나 방향이 틀어지기도 하는데, YC는 끝없는 일침으로 참가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YC 동문 핫라인과 북페이스
‘YC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동문 - 동기간의 연락망이 잘 갖춰져 있다. 조언을 듣고 싶거나, 특정 인력이 필요할 때 어디에 물어볼지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YC는 이미 소통 가능한 채널을 구현해두었다. 핫라인으로 메시지 보내면 직접 메일 전달되고 대부분 바로 답변이 오고, 북페이스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소개해달라면 답변이 즉각 달린다고 한다.
대망의 데모데이
3개월 간의 성과를 쏟아내는 마지막 런웨이다. 팀당 3분 발표 시간이 주어지고, 2일에 걸쳐 진행된다. 데모데이 2주 전부터 피치를 준비하며 YC 파트너가 내용부터 슬라이드 하나까지 피드백을 준다. 발표를 잘하면 투자자가 원하는 스타트업과 즉시 20분간 미팅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매력 어필을 할지, 얼마나 투자를 받을지가 결정되는 승부처다. 그렇기에 많은 창업자가 데모데이를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받는다고 한다.
숫자, 숫자, 그리고 숫자
수치로 증명할 트랙션이 있어야 합격률이 높다. 인터뷰에서도 매출, 성장률, 유저 수, KPI, 장기적 목표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때 합격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업 내에서 ‘숫자’로 소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더라도 세부 숫자까지 전 직원이 인식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 송금 앱 ‘토스’ 대표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전사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주고,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주지 않는다. 단, 매월 회사 매출액이 얼마고, 영업 이익이 얼마인데 당신이 사용한 금액이 얼마다 라고만 알려준다. 자연스럽게 직원은 본인이 지출한 금액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회사의 성장률, 매출 등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숫자’를 기반으로 한 정보 공유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원 라이너 코칭
한 줄로 회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상대방이 이해하는 서비스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YC는 문제 정의를 길게 하면 싫어한다. 추상적이고 거창한 형용사를 제외하고 간결하고 정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어떤 회사든, 그리고 개인에 대해 PR을 할 때도 언제든 적용되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한국 VC와의 차이
한국 VC는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미국 VC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을 지향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 VC 90% 이상이 정부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적인 성격이 크다. 즉, 한국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원하는 비전과 투자 검토 보고서 제출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투자받을 대상과 진출 시장에 따라 PR 방식은 분명 달라야 한다. 한국 VC는 스타트업을 교육 대상으로 생각하는 반면, YC는 조금 더 방임하되 스스로 사업을 알아서 열심히 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좋은 구성원
YC는 몇 명의 공동 창업자가 있으며, 얼마나 친하고 얼마 동안 함께 일했는지 궁금해한다.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등 직무가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평가 기준이다. 물론 리더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리더가 좋은 기업을 만든다. 좋은 리더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이며, 자신보다 훨씬 해당 업무를 잘할 사람을 찾아 앉히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공동의 미션을 중심으로 뭉치게끔 자극을 주면,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단단히 살아남을 수 있다.
인터뷰 관련 기타 정보
면접은 1,2차 혹은 3차까지 가기도 한다. 보통 30분 내로 인터뷰 끝난다.
왕복 항공권이 지원된다.
인터뷰 준비하며 YC 창업자의 영상을 보는 것이 도움된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와 단어를 익히고 인터뷰에 임하자.
현재까지 YC에 입성한 한국 기업은 6군데, 시어스랩, 샌드버드, 미소, 숨고, 심플해빗, 미미박스이다. 그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hy, YC'를 읽어보라.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명언 3개로 이번 글을 마무리코자 한다.
미소 - 빅터칭 대표 (가사 도우미 앱)
일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자발적으로 자문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은 기획자다. 이런 사람은 0에서 200을 만든다.
숨고 - 김로빈 대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능력 공유 플랫폼)
좋은 리더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이다. CEO의 일은 리더의 자리에 자신보다 훨씬 해당 업무를 잘할 사람을 찾아 앉히는 것이다.
심플해빗 - 김윤하 대표 (명상 앱)
미션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은 회사를 단단히 한다. 기회가 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기회는 만드는 것이다.
Y Combinator Paul Graham 포함 4명의 공동 창업자가 시작했다. 최초에는 매사추세츠의 캠브릿지,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마운틴뷰에서 각각 하나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2009년부터는 캘리포니아의 프로그램만 진행되고 있다.
2009년에는 60개 기업 대상 2백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다음 해의 투자 금액은 4배 이상 증가한 8백만 달러 수준이었다. 2011년부터 개별 참가 기업에게 15만 달러를 투자했다. 2014년 Paul Graham은 Sam Altman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주었고, 동년에 Altman은 각 참여 기업에게 12만 달러를 투자하고 7%의 지분을 갖는 것으로 규칙을 조정했다. 그 이후로 YC는 바이오테크, 하드웨어 기업에 대한 업무 제휴를 강화하며 투자범위를 확대했다. 그리고 2016년 YC는 11개 기업을 방문하여 국제 스타트업 생태계를 서포트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나이지리아, 덴마크, 포르투갈, 스웨덴, 독일, 러시아,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이스라엘, 인도)
2015년 7월, YC Fellowship Program을 도입했으며, 이는 메인 프로그램보다 초기에 있는 단계의 스타트업을 겨냥한다.
2015년 10월, YC Continuity Fund를 도입했다. 이 기금은 Y Combinator가 3억 달러 이하의 가치로 동창 기업에 비례 투자를 할 수 있으며, Y Combinator 동창 회사의 후기 단계 성장 자금 조달 라운드를 주도하거나 참여할 수도 있다. 같은 기간 YC는 장기간의 기초 연구를 위한 기금인 YC Research를 도입했다. YC 회장인 샘 알트만은 1천만 달러를 기부하였다.
더 알고 싶다면 ▶ https://www.ycombina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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