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폭염만큼 뜨거웠던 북소리팀
“학생사회공헌단(학사공)은 서울대학교 학생을 도움을 주는 주체, 프로그램 대상자를 도움을 받는 객체로 구분하여 당사자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약자로 규정하고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편찬하도록 해보자.”
- 장현진 단원 (240814 회의록 발췌)
*당사자성(당사자주의) : 특정 소수자와 관련된 담론과 인권 운동에 있어 그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닌 당사자가 주 목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는 것
“북한이탈청소년들이 정규 교육과정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남한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북한이탈청소년에게 ‘도움을 준다’라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북한이탈청소년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세상에 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 장현진 단원 (교류활동 준비과정 기록 발췌)
“이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북한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으로 와서 ‘너는 오늘부터 북한 이탈 주민이자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여받고 한국 사회에 말 그대로 내던져진다. 낯선 언어와 문화를 새롭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북한 출생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데도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서 정의하는 협소한 탈북민의 정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각종 지원 사업과 국가 정책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아이들은 어쩌면 제도적 무관심과 정체성적 혼란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글쓰기 수업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글을 담은 책을 발간하기로 계획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와 목소리를 담고 알릴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 김호진 단원 (교류활동 준비과정 기록 발췌)
“문화교류 활동을 준비할 때, 남한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교류하는 것보다 남북한이 과거부터 공유하고 있는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였고, 나전칠기나 다도 활동처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위주로 기획하였다.”
- 문서현 단원 (교류활동 준비과정 기록 발췌)
“1회차 문화교류 수업 진행을 맡았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나전칠기 체험에 반응이 시큰둥해서 당황했다. 근데 나전칠기라는 콘텐츠 자체가 별로였다기보다는 애초에 나이대가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 초등학생들처럼 마냥 신나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고 덤덤한 반응이 나온 것 같다.
전체적인 학생들의 나이대가 10대 중반~20대 중반이라서 선생님과 학생의 느낌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장현진 단원 (1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떨림, 나와는 다른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외모도, 음악 취향도, 서로 처음이라 느끼는 약간의 어색함까지도 인간적인 공감대가 느껴졌다. 더 친해지며 알아가보고 싶었다.”
- 안자이 단원 (1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한 가지 놀란 것은 아이들의 작문 실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비유법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한 학습활동에서 한 학생이 적은 예시 문장은 그대로 책에 넣어도 될 만큼 유려하고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학생 1인당 할당받은 책 분량인 20페이지가 생각보다 많다고 판단해서, 과연 그 공간을 알차게 잘 채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욕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의 더 깊고 다채로운 생각과 이야기를 많이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 김호진 단원 (1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는 게 막막하고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서툰 언어로도 단어를 검색해가며 차분하게 글을 써 내려가는 걸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쓴 글을 문서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문법이나 문장은 조금 서툴러도 깊은 통찰이 담겨있는 글들이라 깜짝 놀랐다. 정말 문학적인 표현도 있었고 일상을 기록했지만 교훈이 담긴 이야기도 있었다.”
- 엄지나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별생각 없이 학생들이 쓴 글을 들여다봤는데, 나도 저렇게는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창적이고 문학적으로 뛰어난 글들이 많아서 놀랐다. 이러한 학생들의 글이 모여 책이 나온다면, 언어적인 아름다움 속에 학생들의 삶의 여정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현진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두 팀으로 나누어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시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가고,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어 이전보다 훨씬 친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석학교 친구들도 본인의 MBTI를 잘 알고 있고,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들도 많이 알고 있어서 놀랐다.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안 유명한 드라마까지도 알고 있어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장현진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중국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세 친구가 ‘고향이 모두 북쪽이라서 춥다, 틱톡 100만 팔로워는 많은 것도 아니고 1000만 팔로워가 흔하며 1000만 팔로워이면 월에 1억 이상 번다, 중국에서 남쪽 사람들은 차를 많이 마시고 북쪽 사람들은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미성년자가 맥주를 마시면 안 된다는 법이 없어서 나도 어릴 때부터 마셨다…’ 라는 이야기 등을 해주어서 웃기고 재밌었다.”
- 안자이 단원 (2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세 학생들과 함께 산적꼬치전을 맡았다. 버섯, 쪽파, 맛살, 햄 등의 재료를 손질하고 꼬치에 끼우면서 한바탕 깔깔대고 나니 많이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우리 팀이 가장 늦게 끝났는데도 함께한 학생 분이 끝까지 힘들지 않다며 괜찮다고 해주시고 뒷정리까지 도와주려 하셔서 감사했다. 세 가지 전 모두 정말 맛있어서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엄지나 단원 (3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지금까지 했던 모든 활동 중에 가장 품이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이었다. 확실히 팀별로 요리를 하고 나누어 먹으니까 이전보다 훨씬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소고기육전과 애호박전, 소시지전, 산적꼬치전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맛있었다.
지금까지 학사공에서 했던 활동 중에 도움을 주는 사람-받는 사람의 느낌이 아닌 동등한 교류의 느낌이 드는 활동은 이게 처음인 것 같다. 비슷한 나이대, 그러나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문화적 배경은 다를지라도 우리와 비슷한 삶의 고민을 함께하고 비슷한 포인트에 웃음이 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 장현진 단원 (3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