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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Oct 04. 2024

아내의 한마디

단순함 속에 감춰진 진리

바쁜 일상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때론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여보지만, 막상 돌아보면 공허함이 밀려온다.

매일 아침 정신없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도착한 사무실에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와 있다.


집에 돌아가면 반겨주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고,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면 하루 동안 어질러진 집을 정리한다. 아이들을 재운 후에서야 겨우 한숨 돌릴 틈이 생긴다. 이 시간이야말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자, 아내와 단둘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밀렸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려 해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조바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집중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결국 아쉬움만 남은 상태로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다.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한데, 뭘 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모든 상태에서 허둥지둥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최근 이런 답답한 마음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동안 스스로 돌아보지 못했던 현실과 마음속 이상 간의 괴리감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나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4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의 나는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었고, 나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 속에서 그때의 나와 스스로를 비교하며 쫓기고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내 말을 듣더니 한마디를 건넸다.

오빠. 하고 싶은 게 많겠지만 지금은 다 할 수 없어. 당장 눈앞에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해봐."


그렇다.

조급해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당장 원하는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순한 진지리만, 나에게는 이보다 더 중요한 깨달음이 없었다. 결국 답은 언제나 가까이 있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비록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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