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주체들이 본격적으로 가동
한국의 금융 시장은 지금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나 플레이어 교체가 아니다. 금융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최근 네이버·두나무의 결합, 글로벌 거래소의 국내 진입, 그리고 전통 금융그룹인 미래에셋의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움직임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변화의 본질은 하나다.
금융이 더 이상 은행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사실상 두 개의 축으로 움직여 왔다. 업비트와 빗썸이라는 양대 거래소가 시장점유율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는 혁신의 결과라기보다는, 제도 미비와 신규 진입 장벽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결합을 통해 업비트를 손자회사로 편입하며, 단순한 거래소 지분 투자가 아닌 플랫폼 기반의 웹3·금융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다. 향후 5년간 10조 원이라는 투자 계획은 이 움직임이 단기 실험이 아니라 장기 전략임을 분명히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통해 한국 시장에 사실상 재진입했고, 이제 전통 금융의 상징적 존재인 미래에셋그룹까지 코빗 인수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아니라,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들은 모두 자본력·신뢰·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한 플레이어들이다.
자본과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의 진입은 시장 구조를 빠르게 바꾼다. 독점적 구조는 깨지고,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거래소 간 점유율 변동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의 질과 금융 경험의 변화로 이어진다.
과거 가상자산 거래소 경쟁은 수수료 할인, 이벤트, 상장 속도 같은 제한된 요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 경쟁의 무대는 완전히 달라진다.
전통 금융과 결합된 자산관리 서비스
기관·법인을 위한 커스터디와 결제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크로스보더 송금
AI·플랫폼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금융 서비스
이러한 경쟁은 자연스럽게 정부 규제의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시장이 커지고, 플레이어가 다양해질수록 규제는 통제 중심에서 관리·조정 중심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와 국회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국경이 없다. 자본, 기술, 유동성은 규제가 허용하는 한 가장 효율적인 시장으로 이동한다. 한국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바이낸스의 진입은 단순한 한 기업의 사례가 아니다. 이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자본과 기술이 결합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와 잠재력을 갖췄다는 신호다. 여기에 네이버·미래에셋 같은 국내 대표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한국은 더 이상 ‘로컬 가상자산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 후보군으로 올라서고 있다.
해외 플레이어의 유입은 경쟁을 더욱 가속화한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서비스·보안·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도록 압박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부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결국 소비자가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수수료는 낮아지고, 접근성은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금융 상품의 유통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은 이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송금은 더 빠르고, 국경의 의미는 약해진다
결제와 정산은 실시간에 가까워진다
자산은 쪼개지고, 누구나 접근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복잡한 금융 절차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금융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인프라가 된다. 지금의 전통 금융 시스템이 가진 시간 지연, 중개 비용, 불투명성은 빠르게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지금 진행 중인 변화는 하나의 결론을 향한다.
금융 생태계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은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만이 금융의 출발점이 되는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플랫폼, 거래소, 글로벌 네트워크, 그리고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이 결합된 새로운 금융 인프라는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네이버·두나무, 바이낸스, 미래에셋의 사례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금융 생태계의 대전환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플레이어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 끝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다.
금융은 더 개방되고, 더 글로벌해지며, 더 일상적인 것이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전통 금융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