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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언니 Sep 20. 2024

와인 한 잔에 담긴 마티스의 예술과 자유

트리벤토 재즈 말벡 x 앙리 마티스 JAZZ


앙리 마티스의 아트 시리즈 와인 



앙리 마티스(Henri Mattise)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산은 초록 색, 바다는 푸른색'


이런 식으로 고유의 색상을 그대로 표현한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그는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대담한 색채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색채의 마술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그의 작품을 두고 괴물, 야수 같다는 비난을 했지만 현재는 형태로부터 색을 해방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고 있어요.


그런 그의 작품을 라벨에 담은 와인이 나왔습니다!

바로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에요.



혹시 옆에 있는 흰색 라벨에 푸른 누드가 그려진 와인을 본 적 있으신가요?


올해 여름에 성시경 와인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앙리 마티스 앨런스콧 소비뇽블랑'입니다.

세븐일레븐 품절대란 와인으로도 유명했죠? 이 와인도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라벨에 담고 있어요. (무려 60만 병이나 판매되었다는데, 실제로 제 주위에도 쟁여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는 이 와인의 뒤를 이은 앙리 마티스의 아트 시리즈예요.


미술, 음악, 와인..

와~ 낭만적인 것들이 모두 모였네요? ㅎㅎ


그럼 이 세 가지가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rt 미술



<JAZZ>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 20점과 그의 생각을 담은 글로 이루어진 아트북 형태의 작품입니다.

이 안에 수록된 작품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종이를 오려 붙여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 새로운 시도의 배경에는 앙리 마티스의 힘든 투병 생활이 있었어요.

77세에 십이지장암 수술을 받은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게 됩니다.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이젤 앞에 앉거나 붓도 들 수 없었죠.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어요. 붓 대신 가위를 잡았습니다.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다
- 앙리 마티스


싹둑싹둑~

가위로 자르는 소리만 들어도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조각가가 돌을 깎아내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마티스는 가위로 색채를 조각하며 작품을 만들어갔습니다.


연필로 그릴 때는 미리 구상을 하거나,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지만, 가위는 곧바로 형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보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입니다. 마티스는 이런 과정이 더 감각적이라고 느꼈을 겁니다.


그는 화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종이를 오리면서 다시 한번 예술혼을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다



종이를 오려 붙여 만드는 제작 방식을 컷아웃(Cut-outs) 기법이라고 부르는데, 마티스는 이 컷 아웃 기법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마티스는 색과 드로잉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었습니다.


드로잉이 형태와 구조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형태를 제한한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그는 색이 단순히 드로잉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컷아웃 기법에서는 색채 자체가 곧 형태가 되었어요! 가위로 종이를 자르는 방식을 통해, 색채를 그대로 사용하여 즉각적인 형태를 만들어냈고 이는 그에게 자유로운 표현의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JAZZ 음악


앙리 마티스는 왜 작품집의 이름을 굳이 <JAZZ>라고 지었을까요?

재즈 음악의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그의 예술적 접근 방식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재즈는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리듬과 즉흥적 변주가 어우러지며 만들어지는 음악입니다.


마티스는 종이를 가위로 오려 붙이면서 즉흥적으로 색과 형태를 만들어냈고, 재즈 음악처럼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재즈는 20세기 초반 새로운 음악의 형태로 활력을 불어넣었고, 마티스 역시 노년기에 건강 문제로 기존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 대신 종이를 자르는 새로운 기법을 선택하며 생명력을 찾았지요.


새로운 시도와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둘은 참 많이 닮았습니다.




<JAZZ>라는 이름을 가진

앙리 마티스 와인



앙리 마티스의 작품 <JAZZ>가 라벨에 큼직하게 새겨져 있는 이 와인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이름 :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

품종 : 말벡 100%

지역 : 아르헨티나 > 멘도사

가격 : 13,900원

판매처 : 세븐일레븐 (*단독판매)


세븐일레븐에서 아트슈머를 공략하고자 출시한 아트 와인입니다.


트리벤토(Trivento)라는 아르헨티나 양조장에서 만든 와인에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콜라보한 PB 상품이에요.

트리벤토(Trivento)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에 위치한 와인 양조장입니다. 말벡(Malbec)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칠레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업체인 콘차이 토로(Conchy y Toro) 그룹의 아르헨티나 계열사이기도 합니다.



