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컬러가 매력적인 와인
여름. 후텁지근한 날들이 지속되면서 본능적으로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와인도 마찬가지. 떫고 묵직하고 미지근한 레드 와인보다는 상큼하고 깔끔하며 차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두툼한 고기라도 굽는 게 아니라면 굳이 레드 와인을 열지 않는 것이 인지 상정. 하지만 줄곧 화이트 와인만 마시기에도 뭔가 허전하다. 와인 모임에서 화이트만으로 라인 업을 구성하면 왠지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많다. 마치‘레드’ 컬러에 대한 와인 애호가의 본능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삐노 누아(Pinot Noir)나 발폴리첼라(Valpolicella), 보졸레(Beaujolais) 등 비교적 가벼운 레드 와인을 좀 더 차게 해서 마시는 것도 대안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바캉스 와인으로 사랑받는 핑크 빛 와인, 바로 로제 와인(rose wine)을 마시는 것이다.
로제 와인의 매력은 아름다운 컬러에서부터 시작된다. 투명에 가까운 핑크 컬러부터 루비 컬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데, 포도 품종과 침용(maceration) 시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컬러가 진한 품종일수록, 그리고 침용 기간이 길 수록 진하고 밀도가 높은 컬러가 나온다. 로제 와인의 풍미는 비교적 가볍고 깔끔한 편으로 굳이 일반화하자면 레드보다는 화이트 와인 스타일에 가깝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로 오크 숙성을 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2-3년 내에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양조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레드 와인 품종을 압착하여 즙을 낸 후 화이트 와인과 같이 양조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옅은 컬러의 로제는 뱅 그리(vin gris)라고 불린다. 두 번째는 포도를 파쇄한 다음 1-3일 정도 껍질과 같이 침용을 거친 후 발효하는 방법으로 단축된 레드 와인 양조법(abbreviated red wine vinification)라고 불린다. 마지막으로 셰니에(Saignee)라고 불리는 방법이 있다. 포도 줄기를 제거한 후 ‘가볍게’ 파쇄한 다음 (압착하지 않은 상태로) 12-24시간 정도 내버려 둔다. 이후 흘러나온 포도즙으로 양조하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진한 컬러를 얻을 수 있다.
로제 와인 또한 합리적인 가격, 구매 편의성(접근성), 전형성, 일관성, 와인의 등 다섯 가지 원칙을 가지고 추천했다. 아래 네 종의 와인은 이런 원칙에 정확히 부합하는 와인이라고 확신한다.
몬테스 슈럽 로제 오브 시라(Montes, Cherub Rose of Syrah)
영국의 삽화가 랄프 스테드먼(Ralph Steadman)의 귀여운 아기 천사 레이블 뒤로 아름다운 체리 핑크 컬러가 매력적인 첫인상을 선사한다. 가벼운 스파이스와 허브 힌트는 신선한 시라 품종의 특징을 드러내며 체리, 딸기 등 붉은 과일 아로마에 은근하게 어우러지는 크리미한 느낌이 편안하다. 한 모금 입에 넣으면 비교적 드라이한 미감에 풍부한 붉은 과일 풍미, 미디엄(풀) 정도의 단단한 바디. 신선하고 산뜻하면서도 지그시 눌러 주는 무게감이 와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알코올과 은근한 신맛이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구조, 쌉쌀한 피시니로 완성되는 깔끔한 입맛. 칠레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의 해안가에서 생산한 시라 100%로 양조하며, 몬테스 알파로 증명된 몬테스의 품질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니더버그 파운데이션 로제(Nederburg, Foundation Rose)
남아공의 유력 생산자인 니더버그가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즈, 피노타쥬 등 주요 레드 품종들을 블렌딩해 만든, 주말 식탁을 위해 부담 없는 가격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로제 와인이다. 일단 개성적인 병 디자인과 매력적인 딸기-훈제연어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벼운 말린 허브와 붉은 꽃잎 향이 곁들여진 향긋한 딸기와 새콤한 체리 아로마 또한 와인의 컬러와 잘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라즈베리 풍미가 입안을 둥글게 감싸며 부담 없는 알코올과 가벼운 산미, 쌉싸름한 뉘앙스가 깔끔한 피니시를 선사한다.
폴 자불레 에네 타벨 레 푸아 제스피글(Paul Jaboulet Aine, Tavel Les Fois Espiegles)
주황-분홍빛이 은은한 훈제 연어 컬러. 딸기, 라즈베리, 체리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한 모금 입에 넣으면 잘 익은 과일 풍미가 달콤한 인상을 남기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드라이한 맛이다. 신선한 산미가 잘 살아있고 구조감도 괜찮은 미디엄 바디 와인. 기름진 생선 요리나 가금류는 물론 대창이나 곱창 구이와도 좋은 궁합을 이룬다. 그르나슈(Grenache, 50%)와 생소(Cinsault, 40%), 시라(10%) 블렌딩. 타벨은 남부 론 지역에 위치한 아펠라시옹(Appellation)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드라이 로제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샤토 드 페슬 로제 당주(Chateau de Fesles, Rose d'Anjou)
드라이한 와인이 부담스럽다면 붉은 베리의 풍미가 달콤하게 어필하는 로제 당주를 추천한다. 단지 단맛만 강조하는 단순한 와인이 아니다. 은은한 꽃 향기와 익은 과일의 뉘앙스, 신선한 산미와 아름다운 살몬 핑크 컬러가 어우러져 매혹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이제 막 시작된 연애처럼 상큼한 인상과 부드럽고 우아한 풍미를 겸비했다. 여자 친구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이 와인을 준비한다면 사랑받는 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토착 품종인 그롤로(Grolleau,70%)에 가메(Gamay, 30%) 블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