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굳이 한국을 찾는가
“굳이 한국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에릭 트럼프를 포함해 글로벌 토큰·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다. 미국에서 규제도 정비되고, 자본도 풍부하며, 시장도 훨씬 큰데 왜 굳이 한국인가. 단순한 컨퍼런스 일정이나 이벤트 때문이라고 보기엔, 이들의 ‘방한 러쉬’는 점점 더 잦아지고, 메시지는 점점 더 전략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크립토 시장에서 여전히 ‘작지만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토큰 프로젝트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이 단순한 투자 시장이 아니라 가장 까다로운 실사용 검증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 접근 속도가 빠르고, 기술 이해도가 높으며, 동시에 극도로 냉정하다. 단순한 백서나 스토리텔링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에릭 트럼프가 말한 “한국처럼 금융 시스템이 발달한 국가에서도 디지털 자산의 수요는 효율성에서 나온다”는 발언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한국에서는 ‘없어서 쓰는 금융’이 아니라, 이미 있는 금융보다 더 나은지를 묻는다.
정산 속도가 실제로 빨라지는지, 수수료가 체감되는지, 기존 금융 대비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따진다.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는 모델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은 여전히 크립토 프로젝트들에게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 베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아직 명확한 크립토·토큰화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족쇄지만,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겐 미래 전략을 설계해야 할 핵심 변수다.
에릭 트럼프가 강조했듯,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규제가 없는 상태다.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기점으로 명확한 규제 프레임을 제시했고, 그 결과 테더조차 USDT가 아닌, 규제 준수형 스테이블코인 USAT를 새로 설계했다.
한국은 아직 그 출발선에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 때문에, 글로벌 토큰노믹스 인사들은 한국을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를 선점해야 하는 시장”으로 본다. 규제가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 누가 목소리를 내고, 누가 관계를 만들고, 누가 신뢰를 쌓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달라진다. 이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 크립토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서사와 상징성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인정받은 프로젝트, 한국에서 논의된 아젠다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된다. 단순히 거래량 때문이 아니라, 담론을 만드는 힘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벌 인사들은 한국에서 “투자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금융을 현대화한다”, “토큰화는 이제 시작이다”, “전통 금융의 대체가 아니라 진화다”와 같은 철학적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은 기술 설명보다,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확산시키는지에 따라 시장의 방향이 바뀌는 곳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여전히 크립토 담론의 허브다.
에릭 트럼프가 말했듯, 토큰화는 이제 첫 단추를 꿴 단계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와 송금을 바꾸고 있지만, 그 다음은 부동산, 사모대출, 인프라, 원자재, IP까지 이어진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참여 방식이다.
한국이 계속 관망만 한다면, 글로벌 자산 토큰화 흐름은 미국·중동·싱가포르 중심으로 굳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금융 인프라와 규제 설계에서 ‘현대화 파트너’로 참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가능성을 글로벌 인사들은 아직 열어두고 있다. 그래서 온다. 그래서 말한다. 그래서 메시지를 남긴다.
글로벌 토큰노믹스 유명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시장이고, 그렇기에 개입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다.
이미 끝난 시장에는 올 이유가 없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곳에도 올 이유가 없다.
그들이 한국에 온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이 여전히 크립토·토큰화 질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그 신호를 우리가 읽고 있느냐는 것이다.
토큰화는 전통 금융을 무너뜨리러 오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금융은, 조용히 우회당할 뿐이다.
한국은 지금,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