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한가한 어느 주말 오후 시간이었다.
그날 나는 여섯 살 된 아들과 함께 집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고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회사와 가정 사이 균형 잡기를 시작하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에는 온전히 그 시간에 몰입하기로 하였지만, 아직까지는 마음 한 구석에 어떤 압박과 걱정이 있었다. 업무의 스트레스와 가장으로서의 책임으로 인해 나도 알게 모르게 내면은 피로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문득 생각은 업무 생각을 하는 때가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얽혀있을 때, 아이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어린 눈동자는 잔잔한 호수처럼 차분한 느낌을 주었고, 마치 이런 나의 고민과 불안을 공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빠~ 무슨 생각해요?? 공에 집중해야지~"
배시시 웃으며 아이는 나에게 이야기했다. 단순히 공을 왜 놓쳤냐는 아이의 질책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날 그 순간 나에게는 아이의 그 작은 입에서 나온 그 한마디가 크게 다가왔다.
아이와 공원에서 하는 단순한 공놀이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더구나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노라고 마음 굳게 다짐했었지만 어느새 집중하지 못하고 있던 나였다. 그랬기에 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아이의 한마디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마디가 되었다.
그동안 가정과 업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그 주말 했던 행동과 이야기로 나는 혼자 힘들어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여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지만 그런 아이도 나와 함께하는 짧다면 짧은 그 순간에 집중하고, 평일에는 아빠가 혹여 늦더라도 단 한 번도 보채거나 울지 않고 밝게 웃으며 나의 귀가를 반겨주는 아이의 모습에서 이제는 아이 역시 나를 이해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린 마음의 이해를 통해 나는 동시에 내가 너무 혼자서만 고민하고 힘들어했음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가정과 업무를 위해 희생하는 나 자신을 깨우치고, 같은 시간 아이와 아내도 나를 위해 본인들도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기다리고 집중해주고 있음이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아이가 나에게 보여주는 행동들은 나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었고 그것은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그 선물을 통해 나는 더 나은 아빠이자 남편으로 성장하고자 결심했다.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의 어린 마음의 순수함을 배우고, 지금의 소중한 순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간직할 것이다. 나의 가족들과 함께 나아가며, 어려운 일상 속에서도 함께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