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위트 와인과 ‘보당(補糖)’에 대해 오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달콤한 와인은 싸구려’라거나 ‘설탕을 넣어 만든 와인은 저급’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달콤하게 만들기 위해 설탕을 넣는 것 아니냐’는 오해부터 ‘단 와인을 마시면 첨가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근거 없는 편견까지 다양하다.
먼저 ‘당분을 첨가하면 싸구려, 저급 와인’ 이라는 오해부터 해소해 보자. 다음 질문에 답하는 것 만으로도 오해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샴페인은 싸구려 와인일까? 알다시피 샴페인은 대표적인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이다. 보통 십만 원 정도는 기본이요, 비싼 것은 백만 원대에 이르기까지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샴페인을 두고 싸구려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텐데, 바로 이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에 두 번의 당분 첨가가 일어난다. 첫 번째는 ‘리쾨르 드 티라쥬(Liqueur de Tirage)’. 샴페인을 만드는 베이스 와인을 병에 주입할 때 함께 첨가하어 샴페인의 기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리쾨르 드 띠라쥬에는 당분과 함께 포함된 효모가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밀폐된 병 안에서 와인 속에 녹아들면서 샴페인 특유의 아름다운 기포를 형성한다. 두 번째로 첨가되는 당분은 와인과 사탕수수 시럽으로 구성된 ‘리쾨르 덱스페디시옹(Liqueur d''Expedition)’이다. 기포를 만들어 낸 효모는 병 안에 찌꺼기로 남는다. 이를 제거하는 작업인 흐뮈아주(Remuage)을 진행하면 일부 와인이 효모 찌꺼기와 함께 배출된다. 이렇게 소실되어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넣는 것이 ‘리쾨르 덱스페디시옹’인데, 여기에 들어 있는 당분의 양에 따라 샴페인의 당도가 결정된다. 당도는 리터당 6g 이하인 익스트라 브뤼(Extra Brut)부터 50g 이상인 두(Doux)까지 다양한데, 이는 모두 추가로 첨가된 당에 의한 것이다.
이렇듯 고급 와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샴페인에도 당분을 ‘첨가’한다. 또한 부르고뉴나 보르도와 같이 고급 스틸 와인(Still Wine, 발포성이 없는 일반 와인) 산지에서도 보당(chaptalisation)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와인 자체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코올의 도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만 명문화된 규정에 따라 발효 전의 으깬 포도나 포도즙에 당분을 첨가한다. 요는 양조 과정에서 당분을 넣었다고 모두 저급 와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당분 첨가가 반드시 와인에 단맛을 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스위트 와인의 단맛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오히려 프리미엄 스위트 와인을 양조할 때는 규정에 의해 당분 첨가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물론 일부 저렴한 와인의 경우 단맛을 내기 위해 가당(加糖)을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또한 일부 독일 와인도 발효 후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Süßreserve)’을 첨가하여 풍미를 더하고 당도를 조절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우리가 와인샵이나 대형마트의 와인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위트 와인의 경우 양조에 사용된 포도즙 자체의 당분으로 단맛을 낸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포도즙의 당분을 남겨 단 맛을 내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포도즙이 가진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발효되기 전에 높은 알코올 도수의 주정(포도 증류주 등)을 첨가하여 발효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남은 당분(잔당) 때문에 와인에서 달콤한 맛이 난다.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되는 뱅 뒤 나뛰렐(Vin du Naturel)이나 포르투갈의 포트(Port) 와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늦게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양조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농익은 포도의 높은 당도로 인해 원하는 도수의 알코올을 얻은 이후에도 상당량의 잔당이 와인에 남는다. 호주나 칠레 등 소위 ‘신세계’에서 레이트 하비스트(Late Harvest)라는 레이블을 달고 나오는 와인들이 이에 해당한다. 일부 와인은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tis Cinerea, 혹은 Noble Rot)라는 곰팡이의 작용으로 좀 더 높은 당도와 특별한 풍미를 얻는다. 프랑스 보르도의 소테른(Sauterne)이나 헝가리의 토카이(Tokaj), 독일의 TBA(Trockenbeerenauslese)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포도가 나무에 매달린 채로 얼 때까지 기다려 수확한 후 녹기 전에 압착하여 당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수분이 일부 얼어 있는 상태에서 과즙이 흘러나오므로 더욱 달콤한 과즙을 얻을 수 있다. 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수온주가 섭씨 영하 8도 이하로 떨어진 새벽에 수확하여 빠르게 압착까지 마쳐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와인이 유명한 아이스와인(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Eiswein, 캐나다 등에서는 Icewine)이다. 네 번째는 수확한 포도를 돗자리나 상자 등에서 말려 당분을 농축시킨 후 양조하는 방법이다. 이태리 베네토 지방의 레치오토(Recioto)나 토스카나의 빈 산토(Vin Santo), 오스트리아의 스트로바인(Strohwein)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이 당분을 첨가하지 않고 당도를 확보하는 데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들은 보통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싸구려 저급 와인이 아니라 오히려 공들여 만든 양질의 고가 와인인 셈이다. 보당과 스위트 와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천상의 달콤함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머리 아플 걱정은 확실히 접어 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