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머니 시대에 누가 신뢰를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달러가 디지털로 무장하는 순간 금융의 권력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의회를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도권 안에 편입시켰다. 달러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금융 패권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누가 화폐의 신뢰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 최재홍 교수와 박민수 부회장은 핀테크, 디지털자산, 플랫폼 산업을 연구하고 실행해온 실전 전문가로서 스테이블코인을 기술의 진화로만 보지 않고 “신뢰를 디지털로 제도화하는 도구”이며 각국이 이를 통해 금융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정치 경제적 무기로 정의한다. 저자들은 “화폐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로 보고 금융관계자, 발행자, 정책 담당자에게 ‘행동 지침서’를 제시한다.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 법안을 통해 민간 발행사(페이팔, 서클 등)와 제도권 은행을 연결하며 ‘민간 주도+규제 보완’이라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카MiCA 법으로 발행과 유통을 분리해 리스크를 제도 안으로 흡수했다. 일본은 신뢰를 핵심 가치로 삼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은행과 대기업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했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하며 금융의 국가통제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네 가지 모델을 분석하며 “화폐 질서의 중심이 종이에서 코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도와 정책은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가상자산의 하위 개념에 묶여 있고 규제는 모호하다. 저자들은 “한국이 대응하지 않으면 원화는 단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로컬 화폐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세 가지 키워드로 해법을 제시한다. 제도 정비, 민간 혁신, 글로벌 확장이 동시에 필요하다.
첫째, 제도화의 속도전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한국은행의 준비금 관리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시스템을 통합하는 운영체제이자 결제망이다. 따라서 법적 틀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은 민간 플랫폼의 독점 구조로 흘러간다. 둘째,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 모델이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두나무 등 빅테크 기업과 주요 시중은행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야 한다. 공공은 규율을 담당하고 민간은 혁신을 담당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글로벌 확장 전략이다. K-콘텐츠, K-게임, 무역 결제 등 실물 경제 영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사용하는 모델을 수출해야 한다. 저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산업만의 주제가 아니라 수출 산업의 새로운 결제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스테이블코인의 구조를 설명하는 기술서가 아니다. 실제로 ‘어떻게 발행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를 다루는 실행 매뉴얼에 가깝다. 저자들은 은행과 발행사가 당장 검토해야 할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준비금 관리, 신탁 구조, 회계 처리, 규제 대응, 발행 모델별 리스크 시나리오까지 실무형으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발행형은 자본금 요건과 투명성이 핵심이고 결제형은 송금 인프라와 회계 기준이 중요하다”고 구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기술보다 제도와 거버넌스의 속도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제도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은 기술보다 제도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금융당국, 국회, 한국은행이 뒤늦게 움직이는 사이 이미 미국과 일본은 제도, 시장, 플랫폼을 일체화한 모델을 구축했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금융기관과 발행자에게 주는 구체적 지침이 이어진다. 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봐야 한다. 신용 창출 기능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설계하면 투명성, 속도, 비용 면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얻는다. 발행자는 자본금 요건, 준비금 운용, 컴플라이언스, 글로벌 확장 전략 등 실행이 가능한 금융 모델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투자상품으로 본다면 이미 늦었다”며 “그것은 금융의 새로운 인프라를 설계하는 싸움”이라고 경고한다.
책의 후반부는 인공지능 시대의 스테이블코인을 다룬다.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금융 행위를 대신하는 ‘에이전트 경제A2A’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인간과 기계가 함께 사용하는 공통의 화폐 언어가 된다. 자동으로 보험을 가입하고 투자를 리밸런싱하고 해외 결제를 최적화하는 알고리즘 뒤에는 결국 “어떤 디지털 화폐를 기본값으로 쓸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저자들은 인공지능 시대의 금융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금융의 심장이라며 지금의 선택이 향후 10~20년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금융관계자, 정책 입안자, 발행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금융인의 시각에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의 기회, 정책 입안자의 시각에서는 제도의 속도전과 거버넌스 설계, 발행사의 시각에서는 실제 비즈니스 로드맵을 제공한다. 이 책은 비트코인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장을 넘어 디지털 화폐의 제도화가 가져올 실질적 변화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발행과 운영 로드맵을 5단계로 나누어 자세히 알려주는 실무서!
이 책이 기존 스테이블코인 책들과 가장 차별적이고 실무적인 부분은 발행과 운영에 관한 로드맵이다. 저자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최소한 다음 단계들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1단계는 전략 수립이다. 우리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국내 결제 혁신, 해외 송금, 법인 정산, 새로운 수익 모델 등)를 구체화하고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설계한다. 2단계는 거버넌스와 조직 설계다. 내부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리스크와 준법 감시와 IT와 사업부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의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소재를 정리해야 한다. 3단계는 준비자산과 발행 구조 설계다. 준비금(법정화폐 예금, 국채, 단기 우량채, 현금성 자산 등)을 어떤 비율로 구성할지, 별도 신탁 계정을 둘지, 은행과 어떤 계약을 맺을지, 상환 환매 조건을 어떻게 설계할지 구체적으로 정한다. 4단계는 규제와 감독 커뮤니케이션이다. 금융당국, 한국은행과 사전 협의를 통해 어떤 법적 틀 안에서 발행할지, 리포팅과 공시와 감사 체계는 어떻게 맞출지 조율한다. 5단계는 파일럿과 점진적 확장이다. 초기에는 제한된 사용자와 거래 규모로 테스트하고 기술 안정성, 준비금 운용, 리스크 관리가 검증되면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택한다.
이 책은 발행 로드맵을 단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례와 함께 풀어준다. 예를 들어 어떤 구조에서는 준비금 투명성이 높지만 수익성이 낮고 또 다른 구조에서는 운용 수익은 나지만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식으로 트레이드오프를 설명한다. 발행사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맞는 구조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얻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금융기관 입장에서 ‘생존 전략서’에 가깝다. 저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인은 앞으로의 디지털 금융에서 핵심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예금, 대출, 결제, 송금, 자산운용 등이 점점 온체인(온체인 정산, 토큰증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등)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을 묶는 디지털 결제와 정산의 표준 레이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것인지, 아니면 인프라와 서비스 레이어에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따라 옵션과 전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정책당국과 규제기관에도 유용하다. 저자들은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금융안정, 외환관리, 금산분리, 자본시장 규제와 맞물려 복잡한 지점을 짚으면서도 “과도한 불확실성이 혁신을 막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안전장치를 전제로 은행 중심의 제한적 도입 후 점진적 확대라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한다. 실제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국내 거래소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 비중 증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쟁까지 실제 사례들을 인용하며 한국이 직면한 선택지를 설명한다.
저자들은 “스테이블코인 레볼루션은 단순한 금융 트렌드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 변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대형 금융기관과 빅테크 기업만의 몫이 아니라 실무자와 리더, 발행사와 규제자, 기술 제공자와 스타트업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 과제라고 강조한다. “혼자서는 어렵다. 컨소시엄 네트워크가 도입 위험을 낮추고 학습 속도를 높인다”는 대목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