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의의 설레임과 뿌듯함

by 꽃돼지 후니

어제는 2026년의 첫 강의였다.
강의 제목부터가 이전에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주제였다.
“STO와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AI 에이전트.”

요즘 가장 뜨겁게 이야기되는 기술과 금융의 교차점이다.


한국미래융합연구원에서 강의 요청이 왔을 때,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설렘과 함께 묘한 긴장감도 있었다.
이곳은 각 산업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이미 깊이 알고 있는 주제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강의의 깊이와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준비 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작년에 집필했던 책의 내용과 최근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이슈들을 다시 정리했다.
여기에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강의안을 새롭게 구성했다.

예전 같으면 자료 조사부터 슬라이드 구성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이제는 AI가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
초안을 만들어 주고, 흐름을 제안해 주고, 자료를 정리해 준다.
물론 마지막은 사람이 한다.
핵심 메시지와 맥락, 그리고 실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결국 사람이 채워 넣어야 한다.

그래서 강의 자료의 상당 부분은 AI의 도움을 받았지만, 일부는 직접 손으로 다듬고 수정했다.
이 과정 자체가 요즘 시대를 상징하는 장면 같기도 했다.


AI와 사람이 함께 만드는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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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항상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라도 ‘배경’부터 시작한다는 것.

새로운 기술과 개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특히 STO,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같은 용어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강의의 첫 시작은 최근 국내외 핫 이슈로 열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자산 정책, 스테이블코인의 확장, 그리고 금융 시스템의 변화.
그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며 STO와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의 구조를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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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설명만으로는 강의가 오래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기술보다 이야기를 더 잘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했다.
일상적인 사례를 들고, 실제 산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연결했다.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왜 이런 기술이 등장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수 있는지.

다행히 청강하신 분들이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어서 사례를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는 메모를 하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는다.

강의를 오래 하다 보면 하나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강사의 컨디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청중의 눈빛이라는 사실이다.

강의 중간중간 사람들의 반응이 보인다.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미묘한 미소, 그리고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
그 작은 반응들이 강사에게는 큰 신호가 된다.

“아, 오늘 강의 괜찮다.”

그날이 딱 그랬다.

적절한 사례가 나오면 사람들이 웃고,
질문을 던지면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오고,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의의 흐름이 아주 부드럽게 이어졌다.
추임새도 좋았고 질문의 타이밍도 좋았다.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강의와 청중의 호흡이 맞아 떨어졌다.

몇몇 분들은 슬라이드를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어떤 분들은 강의가 끝난 후 추가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강의를 하는 사람에게 이것보다 좋은 반응은 없다.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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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치고 나니 몇몇 분들이 다가와 이야기를 건넸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걸 오늘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어려운 용어를 일상 사례로 설명해 주셔서 편했습니다.”
“회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신뢰가 더 갔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가장 듣기 좋은 말들이다.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이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뒷풀이 자리.

강의가 끝나면 사실 이 시간이 더 솔직한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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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할 수도 있지만,
술 한잔 기울이면 사람들은 훨씬 편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날도 그랬다.

“명강의를 공짜로 들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강의는 처음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조금 과한 칭찬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듣는 사람의 마음은 좋다.
아마 강의를 준비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술과 안주가 이어지는 동안 강의에 대한 피드백도 계속 들을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는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지.

강의는 끝났지만 또 하나의 대화가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뒷풀이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을 열어보니 오늘 찍은 사진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강의하는 모습, 발표 화면, 그리고 단체 사진까지.
참 많이도 찍어 주셨다.

지하철의 소음 때문인지 머리가 약간 빙빙 도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아마도 오늘 하루가 꽤 괜찮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강의라는 것은 참 묘하다.
같은 내용을 말해도 어떤 날은 힘들고, 어떤 날은 유난히 즐겁다.

그 차이는 아마 사람과 분위기에서 오는 것 같다.

오늘 강의는 그런 의미에서 꽤 이상적인 시간이었다.
좋은 청중, 좋은 대화, 그리고 좋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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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첫 강의.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뿌듯함으로 끝난 하루였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이야기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STO도, 스테이블코인도, AI 에이전트도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

어쩌면 강의라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각의 다리를 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지하철 창밖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26년의 시작이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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