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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러기 Oct 23. 2024

북한이탈청소년들의 작가 데뷔 일지 Part.2

2024년의 폭염만큼 뜨거웠던 북소리팀



Chapter 1. 북소리팀이 탄생한 2024년의 여름



대북 인식, 통일 의식,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전부 달라 보이지만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한과의 대치 상태가 계속되며 대북 인식이 악화되고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산가족이나 민족성에 공감하는 세대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겠지요.


 학생사회공헌단 북소리팀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한 사회에 함께하는 북한이탈주민들도 ‘우리’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가깝게 만나는 통일이 바로 북한이탈주민과의 교류, 나눔, 공존일 텐데 이렇게 거리감만 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북소리팀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큰 목표 아래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북소리팀은 아이디어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부스를 열거나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을 근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등의 의견도 나왔지만 특히 남북의 청소년들과 청년들 사이의 교류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북한이탈주민에게 더 큰 거리감을 느낀다는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교류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죠.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의식조사



 20대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북소리팀 단원들이 또래 북한이탈주민들과 교류하는 주체가 되어보는 동시에 그 교류의 과정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유의미하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들을 준비한 후, 함께할 대상을 모집하기 위해 북한이탈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여러 개에 컨택했지만 대부분 ‘이미 2학기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서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기획 시점인 2024년의 여름방학은 2학기 동안 지속할 정기적인 활동을 제안하기에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요.


 하지만 북소리팀은 포기하지 않고, 컨택에 성공할 때까지 더 완성도 있고 유의미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기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결과 단순 교류활동에서 나아가 북한이탈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사회에 본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북소리’ 프로젝트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지요.


“학생사회공헌단(학사공)은 서울대학교 학생을 도움을 주는 주체, 프로그램 대상자를 도움을 받는 객체로 구분하여 당사자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약자로 규정하고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편찬하도록 해보자.”
- 장현진 단원 (240814 회의록 발췌)

*당사자성(당사자주의) : 특정 소수자와 관련된 담론과 인권 운동에 있어 그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닌 당사자가 주 목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여전히 참여자 모집이 막막했습니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결국 기획해 온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던 바로 그때! 반석학교 연락이 닿았고 다행히 활동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기획했던 교류 프로그램과 책을 편찬하는 북소리 프로그램, 이 두 가지 메인 활동으로 이루어진 수업을 구체적으로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Chapter 2. 반석학교와 함께한 2024년의 가을

 


 시간이 흘러 9월이 되고, 북소리팀은 신입단원들이 합류하여 19명의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19명의 북소리팀 팀원들은 글쓰기수업 팀, 문화교류 팀, 책편찬 팀 이렇게 3개의 세부팀으로 나누어 배치되었고, 곧장 회의에 돌입하고 프로그램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겪는 고통이나 어려움에 주목하기보다는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하고자 했습니다.





학생사회공헌단 북소리팀의 노션



“북한이탈청소년들이 정규 교육과정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남한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북한이탈청소년에게 ‘도움을 준다’라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북한이탈청소년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세상에 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 장현진 단원 (교류활동 준비과정 기록 발췌)


 모든 단원들이 자료를 찾고 의견을 나누며 함께 활동할 북한이탈청소년들에 대한 설렘과 관심으로 첫 회차를 준비했습니다. 북한에 관한 이야기 등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교류 자체에 초점을 맞추자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학생들이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오늘날에는 부모님이 북한에서 탈북을 한 이후 중국 등의 제3국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청소년들이 70% 이상이기에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을 고려해 수업자료에 있는 모든 텍스트에 중국어를 병기하여 수업을 준비하고 최대한 쉬운 단어들로 소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북한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으로 와서 ‘너는 오늘부터 북한 이탈 주민이자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여받고 한국 사회에 말 그대로 내던져진다. 낯선 언어와 문화를 새롭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북한 출생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데도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서 정의하는 협소한 탈북민의 정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각종 지원 사업과 국가 정책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아이들은 어쩌면 제도적 무관심과 정체성적 혼란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글쓰기 수업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글을 담은 책을 발간하기로 계획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와 목소리를 담고 알릴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 김호진 단원 (교류활동 준비과정 기록 발췌)






Chapter 3. 설레는 첫 만남, 1회차 (240926)



 드디어 9월 26일, 첫번째 회차를 진행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우선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고 소통하기 위해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문화교류 수업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자기소개를 나누고 전통 공예품의 역사 및 제작 방식을 익혀 직접 나전칠기 키링을 만드는 체험을 함께했습니다.





“문화교류 활동을 준비할 때, 남한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교류하는 것보다 남북한이 과거부터 공유하고 있는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였고, 나전칠기나 다도 활동처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위주로 기획하였다.”
- 문서현 단원 (교류활동 준비과정 기록 발췌)


“1회차 문화교류 수업 진행을 맡았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나전칠기 체험에 반응이 시큰둥해서 당황했다. 근데 나전칠기라는 콘텐츠 자체가 별로였다기보다는 애초에 나이대가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 초등학생들처럼 마냥 신나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고 덤덤한 반응이 나온 것 같다.
 전체적인 학생들의 나이대가 10대 중반~20대 중반이라서 선생님과 학생의 느낌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장현진 단원 (1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떨림, 나와는 다른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외모도, 음악 취향도, 서로 처음이라 느끼는 약간의 어색함까지도 인간적인 공감대가 느껴졌다. 더 친해지며 알아가보고 싶었다.”
- 안자이 단원 (1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반석학교에서는 꼭 중고등학생의 나이가 아니더라도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북소리팀 단원들과 반석학교 학생들 사이에 나이 차이가 거의 없어 또래로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지요. 함께 나전칠기 키링을 만들며 자신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극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다음 교시에 진행된 글쓰기 수업에서는 ‘글과 친해지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글의 종류를 소개하고 의성어, 의태어, 비유를 활용한 다채로운 표현을 연습하며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여는 회차로 진행되었어요.





