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주도 좋아.

꿈에.

by WineofMuse

3월 중 평일 4일 정도 제주도를 갈 계획이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이상하게 나는 월드컵이 있는 해에 제주도를 가고 싶어 하는 난치병 같은 게 걸린 거 같아.

4년 전에도 이랬어.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 날 혼자 숙소에서 지독한 독감과 고열, 혼절할 지경으로 축구를 보며 나지막하게 환호를 질렀어.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편하게 축구나 보고 있을걸.

절절한 애국심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승리의 기쁨으로 흘렸으면 좋았을 눈물

눈알에는 그저 의미 없는 물이 즙처럼 흐르던 밤

제주도를 걸어서 한 바퀴를 돌겠다며 바리바리 싸들고 왔지만 한 발 짜욱도 내딛지 못하고 숙소에서만 3일 밤을 보냈어.


내가 그러면 그렇지.

비하의 정점을 찍고 듣지도 않는 항생제에 매달려 새벽에 겨우 기어 나왔어.

살아야지.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편의점 튀김우동 하나와 삼각김밥을 뜨겁게 데웠지.

먹고 체했어.

나란 마흔은 독감에 걸린 데다 체하기까지 한 인간으로 한층 진화했어.

아프고 또 아픈데 더 아프기까지 해 버린 거야.


이번에는 다를 거야.

한적한 곳에 숙소를 잡고 어슬렁 거리며 산책을 할 거야.

내 영역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간격만 도전할 거야.

길에다 쉬야를 하며 갈 수는 없으니까 모퉁이마다의 작은 돌이나 나무 잊힐 수 없는 모양을 기준으로 기억할게.


하나로 마트가 있다면 좋을 거 같고 저녁마다 아무런 횟감이나 세일하기만을 기다릴 계획이야.

횟감을 기다린다고 하니 한 마리 고양이가 된 것 같지만 나는 그 작자가 가진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어.

고양이와 나의 공통점이라곤 수염이 난다는 것 정도에 그칠 것 같아.

아니면 화가 나면 할퀸다던가.

제주도를 한 바퀴 돈다거나 하는 거대한 꿈을 꾸지 않을 거야.

깔아 두었던 올래패스 어플 안에 적립한 2만 원은 잊기로 했어.


어느 방향의 바다라도 좋으니까.

바다를 보면서 횟감에 화이트 와인 한잔할 거야.

내 아무리 비루해도 와인잔 아닌 곳에 와인을 마시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거야.

다이소를 들러서라도 스템이 없더라도 잔의 구색은 갖춘 잔에 와인을 마셔야지.

그게 최선의 선이니까.


하늘이 까매지면 이불 안으로 들어갈래.

이불 안에서 다시 걸어볼래.

혹시 알아.

걷다 보면 잃어버린 내 꿈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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