그럼 맛은 어떨까요?


뒷 라벨 정보


바디감(질감) : 묵직한 편

탄닌 : 높은 편

산도 : 중간보다 조금 높은 편

향 : 체리, 바닐라, 오크, 코코넛의 풍미


시음 후기


실제로 마셔보니 저는 아주 묵직하기보다는 미디엄 바디 정도의 질감이 느껴졌어요. 실제로 알코올 도수도 13% 밖에 안되더라고요~ (아주 묵직한 풀바디 와인은 13.5% 이상인 경우가 많아요.)


타닌도 입자가 아주 작아서 부들부들하게 넘어갔습니다. 적당한 산미(신 맛)가 은은하게 느껴지면서 가볍게 꿀떡꿀떡 넘어가는 와인이었습니다.


향은 레드베리 같은 화사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바닐라, 오크향이 지배적이어서 무척 쉽고 캐주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와인 자체의 뚜렷한 개성보다는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조화로움, 접근성과 편안함이 돋보이는 그런 와인입니다.




말벡은 초보자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품종 중 하나예요.

개인적인 경험으로 레드 와인 입문할 때,


- 단 맛을 좋아한다면 진판델/프리미티보

- 달지 않은 맛을 좋아한다면 말벡


이렇게 추천했을 때 반응이 다 괜찮었거든요~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카베르네소비뇽은 묵직! 타닌 뽝! 신맛도 뽝! 높다 보니 처음 마시는 분들은 좀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전문가의 평가


제임스 서클링 (James Suckling) 90 Point


제임스 서클링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 중 한 명이예요. 월드 탑 티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의 평가는 100점 만점의 점수 체계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제임스 서클링 점수 시스템

95~100점: 뛰어난 와인 (Exceptional)
90~94점: 매우 좋은 와인 (Outstanding)
85~89점: 좋은 와인 (Very Good)
80~84점: 평균 이상의 와인 (Above Average)
79점 이하: 평균 이하 (Below Average)


90점은 꽤 높은 평가입니다. 특히, 1만 원대 와인이 90점을 받는 경우는 드물어요.


참고로, 제임스 서클링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균형감이 좋은 와인입니다. 

강렬한 와인보다는 와인이 가진 복합성과 우아함을 중요시하며, 신선한 산미와 깔끔한 구조가 돋보이는 와인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성은 강하지 않지만, 조화로움과 균형감이 좋은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페어링 : 음식과의 궁합


한식과 특히 잘 어울리고

불고기, 치킨, 피자, 양꼬치, 햄버거, 타코 등과도 잘 어울린다고 해요.

한 마디로 다 잘 어울린다는 거네요? ㅎㅎ


그래서 저는 간단하게 집에 있는 소시지와 함께 마셔 봤습니다.



와인의 산미(신 맛)와 타닌은 음식의 맛을 더 돋워주는 역할을 해요.

적당한 산미와 부드러운 타닌을 가진 와인이라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릴 것 같긴 합니다.


소시지의 짭조름한 맛과도 나름 잘 어울렸는데, 아무래도 와인의 맛이 강하지 않다 보니 불고기나 좀 더 맛이 강하지 않은 음식과 마시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넌 이름이 왜 <JAZZ>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재즈 페스티벌>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는 재즈의 계절로 일컬어지는 가을을 맞아 전략적으로 선보인 상품이기도 합니다. 매년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와인이라니 더 의미가 깊네요~  


이 와인에 앙리 마티스의 JAZZ를 접목한 이유는 마티스의 작품과 재즈 음악이 지닌 즉흥성, 자유로움을 와인의 특성과 연결시키고자 함이 아닐까요?


즉흥성

'아.. 와인 한 잔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 부담 없이 바로 한 병 사서 마실 수 있는 와인


자유로움

부드럽고 무난해서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고,

언제 어디서나 격식 같은 거 차릴 필요 없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그런 와인


재즈 음악 한 곡 틀어놓고, 집에서 흥얼거리며 마셔봐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와인의 매력 중 하나가 함께 말할 거리, 즉 스토리가 있다는 건데요,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는 이야깃거리가 정말 풍부해요. ㅎㅎ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할 때도 마티스의 작품과 재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먹함이 가시고 한층 더 분위기가 부드러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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