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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 척한 고냥이 Mar 20. 2021

모닝 샴페인, 혹은 애프터눈 드링킹

샴페인은 다재다능하다. 마치 엄친아 엄친딸 같달까. 학창 시절 한 명씩은 있었던 우등생인데 잘생겼고 운동신경까지 뛰어난 그런 친구 말이다. 게다가 이 친구, 성격까지 좋아서 친구들과도 두루 잘 어울리고 선생님의 사랑까지 듬뿍 받는다. 샴페인이 딱 그렇다.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로 통하며, 프리미엄 이미지에 맛과 품질 또한 두루 인정받는다. 쓰임새는 어찌나 많은지. 선물용으로도 좋고 멋진 파티며 디너에 빠지질 않는다. 피크닉이나 캠핑에도 어울리고 나른한 저녁의 혼술용으로도 딱이다. 음식 페어링도 무난하다. 간단한 스낵부터 치즈와 소시지, 생선회와 스시, 게나 새우 같은 각종 해산물, 다양한 육류까지 어울리지 않는 게 없다. 무엇보다 안주 없이 샴페인만 즐겨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밸런스 또한 완벽하다.


그러니 지인으로부터 ‘주말 아침에 눈을 뜨면 샴페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같은 말을 들어도 별로 놀랍지가 않다. 오해를 막기 위해 첨언하자면, 그 지인은 알중(알코올중독자)도 아니고 폭음을 일삼는 스타일도 아닌, 그저 적당히 술을 즐기는 와인 애호가일 뿐이다. 사실 별난 일도 아니다. 브런치 카페에는 가벼운 식사와 함께 샴페인을 곁들이는 메뉴가 종종 있으니까.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도 그랬다지 않은가. 일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샴페인을 좀 더 마시지 않은 것이라고. 그러니 여러분도 대학자님을 믿으셔야 한다. 인생의 후회를 만들지 않으려면 더욱 가열차게 샴페인을 마셔야 한다.


[ 가열차게 샴페인을 마십시다! (출처: 영화 <위대한 개츠비>) ]


모닝 샴페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먼저 적당히 칠링한 샴페인을 긴 플루트 글라스, 혹은 주둥이 부분이 살짝 벌어진 튤립 글라스에 2/3쯤 채운다. 그리고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기포를 즐긴다. 불멍만큼이나 중독성 있는 ‘버블멍’이다. 다음엔 잔을 살짝 코에 대고 갓 구운 빵처럼 구수한 풍미와 상큼한 시트러스, 은은한 복숭아 아로마가 어우러진 고혹적인 향을 음미한다. 그리고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섬세한 버블을 타고 핵과와 이스트의 복합적인 풍미가 전해진다. 목을 타고 내려갈 때 느껴지는 짜릿함은 정신을 맑게 하고 몸에 충만한 에너지를 준다. 물론 취하지 않게 천천히, 적당한 양을 마셨을 때 이야기다.


[ 피어오르는 거품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


오후의 본격적인 드링킹을 위해서는 조금 더 큰 잔을 준비해도 좋다. 많이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다. 풍성한 향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다. 보르도 스타일의 잔에 샴페인을 적당히 따른 후 잔에 코를 넣을 듯 깊이 가져가면 미묘한 향의 다층적인 레이어를 느낄 수 있다. 풍부한 향을 마음껏 즐기며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을 즐겨 보자. 어떤 것이든 좋다. 좋아하는 음식을 편하게 곁들이면 된다. 섬세한 거품과 깔끔한 신맛은 음식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어쨌든 좋지 아니한가. 맛있는 샴페인을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으니까. 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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