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3>을 정주행 하려고 TV를 켰다. 마침 <지구오락실3>가 나오고 있어서 잠시 보다가 출연자 4인의 환상적인 케미에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오겜'을 보려던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락실'에 몰입했는데, 마침 배경이 포르투갈의 한 와이너리였다. 펼쳐진 포도밭을 배경으로 김밥에 와인을 마시며 왁자지껄 게임을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그러다 출연자 중 맏언니 이은지가 “근데 너무 안 어울린다.. 와이너리랑 이 게임이”라고 말하자 막내 이영지가 “아니, 애초에 와인과 김밥부터 완전 MZ조합이에요”라고 맞받았다. 순간 나는 육성으로 대답할 뻔했다. “아닌데~ 김밥이랑 와인은 원래 잘 어울리는데~”
괄쪽이 이영지가 부정적인 의미로 그런 얘기를 한 건 아니었다. 기존에 없던 색다른 조합이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이은지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외가 아니다. 와인과 김밥은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특히 오토김밥처럼 신선한 야채를 많이 사용한 김밥을 자주 먹었는데, 샐러드와 비슷한 느낌이라 파삭한 산미가 돋보이는 청량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렸다. 이처럼 김밥의 주재료에 따라 와인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참치 김밥이나 연어를 사용한 김밥 등은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불고기 김밥이나 갈비 김밥처럼 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한 김밥은 가벼운 레드 와인을 곁들여도 괜찮다.
기본 김밥, 그러니까 계란과 단무지, 오이나 시금치, 어묵이나 맛살, 소시지 등으로 만든 김밥은 너무 묵직한 레드만 아니라면 평소 좋아하는 와인과 부담 없이 즐겨도 된다. 김밥 재료는 은근 개성이 강하지만 함께 먹으면 그 맛과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와인도 오크 뉘앙스나 타닌이 지나치게 강한 와인이 아니라면 심하게 부딪히지 않는다. 김밥이 평소 편하게 먹는 음식인 만큼 와인도 그에 맞추는 게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는 가볍고 깔끔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걸 선호한다. 와인샵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스파클링 와인도 김밥에 안성맞춤이다. 어릴 적 소풍 갔을 때 김밥에 곁들여 마시던 음료가 바로 사이다 아니던가. 김밥을 먹다가 막힌 목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사이다. 이제 우리는 어른이 되었으니 사이다 대신 알코올음료를 마셔도 좋지 아니한가. 특히 사이다처럼 레몬 라임 아로마가 청량하게 터지면서 신선한 청사과, 달콤한 서양배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가벼운 스파클링이 제격일 것이다. 물론 샴페인을 곁들여도 안될 건 없다. 어떤 스파클링 와인이든 냉장고나 와인 셀러를 열고 내키는 걸 집어 들면 된다.
로제 와인은 매력적인 컬러가 페어링의 핵심이다. 비슷한 컬러의 음식과 페어링을 하면 실패가 거의 없다. 김밥에도 이 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연어나 생 참치를 사용한 김밥이나 진미채 김밥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물론 기본 김밥과 함께 마셔도 좋다. 아름다운 컬러와 어울리는 향긋한 풍미가 입맛을 돋운다.
어릴 적 <아기공룡 둘리>를 봤던 세대라면 모를 수 없는 노래 가사가 있다. “만두의 친구는 찐빵이듯이, 라면의 친구는 구공탄이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성인이 되었으니, 성인 버전으로 개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치킨의 친구는 맥주이듯이, 김밥의 친구는 와인입니다~” 치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