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구주 매각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by 꽃돼지 후니

요즘처럼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냉각되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창업자가 자신의 구주를 일부 매각하는 행위를 두고 곧바로 ‘먹튀’로 해석하는 시선은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구주 매각은 단기 이익 실현이 아닌, 창업자의 정당한 보상과 생존을 위한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


창업자는 회사를 세우고, 자금도 없이 팀을 꾸려 밤낮 없이 일하며 수년간 견뎌낸 사람들이다. 투자금은 대부분 회사에 들어가고, 창업자는 자산이 있어도 현금은 없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자가 경제적 안정을 갖고 더 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일정 단계마다 구주 매각을 권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장기 경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상장 직후 대규모 스톡옵션 매각 사례처럼, 신뢰를 저버린 행위 때문에 ‘구주 매각 = 먹튀’라는 인식이 굳어졌지만, 모든 구주 매각이 같은 프레임에 묶여선 안 된다. 문제는 매각 시점과 투명성, 소통의 방식이지, 매각 행위 자체가 아니다.


창업자의 구주 매각은 때때로 회사 생존과 투자 유치 전략에 중요한 촉매가 되기도 한다. 구주 매각을 통해 초기 투자자에게 엑시트 기회를 주고, 핵심 인력에게 인센티브 자금을 돌리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투자자들도 이런 유연한 구조 속에서 더 나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창업자가 단기 차익만 챙기고 책임에서 손을 떼는 경우는 분명 문제다. 그러나 그런 소수의 사례만 보고 창업자 전체를 폄하하거나, 정당한 보상 기회를 봉쇄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투명한 설명, 합리적인 구조,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다.


이제는 부정적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구주 매각은 창업자의 몰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회사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신뢰와 절차적 건전성을 전제로 한 구주 매각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위기일수록 더 정당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선택이다.


창업자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

회사가 상장을 앞두거나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의 구주 매각’은 늘 논란이 되곤 한다. “대표가 회사를 팔고 빠지려는 거 아니냐”, “돈만 챙기려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이 시선은 표면만을 보고 하는 오해일 수 있다.


창업자는 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키운 사람이다. 가족의 생활비를 줄여 종잣돈을 만들고, 신용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제품을 만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시절에도 꿈 하나로 회사를 이끌었다. 이 여정에는 수많은 실패와 희생이 동반된다.


그런 창업자가 일부 지분을 구주 형태로 매각하는 일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회사와 투자자, 창업자 모두에게 필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제는 그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구주 매각의 의미: 단순한 엑시트가 아니다

구주 매각은 창업자가 보유한 기존 지분을 신규 투자자에게 매도하는 행위다. 이로 인해 회사로 신규 자금이 직접 유입되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1) 창업자의 금전적 회복

초기 창업자는 회삿돈이 아닌 자신의 사재로 모든 걸 시작했다. 급여 없이 몇 년을 버티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융통한 자금을 직원 월급으로 썼다. 구주 매각은 이런 사업 초기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다.


2) 지분 분산 효과

상장 전 창업자 1인의 지분 집중은 거버넌스 리스크로 해석되기도 한다. 구주 매각은 유의미한 지분 분산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 기반을 만들 수 있다.


3) 심리적 안정과 경영 몰입

창업자는 늘 “혹시 실패하면 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구주 매각을 통해 심리적 완충 장치를 확보하면, 오히려 중장기적인 경영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시장의 오해: 구주 매각 = 돈 벌고 빠지기?

‘구주 매각’이라는 단어는 시장에서 너무 자극적으로 소비된다. 특히 언론과 일부 투자자들은 이 행위를 “창업자가 수익을 실현하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사례: B사 창업자의 구주 매각 이후 경영 강화

B사는 상장을 앞두고 대표가 보유한 일부 구주를 매각했다. 시장은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해당 창업자는 매각 후 오히려 전사 R&D 예산을 증액하고, 주요 기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구주 매각으로 개인적으로 안정을 확보한 그는 단기 실적이 아닌 장기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의사결정 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상장 후 2년 간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고, 투자자들 역시 “창업자가 진짜로 회사를 더 키우려는 사람이었다”는 평을 내놓게 되었다.


창업자의 집중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만든다

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의 에너지와 결단에서 나온다. 창업자는 기업의 철학과 방향, 속도와 인재 문화를 모두 만들어가는 중심축이다. 그런데 매 순간 ‘재무적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리더가 진정한 전략을 설계할 수 있을까?


구주 매각은 창업자에게 정서적·경제적 안정감을 주고, 장기적인 비전 수립을 위한 심리적 여유를 제공한다. 이것이야말로 투자자에게도 긍정적이다. 돈을 벌기 위한 단기 회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회사를 키울 수 있는 대표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창업자, 회사, 투자자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

구주 매각은 잘못된 것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창업자에게 숨을 틔워주는 하나의 방식이고, 회사를 보다 건강한 구조로 전환하는 기회다.


우리는 이제 이 행위를 ‘회사를 떠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더 오래 회사를 경영하기 위한 준비’로 바라봐야 한다. 창업자는 이제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펼칠 수 있는 무대를 갖게 되는 것이고, 투자자들은 그 안정성에 기반해 신뢰를 갖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자 수익률 모두를 고려한 균형 잡힌 구조로 이어진다.

창업자의 구주 매각을 건강하게 이해하는 사회적 시선이 자리 잡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함께 성장하는 시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가 바꿔야 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보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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