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밟힌 쪽으로

by 꽃돼지 후니

길은 늘 둘이었다
정확히는
보이는 길 하나와
보이지 않는 길 하나


사람이 많은 쪽은
늘 이유가 분명했고
덜 밟힌 쪽은
늘 설명이 부족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길을 고른다는 건
용기라기보다
수많은 망설임을
혼자 견디겠다는 뜻이라는 걸


누군가는 말했겠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피해도 되었고
넘기지 않아도 되었으며
맡지 않아도 되었을 일들이었다고


나도 가끔은 생각한다
조금만 비켜섰다면
조금만 늦게 결정했다면
조금만 모른 척했다면
지금의 나는 더 편했을까


하지만
편한 길에는
나를 단단하게 만든 기억이 없었다

덜 밟힌 길에는
실수도 있었고
후회도 있었고
밤새 스스로를 설득하던
조용한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안다
잘못된 길은 없다는 걸
다만
선택 이후를
끝까지 살아내느냐의 문제라는 걸


나는 오늘도
갈림길 앞에 서면
묻는다

이 길이 옳은가가 아니라
이 길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그리고 다시
사람이 덜 간 쪽으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발을 옮긴다


그 선택이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덜 밝힌쪽으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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