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인테리어

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by 아그래

누구나 한 번쯤은 내방 꾸미기에 대한 로망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핀터레스트에 '인테리어' 혹은 '빈티지 인테리어', '화이트 인테리어'를 썼겠지.*

(*오로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필자의 경험담이다.)


사실 필자도 아무 걱정 없이 엽떡이나 먹고 다녔던 청소년기에는 인테리어랑은 담을 쌓은 채 살아갔다. 그래서 한편으로 요즘 인스타에 학생들이 꾸며놓은 방을 보면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랬던 인테리어 무지랭이가 집 꾸미기에 관심이 생긴 건 대학교 때 자취를 하게 되고 나서부터이다. 그때 자취방이 그냥 싫었다. 그리고 기숙사에 떨어지고 들어간 거라 다음 학기에는 꼭 기숙사를 붙겠다는 생각에 자취방에 에어배드, 빨래 건조대,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몇 없는 옷가지들만 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주거공간에 애정을 안 두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사람이 피폐해진다. 실제로 이때 6kg이 쑥쑥 빠졌던 것 같다. 놀거리도 제대로 쉴 공간도 없는 방 안에서 더운 여름 선풍기만 켜놓고 멍 때리며 하루를 보냈었다. 이후 다행히 기숙사를 들어가며 생기를 되찾았지만, 이때의 경험부터 내 방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꿈은 창대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했나? 난 꼭 '오늘의 집'에 소개될 만큼 예쁘게 꾸밀 거야라고 다짐했는데, 현재 필자의 공간은 장신구가 가득했던 하울*의 방의 절망편이랄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남자 주인공.)


서론이 길었지만 오늘은 필자의 경험담에 비춘 인테리어 망하는 법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부디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사라믈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라며..




STEP.01 벽지부터 좀 바꿔볼까?


인테리어의 첫 시작은 나의 취향을 먼저 파악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핀터레스트, 인스타, 오늘의집을 뒤지며 맘에 드는 분위기의 사진을 저장했다. 저장한 것을 모아보니 우드톤의 빈티지한 인테리어 사진이 많았다. 자, 이제 레퍼런스는 찾았고 현재의 주거 공간을 분석하면 된다.


하, 작은 하트가 수천 개는 박힌 것 같은 분홍색의 벽지가 보인다. 이거 처음부터 난관인데. 생각지 못한 복병에 우울해져서 괜히 어머니께 투정을 부려본다.*

[ 아니 왜 벽지를 저런 걸로 했어? 흰색으로 깔끔하게 하면 좋잖아 ]

[ 그거 나도 싫은데, 너가 굳이 굳이 우겨서 한 거야 ]

[ 아하! ]

(*부끄럽게도 필자는 17년째 되는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다. 모든 캥거루족 홧팅!)


과거의 나의 안목에 머리를 탁 치게 된다. 하지만 이 따위 벽지 칠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벽지 칠하는 거 쉽지 않아 보이던데, 바로 유튜브를 켜서 검색을 했다. 수많은 영상 중에 뭘 봐야 할까 고민하는데, 썸네일에 큰 글씨로 '낡은 방 페인트 칠하기'가 적혀있고 지친 사람의 모습이 함께 있는 영상이 눈에 띄어서 저절로 클릭하게 된다.

(* 기억의 왜곡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거기엔 20대로 보이는 사람이 낑낑거리며 방을 칠하고, 하자가 있는 걸 발견하고 결말은 '초보자는 저처럼 셀프로 하지 마세요'라고 마무리되었던 것 같다. 이걸 본 인테리어 초보자는 겁을 먹고 안 그래도 손재주가 없는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벽지는 그대로 두겠다는 결론을 내게 된다. 그리고 요즘 옛집의 일부분을 그대로 살리는 인테리어가 유행이니, 벽지에 맞춰서 가구를 배치하면 나름 괜찮아 보이지 않을까라는 착각에 빠진다.




STEP.02 가구는 사고 싶은데 돈은 없어


인테리어는 가장 비싼 허세라고 하던데, 정말 맞는 것 같다. 사실 기존의 가구를 버릴 때는 크게 미련이 없었다. 워낙 오래된 가구들이었고, 원하는 분위기에도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사주면 보겠지라고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 우리 부모님도 문학전집 세트를 여러 개 사주셨는데, 당연히 보지도 않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과거에는 버리려고 해도 '이거 살 때 000원 주고 샀는데, 하나도 안 본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나 그때 필요한 거 있었는데 그거 살걸'이라고 양심에 찔리라고 하는 어머니의 혼잣말에 슬며시 방 한쪽에 다시 내려놓았었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나는 어른이고, 내 결정을 존중해 줘'라는 선택적 어른의 특권을 내세우며 먼지가 두둑하게 쌓인 책들을 버릴 수 있었다.*

(* 몇 개는 당근마켓을 통해 번 돈으로 부모님이랑 반띵 했다.)


어느 정도 방이 정리가 되었으면 이제 채울 일만 남았다. 정말 이때는 하루종일 '오늘의 집' 앱만 봤던 것 같다.* (*이때 가장 오랫동안 앱 사용하는 사람 순위 매겼으면, 꽤 높았을지도?)

그런데 가구는 왜 이렇게 비싼지. 그때도 지금도 돈이 없었으므로 예산에 맞춰 최대한 저렴한 가구를 알아봤던 것 같다. 그리고 눈앞에 황금빛 동아줄이 있었는데, 바로 '다이소'다. 당시 뭐든 게 오 천 원 내에서 해결이 가능했던 다이소는 필자가 갑부처럼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정말 그때 별의 별것을 다 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이소에서 소비한 금액으로 좋은 가구 하나 사는 게 더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물론 당근 마켓도 인테리어에 한몫을 했다. 밤마다 근처 - 동네 -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며 하이에나처럼 물건을 살펴보았고, 괜찮은 물건이 떴다 하면 최대한 상냥하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이렇게 하나둘씩 모으고 배치하다 보면 주거공간은 어느 정도 꾸민 게 티가 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생각보다 길어져서 나머지는 다음 글을 통해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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