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를 만든 건 단 두 줄짜리 프롬프트였다

by 꽃돼지 후니

며칠 전 인터넷을 보다가, 실소가 나왔다.
톰 크루즈가 브래드 피트와 맞붙는 장면을 AI가 만들었다”는 제목의 영상 때문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편집된 짜깁기 영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텍스트 두 줄로 만들어낸 ‘생성된 현실’이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바이트댄스(ByteDance)였다.
틱톡을 만든 바로 그 회사다. 그리고 이번엔 Seedance 2.0, 세상을 뒤흔든 AI 비디오 생성 모델로 돌아왔다.
2026년 2월 12일 공개된 그날, 인터넷 전체가 뒤집혔다.
사용자 한 명이 “두 줄로 만든 영상입니다”라며 올린 톰 크루즈 영상은 실제 촬영과 구분이 불가능했다.
조명, 표정, 움직임까지 완벽했다.
이틀 만에 글로벌 바이럴.
이틀 후 Disney가 저작권 침해로 내용증명을 보냈고, 미국 영화협회(MPA)가 “문화의 파괴”라고 공개 성명을 냈다.

그 충격파 속에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과 15개월 전, Sora가 세상을 흔들 때의 흥분이 이제는 끝나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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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a의 갑작스러운 퇴장

OpenAI는 최근 이렇게 발표했다.

“Sora 앱과 API를 종료합니다. 컴퓨팅 자원을 로보틱스 및 월드 시뮬레이션 연구에 집중합니다.”

겉보기엔 명분이 있어 보였지만, 한 줄로 번역하면 이렇다.

“비디오 AI에서 졌다.”

Sora는 2025년 초, 디즈니와 10억 달러 규모 파트너십을 맺으며 세상을 흔들었다.
마블, 픽사, 스타워즈 캐릭터로 누구나 단 몇 줄의 문장만으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던 기술.
그러나 불과 15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 시장은 이제 더 이상 OpenAI 중심이 아니었다.


이미 새로운 ‘3강 체제’가 잡혔다

Sora가 빠진 자리를 메운 건 세 개의 플랫폼이다.

Seedance (ByteDance) – 틱톡과 결합해, 전 세계 10억 명이 AI 비디오 생성 도구를 손에 쥐게 된다.

Grok Video (xAI) – X(트위터)에 직접 연결된 10초짜리 영상 생성 모델. 생성과 배포가 한 플랫폼에서 끝난다.

Google Veo 3 – YouTube와 완전히 통합된 모델로, 텍스트로 영상을 만들고 오디오까지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 셋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라 유통 채널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Seedance는 틱톡, Grok은 X, Google은 YouTube라는 탄탄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품질이라면, 결국 배포망을 지배한 쪽이 승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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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가

사람의 뇌는 실제와 재현된 이미지를 완벽히 구분하지 못한다.
“이건 가짜야”라고 머리로 알아도, 감정은 진짜로 반응한다.
그래서 Seedance 2.0 영상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두뇌가 반응한 것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이 원리가 광고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2024년 코카콜라가 AI로 만든 크리스마스 광고를 공개했을 때, 반응은 참혹했다.
“싸구려 같다” “영혼이 없다.” 뉴욕타임스는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라는 단어를 꺼냈다.

하지만 1년 뒤, 코카콜라는 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AI로 수만 개의 짧은 클립을 만들어 편집해 광고를 완성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반응은 훨씬 나아졌다.
기술의 진화 곡선이 눈에 보였다.
지금은 여전히 불편한 골짜기 사이에 있지만, Seedance 2.0 수준이면 거의 반대편 언덕에 다다른 셈이다.

지인인 킴닥스가 만든 "오징어게임 × 매트릭스가 만나면 벌어지는 일"

유투브 영상을 보면 나도 모르게 혼자서 이런 영상 작업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퀄러티가 높다. 이런 영상을 만든다면 국내 영화 프리뷰 영상 제작과 광고 영상 제작 등 마케팅 영상 제작 시장이 큰 혼란이 있을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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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산업의 경제학이 바뀌고 있다

IAB(인터넷 광고협회)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2025년에 이미 광고주의 90%가 AI 비디오 활용을 시작했거나 계획 중이었다.
2026년 현재, 전체 광고의 40%가 AI 생성 도구를 쓰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30초짜리 전통 광고를 찍으려면 수억 원이 든다.
AI로 만들면 수백만 원이면 된다. 품질이 70%여도, 비용이 10분의 1이면 수학이 이미 바뀐 것이다.
그리고 그 ‘품질 70%’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100%를 향해 상승 중이다.

시장 규모도 함께 폭발하고 있다.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7억 8,850만 달러였던 AI 비디오 생성 시장은 2026년 9억 4,640만, 2030년에는 20억 7,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 18.9%.


변화의 본질은 ‘플랫폼’이다

Grok, Seedance, Google — 이 3강의 공통점은 ‘기술 개발력’이 아니라 ‘기존 사용자 네트워크’에 있다.
이들은 이미 AI 영상이 곧 자체 생태계의 콘텐츠 공급 엔진이 되는 구조를 완성했다.
틱톡은 숏폼, X는 정치·뉴스·바이럴, YouTube는 장기 광고 및 크리에이터 시장.
즉, 비디오는 이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구조의 문제다.

OpenAI가 빠졌지만, 시장은 이미 잘 돌아간다.
‘Sora의 죽음’은 몰락이 아니라 산업 지형의 재편이었다.


소비자 반감은 일시적이다

물론 아직은 “AI로 만든 광고”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인간미가 없다”, “기계가 감정을 흉내낸다”는 비난이 여전하다.
하지만 냉동식품도 처음 나왔을 땐 똑같이 비판받았다.
“그건 진짜 요리가 아니다”라는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냉장고 속 필수품이 됐다.
AI 비디오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지금은 거부감이 있지만, 5년 뒤에는 AI를 쓰지 않는 기업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1라운드가 끝났다. 이제 진짜 싸움이다.

OpenAI의 Sora는 퇴장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새로운 제국이 세워지고 있다.
Seedance는 “엔터테인먼트의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Grok은 “소셜의 실시간성”으로,
Google은 “플랫폼 통합”으로 시장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 싸움의 본질은 하나다. ‘누가 스크린을 지배할 것인가.’ 스크린을 지배하는 자가 광고를 지배하고,
광고를 지배하는 자가 소비를 지배한다. 그 전쟁의 2라운드가, 지금 막 시작된 것이다.


지금 이 흐름을 보면 10년 전 유튜브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AI 비디오”는 선택이 아니라 인프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모든 화면 — 브랜딩, 콘텐츠, 광고 — 그 안의 70%는 이미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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