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는 어떻게 써야 할까?
요즘 특히 느끼는 것이지만, 와인 글라스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매우 높아진 것 같다. 한 개에 몇 십만원은 훌쩍 넘는 크리스탈 재질 상품도 많이들 구매하시고, 문의를 하신다. 여러가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많이 수입되고 있다.
와인을 담는 글라스의 중요성은 깊게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글라스의 재질, 핸들링의 차이에 따라 와인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다. 프리미엄 제조사들은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엄청난 노력으로 품종별, 산지별 글라스를 따로 제작하여 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글라스를 사용해야 하며,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까?
글라스의 종류를 구분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와인 잔은 이산화규소를 베이스로 여러가지를 배합하여 만들어낸다. 중, 저가 브랜드의 경우 산화나트륨, 산화칼슘을 넣어 만들지만 비교적 두꺼워 향의 집중도와 섬세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현재 고가 브랜드는 산화바륨, 산화아연, 산화붕소, 산화티타늄 등을 배합하여 만들어낸다. 매우 얇게 뽑아내는 것이 가능하며, 그만큼 와인을 마실 때 입술 부분에서 잔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단점이라면 매우 고가이며 관리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
재질에 대한 구분은 참고 사항이다. 외울 필요 없다. 하지만 진짜 알아야 할 부분은 바로 아래의 내용이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의 종류에 따라, 그 스타일에 맞춘 글라스를 꼭 사용해줘야 한다. 와인이 가지고 있는 풍미와 특징을 잘 살려내기 위해서는, 각각에 최적화된 글라스가 필수이다.
부르고뉴로 대표되는 섬세하고 아로마틱한 스타일의 와인들은 넓은 잔을 사용한다. 공기의 유입량을 조금 더 늘리고, 향이 글라스를 통해 조금 더 증폭될 수 있도록 넓은 잔을 사용한다.
반면, 보르도로 대표되는 강하고 단단한 스타일의 레드 와인은 조금 더 향의 집중도를 높이고 공기와의 접촉을 제한함으로써, 바디감과 강한 강도를 더 느낄 수 있도록 좁고 긴 잔을 사용한다.
화이트 글라스는 대부분 일반 글라스 혹은 그 사이즈보다 작은 잔을 사용하여,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대부분 차가운 온도로 마시기에, 온도 손실을 방지하고자 일부러 작은 잔을 사용한다.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다양한 글라스가 있으나, 대부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플루트(Flute)라고 불리는 형태의 잔이다. 기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좁고 긴 잔을 사용한다.
2000년대 후반 와인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와인 글라스는 절대 세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와인 글라스에 향이 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때 정말 난감한 상황들이 많다. 글라스를 관리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식사하면서 묻은 기름기, 화장품 등은 정말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만 건조한 상황에 글라스를 배치하면 바로 눌러 붙어버린다.
글라스를 닦을 때, 세제는 필수이다. 다만 향이 첨가된 세제는 피해야 하며, 무조건 중성 세제를 사용하자. 그리고 베이킹 소다와 같이 연마 기능이 있는 세제는 피하자. 엄청난 흠집이 날 것이다.
스펀지의 경우 무조건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여야 한다. 필자가 주로 애용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따뜻한 물로 우선 기름기를 불린다.
- 세제와 부드러운 스펀지를 이용하여 오염을 닦아낸다.
- 다시 따뜻한 물로 한번 헹궈낸다.
- 마른 린넨을 이용하여 물기를 한번 닦아낸다.
여기서 한가지 팁이 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글라스가 정말 얼굴이 비칠 정도로 번쩍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걸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다만 매번 해줘야 한다. 그래야 번쩍거림을 느낄 수 있다.
- 마른 린넨으로 물기를 닦기 전에, 별도의 뜨거운 물을 준비해둔다. 커피포트로 미리 끓이면 좋다.
- 뜨거운 물에서 나오는 김을 잔에 씌우듯이 골고루 쏘인다.
- 그 상태에서 린넨으로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닦아낸다.
- 이 것을 반복한다. 그럼 정말 반짝반짝 해질 것이다.
뭐 주부 분들이야 워낙 잘 아시는 방법이겠고,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수 있지만, 참고하면 글라스를 정말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