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인제 굿바이 하자

라고 초보 인테리어 지망생이 말합니다.

by 아그래

저번에 이어 인테리어 뉴비가 겪게 되는 좌충우돌 스토리에 대해 풀어보겠다.

자, 긴장 풀고 들으시라. 생각보다 아무것도 없을 테니



STEP.03 매일 숨 쉬듯 가구 옮기기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내 방의 오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방 구조부터 체리색의 빌트인 옷장, 그리고 17년째 바꾸지 않은 블라인드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벽과 몰딩을 색칠할 수 없으니 초록함 가득한 식물로 따뜻한 느낌을 주기로 하였고, 벽에 붙어 있다시피 한 책장을 침대와 소파 사이에 둠으로써 철저하게 자는 공간과 휴식공간을 분리했다. 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 잘했다고 칭찬을 했었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그때부터 필자는 2주에 한 번씩 이리저리 가구를 옮겨 방 구조를 변경했다.




방을 그렇게 자주 옮기는 것 보니까 힘이 세냐고? 절대! 참고로 필자의 근육은 17kg이다.*

(*평균 여자 근육량은 21kg 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방구조를 바꿀 때는 없던 힘도 생긴다. 하지만 방 평수와 가구는 동일하고 계속 구조만 바꾸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이동 동선이 기괴해지는 인테리어로 변하게 된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했던가?* 사실은 처음 세팅했던 게 가장 적합한 인테리어였던 것이다.

(*이 말이 여기서 맞는지 모르겠다^^)


STEP.04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

이렇게 사람이 하나에 힘을 오래 그리고 많이 쏟으면, 총량의 법칙처럼 한순간 힘이 쫙 빠진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그랬다. 아무리 이쁜 인테리어도 정리를 잘해야 하는 법인데. 필자는 정리라면 젬병이다.*

(*아직도 어머니께서는 정리 안 하고 살 거면 나가라고 외치신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게다가 가구가 빠져서 텅 비었다고 생각하는지 어느 순간 방 한쪽에는 필자가 초대하지 않은 물건들이 켜켜이 쌓이게 된다.( EX, 가령 겨울 점퍼가 가득한 행거라던지, 강아지 물품이라던지.) 공백도 인테리어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채워야 하는 공간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렇게 가치관이 다르다니 놀랍지만, 엄연히 방 한 칸을 대가 없이 내주시는 자애로운 분으로써 가치관은 고이 접어야지.


한번 망가진 인테리어에 대한 흥미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한 달에 한 번씩 6개월에 한 번씩, 1년에 한 번씩 그렇게 구조는 고착화되었다.




비록 허무하게 끝나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 방은 많이 정돈이 되었고, 많이 버리게 되면서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게 되는 좋은 습관도 생긴 것 같다. 핀터레스트처럼 이쁘게 꾸밀 수 있는 미적 감적 감각이 없으니 깔끔하게라도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랑할 만큼 완벽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나름 만족하며 나의 공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방에 작은 스탠딩 티비가 생기면서 어릴 적 소파와 티비를 방에 두고 싶다는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티비가 생겨서 좋은 점이 온 가족이 내 방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침대 옆에 티비가 있어서 누워서 보기 참 좋다. 그리고 유독 내 침대가 푹신해서 잠이 잘 온다나? 여하튼 함께 동거하고 있는 강아지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침대에서 뭉개고 있다. 마약 같은 침대 같으니라고.


하여튼, 필자는 인테리어를 통해 내 공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혹시 과거의 필자처럼 방에 있어도 편하지 않고, 외롭고, 정이가지 않는다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굳이 인테리어까지 해야해?'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그들의 뜻이니 존중한다. 대신 조금이라도 변화된 삶을 가지고 싶다면, 인테리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침대의 방향을 바꾸거나 이쁜 쉬폰 커튼을 걸어본다거나 하다못해 작은 식물이라도 두는 건 어떨까? 어쩌면 작은 변화이지만 방을 대하는 기분은 좀 나아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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