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회사를 향한 여정
서울 여의도의 높은 빌딩 숲 사이, F사의 본사 건물 43층 임원실에서 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30년의 직장 생활, 그리고 마침내 이룬 부사장이라는 자리. 겉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 없는 성공가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주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까?"
매일 아침 로비에서 마주치는 직원들의 표정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화려한 실적 뒤에 가려진 그들의 지친 눈빛, 야근이 일상이 된 사무실의 불빛들. 나 역시 이렇게 달려왔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들을 이렇게 달리게 만든 장본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깨달음의 순간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임원 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15% 성장했습니다. 특히 신사업 부문에서..."
숫자와 그래프가 오가는 회의실에서 문득 30년 전 신입사원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나의 첫 상사였던 김 전무님의 말씀이 귓가에 울렸다.
*"후니 군, 회사가 뭐라고 생각하나?"*
*"네? 아... 돈을 버는 곳입니다."*
*"회사는 사람이 자아를 실현하는 곳이야. 돈은 그 결과로 따라오는 거지."*
그때는 그저 진부한 조언으로 들렸던 말이, 이제야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우리는 언제부터 수치와 실적만을 쫓아 영혼을 잃어버린 걸까?
도반과의 만남
변화의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창립 기념일 행사에서 만난 정 이사와의 대화가 그것이었다.
"부사장님, 제가 요즘 고민이 있습니다. 우리 팀원들이 너무 지쳐 보여요. 실적은 좋은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그의 말에서 나는 같은 고민을 하는 동반자를 발견했다. 우리는 그날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의 본질적 가치, 구성원들의 행복, 그리고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며칠 후, 나는 각 부서의 팀장들을 불러 모았다.
"여러분,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지 않겠습니까?"
처음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점차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리만의 Way의 발견
우리는 매주 목요일 아침, '행복한 회사 만들기' 프로젝트 모임을 가졌다. 임원과 팀장, 그리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희망한 직원들이 함께했다.
처음 시도한 것은 '영혼의 시간' 제도였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는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를 지양하고, 각자 자신의 업무와 삶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정했다. 놀랍게도 이 한 시간의 여유가 업무 효율을 크게 높였다.
두 번째로, '도반 멘토링' 제도를 도입했다. 직급과 부서를 넘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조언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업무 멘토링이 아닌,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과정이었다.
변화의 물결
1년이 지난 후, 회사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났다.
퇴근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업무 효율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각자의 시간에 충실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시간에는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신입사원 교육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스킬과 성과만이 아닌, 각자의 존재 가치와 미션을 발견하는 과정을 포함시켰다.
"우리 회사가 달라졌어요. 이제는 아침에 출근하는 게 즐겁습니다."
한 직원의 이 말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오늘도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한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다. 로비에서 마주치는 직원들과 진심 어린 눈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실적?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여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영혼이 있는 조직에서 진정한 성과는 저절로 따라오는 법이다.
나의 Way는 이제 분명해졌다. 그것은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영혼을 잃지 않고, 각자의 Way를 찾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이제 든든한 도반들이 함께하고 있다.
가끔 신입사원들이 묻는다.
"부사장님,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자네의 영혼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게. 그리고 동료의 영혼도 함께 보살피게."
이것이 30년 직장 생활이 내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이자, 나의 Way이다. 우리는 여전히 그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