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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기 Oct 22. 2020

내가 말을 하는 이유 1 [무대에서]

#말하기 #듣기 #소통 #대화 #마이크 #에세이

나는 좋아하는 일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잘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재능이라 말했고, 어떤 사람은 축복이라 일러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았다. 그저 좋아하는 감정 하나만으로 어떤 상황도 잘 이겨낸 것 같다. 아직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삶은 '충분히 성공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본격적으로 사회자를 시작할 때, 그저 말하는 것이 좋았다.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내 목소리가 신기했고, 말 한마디에 웃어주는 관객들에 감사했다. 그래서 말을 참 많이 했다. 말을 많이 할수록 나도 좋고, 관객들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따. 다. 다. 다. 다 쉴 새 없이 내뱉는 멘트에 관객들은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그렇게 무대에서 혼신을 쏟고,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으면 느껴본 적 없는 뿌듯함이 몰려왔다. 

그만큼 말하기는 매 순간 진심이었다.      


그러다 가끔은 진심을 알아봐 준 관객들이 작은 선물을 주었다. 사탕이나 음료수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지만 나를 감동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선물을 주면서 건네 준 한마디였다. 


“가족끼리 처음으로 여행 왔는데 재밌는 공연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우울증이 심해져서 집에만 있다가 죽을 것 같아서 나왔는데 힘 왕창 받고 가요 감사합니다.”
“사회자님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진짜 오랜 친구 만난 느낌이에요.”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어요.” 등등.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분들로 인해 말이 주는 힘을 온통 느낄 수 있었다. 

그때쯤부터 선물을 주러 온 관객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온몸에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어도 대화를 하면 할수록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뭐하다가 오셨어요?”

“같이 오신 분은 어떻게 만났어요?”

“오늘 저녁은 뭐 드셨어요?” 등을 질문하면 찾아온 관객과 족히 10분은 떠들었다.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 이거다’


그 후, 난 무대에서 원맨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보다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멘트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객석에서 관객들이 서로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가 에너지 받는 느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무대에서 80대의 할아버지가 “오늘은 제 아내 생일입니다. 여보 생일 축하해”라고 마이크 들고 말하는 모습에 오신 모든 관객 모두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던 기억이 강렬하다.      

난 듣기 위해 말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에너지를 위해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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