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원래 계획은 이랬다.
'1999년에서 온 교환일기'의 연재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이번엔 소설 연재를 시작하자.
나름대로 소재는 준비되어 있었다.
그에 맞는 목차를 짜고 아이디어를 짜고, 짜고 짜고 짜고...
그런데 더 이상 쥐어짜지지가 않았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정작 더 절실히 필요한 건 실력이지만...)
그럼 소설은 좀 더 쥐어짜질 때까지 잠시 미뤄두고, 다른 이야기를 써볼까?
아팠던 이야기?
종류별로 아팠으니 그 경험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징징대는 것처럼 비치지 않을까?
망설여진다.
그럼 브런치 입성 후기를 포함한 일상 이야기를 쓸까?
했는데... 이거 일기 아냐?
어느 누가 내 일상을 알고 싶어 한다고 이걸 브런치글로 발행해?
'이곳은 일기를 쓰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라는 글을 수도 없이 봤었는데...
이건 아니잖아...
심지어 일상을 쓰는 글이든, 소설이든, 정보글이든 너무나도 뛰어난 작가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분들의 글을 읽느라 글 쓰는 시간이 줄어들 만큼 읽는 즐거움이 컸다.
읽을 때는 신나서 읽었는데 그럴수록 나 자신이 작아졌다.
비교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내 글을 보여주기가 점점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교환일기 브런치북의 연재 완료 날짜는 다가오고...
나는 초조해졌다.
쫓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 혼자 쫓기는 것 같았다.
숙제 내준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숙제 안 한 아이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
.
.
.
에잇, 내 맘대로 쓸란다!
눈치 보지 말고 쓰자.
내 고민을 듣던 우리 언니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럼 브런치 운영진한테 전화해서 따져! 왜 너를 통과시켜 줬냐고!"
아...! 그래,
부족한 나를 브런치 작가로 뽑아준 데에는 다 신의 안배가...
아니, 운영진의 생각이 있겠지.
일단 이 고민부터, 이 생각들부터 써보자!
라고 한 것이 오늘의 첫 번째 기록이다.
교환일기 브런치북에 댓글로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해 주신 작가분들이 계셨다.
나 또한 기록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26년 전 일기로 브런치에 입성했으니.
얼마 전에도 오래된 나의 일기를 하나 더 찾았었는데, (어디서 일기가 자꾸 튀어나옴ㅋㅋ)
'맘스다이어리'라는 곳에 쓴 12년 전 육아일기였다.
그 일기를 이제 17살, 13살이 된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눈을 못 떼고 읽는다.
심지어 남편도 반색을 하며 좋아했다.
다운 받아 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아직 못한 게으른 나란 여자...
그렇다면 이 글이,
5년 후 10년 후(그때까지도 브런치가 지금의 모습일까...?)에도 남아있다면, 과거와 현재의 나를 잇는 장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괴로웠던 내 고민의 결론은 이렇다.
살면서 끄적인 소소한 일기는 그때를 살았던 내 삶과 그 시대를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발견한 일기는 자연스레 '추억소환장치'가 된다.
그래서 나는,
여기 브런치에 또 하나의 추억소환용 소소한 기록을 남겨 볼까 한다.
미래의 내가 사용할 추억 소환 장치로 브런치를 이용하겠다.
브런치여 버텨라! 맘스다이어리처럼!
내가 더 성장할 때까지!
이 기록으로 추억을 소환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