“한 가지 놀란 것은 아이들의 작문 실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비유법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한 학습활동에서 한 학생이 적은 예시 문장은 그대로 책에 넣어도 될 만큼 유려하고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학생 1인당 할당받은 책 분량인 20페이지가 생각보다 많다고 판단해서, 과연 그 공간을 알차게 잘 채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욕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의 더 깊고 다채로운 생각과 이야기를 많이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 김호진 단원 (1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Chapter 4. 한층 더 깊은 교류가 오간 2회차 (241010)



10월 10일 진행된 2회차부터는 글쓰기 수업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희덕의 『내 유년의 울타리는 탱자나무였다』,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같은 수필을 함께 감상하고 수필의 개념과 종류를 알아본 후에 일기, 편지, 자서전 가운데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해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는 게 막막하고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서툰 언어로도 단어를 검색해가며 차분하게 글을 써 내려가는 걸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쓴 글을 문서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문법이나 문장은 조금 서툴러도 깊은 통찰이 담겨있는 글들이라 깜짝 놀랐다. 정말 문학적인 표현도 있었고 일상을 기록했지만 교훈이 담긴 이야기도 있었다.”
- 엄지나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별생각 없이 학생들이 쓴 글을 들여다봤는데, 나도 저렇게는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창적이고 문학적으로 뛰어난 글들이 많아서 놀랐다. 이러한 학생들의 글이 모여 책이 나온다면, 언어적인 아름다움 속에 학생들의 삶의 여정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현진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1교시 글쓰기수업이 끝난 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2교시 문화교류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다도의 예절과 순서를 함께 공부한 후 녹차와 다과를 즐기면서 서로에 관한 질문들을 돌아가며 묻고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MBTI나 취미를 물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 영화, 드라마를 이야기하며 서로 공감하고 웃을 수 있었지요.





“두 팀으로 나누어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시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가고,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어 이전보다 훨씬 친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석학교 친구들도 본인의 MBTI를 잘 알고 있고,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들도 많이 알고 있어서 놀랐다.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안 유명한 드라마까지도 알고 있어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장현진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중국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세 친구가 ‘고향이 모두 북쪽이라서 춥다, 틱톡 100만 팔로워는 많은 것도 아니고 1000만 팔로워가 흔하며 1000만 팔로워이면 월에 1억 이상 번다, 중국에서 남쪽 사람들은 차를 많이 마시고 북쪽 사람들은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미성년자가 맥주를 마시면 안 된다는 법이 없어서 나도 어릴 때부터 마셨다…’ 라는 이야기 등을 해주어서 웃기고 재밌었다.”
- 안자이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Chapter 5. 남북요리사와 함께한 3회차 (241017)


 10월 17일 어느덧 세번째 회차가 되었습니다. 1교시 글쓰기 수업은 수필 중에서도 ‘기행문과 독후감’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작성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완성될 책에 관해 함께 고민하고 글의 개요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공부했지요. 3회차까지 학생들이 작성한 글은 다음 브런치 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 후 이어진 이번주의 문화교류 활동은 전 만들기였습니다. 남한 명절음식의 종류와 전의 레시피를 함께 알아본 후 산적꼬치전/ 육전 / 소세지전&애호박전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어 요리를 시작했어요.


 직접 시식하고 투표하여 우승 팀을 결정하기로 한 만큼 모두들 즐겁고 열정적으로 재료를 손질하고, 전을 구웠습니다.




“세 학생들과 함께 산적꼬치전을 맡았다. 버섯, 쪽파, 맛살, 햄 등의 재료를 손질하고 꼬치에 끼우면서 한바탕 깔깔대고 나니 많이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우리 팀이 가장 늦게 끝났는데도 함께한 학생 분이 끝까지 힘들지 않다며 괜찮다고 해주시고 뒷정리까지 도와주려 하셔서 감사했다. 세 가지 전 모두 정말 맛있어서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엄지나 단원 (3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지금까지 했던 모든 활동 중에 가장 품이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이었다. 확실히 팀별로 요리를 하고 나누어 먹으니까 이전보다 훨씬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소고기육전과 애호박전, 소시지전, 산적꼬치전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맛있었다.
 지금까지 학사공에서 했던 활동 중에 도움을 주는 사람-받는 사람의 느낌이 아닌 동등한 교류의 느낌이 드는 활동은 이게 처음인 것 같다. 비슷한 나이대, 그러나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문화적 배경은 다를지라도 우리와 비슷한 삶의 고민을 함께하고 비슷한 포인트에 웃음이 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 장현진 단원 (3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과연 어느 전이 가장 맛있었을까요? 독자 여러분도 함께 맞춰보세요!




 

 기획단계의 우여곡절부터 반석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글쓰기와 문화교류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보셨나요? 조금은 서툴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저희는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면서 최종 목표인 책 편찬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7회차의 활동과 완성될 책까지 함께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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