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는 산, 계룡산으로
행경산악회 3월 정기산행지는 계룡산이었다.
대전 대정요양병원 이지원 원장님의 지역 산행 요청도 있었고, 무엇보다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3월의 산행지로 계룡산만큼 기운이 좋은 산도 드물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사실은 최근 젊은 친구들 사이로 '관악산 연주대 인증샷'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이는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성준 역술가가 “인생이 안 풀릴 때는 관악산으로 가라”고 조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관악산은 강한 화기를 품은 ‘불의 산’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주에 부족한 기운을 산의 정기로 보충하려는 이른바 ‘개운 산행지’이다. 여기서 화기를 품은 불의산 중 가장 대표적인 산이 계룡산이다. 이름의 '계(鷄, 닭)'가 오행에서 화(火)에 해당하며, 용의 강한 양기까지 더해진 산이란 뜻으로 조선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검토할 정도로 영험한 기운으로 유명하며, 진로·사업 등 중대 결정을 앞둔 이들이 기도하러 찾는 산이다. 그 중 행경산악회는 계룡산 중 가장 화 기운이 많은 신원사부터 등운암-연천봉-관음봉-감사로 내려오는 최고의 산행지를 선택했다.
3월의 산은 아직 겨울의 흔적을 조금 남겨두고 있지만, 공기 속에는 이미 봄이 스며 있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 느껴지는 공기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아, 이제 봄이 오는구나.”
그렇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시청, 양재, 죽전에서 정시에 모인 회원들을 태운 버스는 남쪽으로 달렸다.
산행이 있는 날 버스 안의 분위기는 늘 비슷하다. 처음엔 조용하지만, 조금 지나면 여기저기서 인사와 웃음이 오간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업 이야기도 하고, 건강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산행지에 도착한다.
계룡산 신원사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이미 이지원 원장이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스트레칭을 했다.
몸을 풀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맑은 공기 사이로 계룡산 능선이 또렷하게 보였다.
“오늘 산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산행은 신원사에서 시작해 등운암을 지나 연천봉과 관음봉을 향하는 코스였다.
초반 길은 비교적 부드(?)러웠다.
계룡산 특유의 숲길은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가볍게 만든다. 아직 완전히 푸르지는 않지만,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이 새순을 준비하고 있었다.
등운암까지는 오르막길이라 평소 운동하지 않은 분들이 조금(?)힘들어했다.
경사가 꽤 있었다. 숨이 턱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회원들은 힘들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괜찮으세요?” “물 좀 드세요.” “조금만 가면 됩니다.”
누군가는 뒤처진 회원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앞에서 속도를 조절한다.
나는 늘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감동한다.
행경산악회는 단순히 산을 오르는 모임이 아니다.
함께 걷는 모임이다. 누군가가 힘들면 기다리고, 누군가가 지치면 챙겨준다.
그래서 산행이 끝나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늘 따뜻하다.
등운암을 지나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간식은 언제나 특별하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음식도 산에서 먹으면 이상하게 더 맛있다.
아마도 공기 때문이고, 함께하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길을 올라 연천봉에 도착했다.
연천봉에 서면 계룡산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느껴진다.
계룡산은 예로부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영산(靈山) 으로 불린다. 단순히 경치가 좋은 산이 아니라, 기운이 모이는 산이다.
풍수에서는 계룡산을 “용이 몸을 틀며 올라가는 형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정상에 서면 다른 산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바람도 다르고, 공기의 밀도도 다른 것 같다.
회원들 스스로 각자의 소망을 산의 기운에 더했다.
이런 순간이 참 좋다.
바쁜 도시에서 살다 보면 늘 머리가 복잡한데, 산에서는 생각이 정리된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산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다.”
그래서 행경산악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연천봉에서 관음봉까지는 업다운이 덜해서 상대적으로 편했다.
드디어 관음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외국인들도 있었고 젊은 친구들도 많았다.
요즘 한국 산이 해외에서도 꽤 유명해졌다고 한다.
관음봉 정상에서 우리는 개인 사진도 찍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개인 플래카드를 가져온 회원들도 있었고, 각자 추억을 기록했다.
특히 한 회원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산행을 했다.
아마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했을것 같다.오늘 이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른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릴 때의 이런 경험은 사람의 인생을 오래 따라다닌다.
그리고 관음봉 정상에서 다시 한번 계룡산의 기운을 느꼈다.
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었다.
도시에서의 걱정, 사업의 고민, 건강에 대한 부담들이 잠시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빌었다.
오늘 함께한 행경산악회 모든 회원들의 건강이 좋아지기를.
그리고 각자의 사업이 크게 번창하기를.
산은 그런 기도를 하게 만드는 곳이다.
관음봉에서 갑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오는 길보다 더 어려웠다.
겨울에 얼었던 얼음이 이제 막 녹고 있었고 낙엽이 길 위에 두껍게 쌓여 있었다.
미끄러운 길이었다.
여기저기서 회원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하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집행부들이 회원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챙기고 뒤에서도 챙기고 중간에서도 살폈다.
산에서는 이런 작은 배려가 큰 사고를 막는다.
아들과 함께 온 회원은 지친 아들을 업고 내려오는데 왠지 가슴이 찡했다.
분명 아빠도 힘들었을텐데 ...
아빠는 식사를 마친 뒤 버스에 올라 그대로 깊이 잠들었다.
아마 긴장이 풀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오늘 그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계룡산을 오른 날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하산 후 우리는 한식대첩 우승 식당인 ‘수정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계룡산 생막걸리와 한식 정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산행 후 막걸리 한 잔은 정말 특별하다.
누군가는 오늘 산행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다음 산행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사업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행경산악회는 이런 모임이다.
산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모임.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창밖으로 계룡산 노을이 보였다.
산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버스 안은 조용했다.
아침에는 웃음이 가득했던 공간이 이제는 깊은 침묵 속에 있었다.
모두 지쳐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 우리는 계룡산의 기운을 제대로 받고 내려간다.
이 기운이 회원들의 건강을 더 좋아지게 만들고
각자의 사업에도 좋은 흐름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행경산악회는 산을 오르지만 결국 사람을 살리는 모임이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산에 올라 더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