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알아?
윌은 그 어떤 것도 절대 확신하지 않아.
확신 대신 싸워서 이겨.
가끔 틀릴 때도 있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HBO 드라마 <뉴스룸>에서 방송국 총괄 PD인 맥켄지 맥헤일이 뉴스 앵커인 윌에 대해 한 말입니다. 뉴스룸은 진정한 저널리즘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극중 보도국장인 찰리 스키너는 저널리스트의 덕목으로 사실, 신뢰, 전문성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뉴스 앵커이자 편집장으로서 어떤 쪽으로도 편향되지 않고 사실만을 시청자에게 전해야 하는 윌이 확신하지 않는 이유도 저널리즘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전에도 글을 쓴 적 있지만 저는 스스로 어떠한 방면으로도 잘난 면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제 자신을 ‘애매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 애매한 태도는 꽤나 문제가 된 적도 많았습니다. 애매함은 흔히 우유부단함으로 치부됩니다. 저는 무언가를 할 때면 결정을 빨리하는 편이 아닙니다. 선택 이전에는 최소한 두 개 이상의 대안을 눈으로 직접 보고자 합니다. 결정을 하고 나면 이를 무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자친구가 “일이야, 나야?”라는 질문을 할 때도 선뜻 답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장난입니다.
결단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이 애매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반대로 확신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확신에 찬 사람들을 보면 신기합니다. 당장 오늘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 또한 무모할 정도로 확신에 찬 상태로 살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지나친 확신은 강박으로 이어졌고, 그 강박은 어느 순간 족쇄가 되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이후부터 저는 확신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확신이든 애매함이든 중요한 건 그 정도와 시기입니다. 저는 많은 것을 보고 듣습니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는 저를 호사가라고도 합니다. 남들보다 많이 보고, 들으려고 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건 제가 그간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살아왔기에,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기에 관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뭐든 결정을 해야합니다. 다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많이 보고, 듣겠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하기 위해 확신하지 않겠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건 친구들과 함께 우리들의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 정리되지 않고,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의 압박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결정을 해야했기에 지치기도 했습니다. 다시 멀리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보고, 듣겠습니다. 최대한 유보하고, 결정하겠습니다. 늦지 않게. 틀렸다면 그때 가서 인정하겠습니다. 늘 과정 속에 있음을 인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