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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Oct 11. 2022

카메라타


‘카메라타’는 피렌체의 예술 후원자였던 백작 Giovanni de’Bardi의 살롱에 모이던 학자, 시인, 음악가들의 모임이었다. 이탈리아는 가본 적도 없으니 16세기의 그 모임에는 참석해본 적이 없다. 16세기 이탈리아에 살았다면 초대를 받을 수 있었을까. 대신 파주에 있는 황인용 선생님의 카메라타는 자주 가는 편이다.



카메라타는 클래식 DJ를 오래 하신 황인용 선생님이 아직도 직접 LP를 고르시는 카페 겸 음악감상실이다. DJ를 그만두시고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평생의 업을 이어가고 계신다. 일이자 취미인 음악 DJ를 직접 아지트까지 만들어서 하고 계신 걸 보면, 그 분은 이 시대의 진정한 성덕이시지 않을까 싶다. 옛날에는 사람이 없을 때 그곳에 가면 황인용 선생님이 직접 음악을 틀고, 고낙범 작가의 그림 아래에서 지인들과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카메라타는 이런 모습이었지 않았을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결코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여럿이 하는 일보다 혼자 하는 것이 편하다.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만 그곳에서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신입생 환영회, 대학 OT, 그리고 각종 모임의 뒷풀이는 늘 어려웠다. 한 테이블에서 그 누구도 소외 받지 않을 정도의 인원, 4명 정도의 모임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1인분도 힘들지만 1인분만 해서는 할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다. 서럽지만 삼겹살도 최소 2인분부터 주문이지 않나.



사회적인 편은 아니지만 집단의 효용은 믿는 편이다. 그렇다면 질문. 집단은 영속적일 수 있을까. 사교의 목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 집단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문화와 시스템이다. 문화는 자부심과 연결된다. 문화는 집단 내에서 공유되는 것이고, 개인이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문화는 실측이 어렵지만 어떠한 양식, 행동, 사고 등이 일정한 패턴을 갖고 꾸준히 지속될 때 형성된다. 일정한 패턴을 갖고 꾸준히 반복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좋아하지 않고는 지속될 수 없다. 때문에 꾸준히 지속된 것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시스템은 실제로 집단이 작동하게끔 만드는 도구다. 처음 시작하는 경우에는 체계가 없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매번 다르게 대응하게 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매번 다르게 행동한다면 집단과 개인의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집단이 개인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으며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집단은 집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 시스템은 집단 내에서 공유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이어야 한다. 집단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주먹구구로 쌓던 경험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꾸준히 지속된 것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문화는 자부심에서 시작하여 집단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시스템은 여러 사람이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게끔 하는 수단이다. 개인과 집단은 결코 이분법적으로만 볼 수 없다.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고유함을 침해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너지로서 집단을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통의 경험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데에서 시작되는 공감. 카메라타는 그렇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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