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전개, 위기, 절정, 그리고 해피엔딩을 향해
일찍 도착해서 회차를 준비하는데 반석학교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이 시간 될 때마다 묘하게 설레어한다, 수업 시간엔 조는데…”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뻤던 게 기억에 남는다.
- 안자이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매주 머리를 맞대어 회의하고 자료를 만들며 활동을 준비하는 학생사회공헌단 단원들만큼이나 반석학교 학생들 역시 북소리 활동을 기다리고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뿌듯한 시간들입니다. 지난 한 달간의 이야기, 함께 만나볼까요?
Chapter1. 특별한 손님과 함께한 4회차 (241024)
10월 24일 4회차에는 글쓰기수업을 북소리팀 단원이 직접 진행하는 대신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저희가 초청한 특별 손님은 바로 탈북청소년 성장소설인 『파도의 아이들』을 집필하신 정수윤 작가님이셨습니다. 이 소설은 세 명의 10대 주인공 ‘설’, ‘광민’, ‘여름’이 북한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앞날을 선택하고자 한 세 청춘의 성장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소설입니다.
13년 동안 100여 명에 달하는 실제 탈북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작가님의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고난과 좌절, 이별의 경험과 그럼에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절실함이 담겨있으니 여러분도 꼭 한 번 찾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실제로 강연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아볼까요?
반석학교에 도착하니 작가님이 먼저 와 계셔서 인사를 나누고 장비 세팅을 도와드렸다. 작가님은 우리 팀의 이름인 ‘북소리’가 매우 센스있는, 중의적으로 잘 지어진 이름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당신께서 진행하시는 탈북청년 시 쓰기 모임인 ‘게사니’를 소개해 주셨다. 게사니는 북한에서 거위를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북한 농촌에서는 마치 우리가 시골집 마당에서 개를 키우듯 거위를 키우는데, 이 ‘게사니’들이 꼭 마당개처럼 낯선 사람을 향해 울기도 하고 쫓아내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게사니’라는 이름은 작가님이 13년간 만나온 북한 출생 학생들의 입에 여전히 맴도는 가장 애정 어린 말소리 중 하나인 셈이다.
좌우간 작가님과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다가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강의실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약간 상기된 얼굴이 평소보다 들떠있음을 느꼈다. 낯선 분위기에 살짝 긴장한 듯 보이기도 했다. 작가님이 자리에 앉은 학생들을 찬찬히 둘러보시다가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하셨다. 그 미소가 강의실을 가득 채워서 학생들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진 듯했다. 강연은 몇 가지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짧은 글을 쓰고 이야기 나누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 김호진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작가님께서 글쓰기 강연 소재로 준비하신 첫번째는 음식, 두번째는 꿈이었다. 음식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며 작가님이 꺼내신 소재는 책 <파도의 아이들>에 나오는 ‘김치룸’이었다. 남한에는 없는 북한만의 문화로, 마을에서 공동으로 김치를 보관하는 장소이다. 작가님이 <파도의 아이들>에 나오는 김치룸 장면을 직접 읽어주시기도 했다.
이어서 학생들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하면서 그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말했는데 중국에 살았을 때 친구들이랑 양꼬치집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 어묵을 좋아하는데 어묵은 모양이 귀여우며 조리법이 다양한 음식이라는 소개, 엄마의 사랑이 듬뿍 들어간 김치볶음밥에서 행복함이라는 감정이 떠오른다는 이야기 등 따스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안자이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발표를 들으며 작가님도 단원들도 모두 감탄했던 것은 음식에 대한 글을 읽을 때였다. 특히 ‘단발소녀’ 학생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김치찌개에 대해 “추운 겨울날 바람이 불 때 혼자 먹었던 김치찌개는 최고였다. 그때 나는 혼자였지만 김치찌개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어 외롭지 않았다”라고 썼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 먹는 뜨끈하고 칼칼한 김치찌개를 자신의 친구로 여기며, 그 모든 외로움과 고독함의 이미지를 따뜻함과 친밀함의 감정으로 물들이는 ‘단발소녀’의 발상은 얼마나 참신한가.
부지불식간에 ‘단발소녀’는 백석이 그의 시 <선우사-함주시초4>에서 ‘반찬 친구’라는 재치 있는 의인화와 정다움의 정서를 결합했던 시도를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백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치찌개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은’ 풍경을 감각적으로 재현한 셈이다. 수업을 진행해 나갈수록 학생들의 글과 진지한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지도 못했던 생생하고 물기 어린 표현을 접하며 나 스스로도 발전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즐겁다.
- 김호진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학생들이 작가님께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도 하고, 종이를 들고 달려가서 사인도 받았다. ‘석양’ 학생은 ‘파도의 아이들’이라는 책에서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마지막에 바다를 보러 가는데,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진 행위인지 질문했다. 작가님께서는 북한의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남한에 사는 우리까지도 온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한 탈북민은 남한을 ‘자유 있는 감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가님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바다를 보러 가는 장면을 통해 ‘바다’로 상징되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셨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도, 함께한 북소리팀 단원들에게도 의미 있는 강연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 장현진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석양’ 학생이 책 마지막 장에서 탈북 청소년인 주인공들이 찾게 되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작가님께 여쭤보았다. 작가님께서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나의 인생은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자유’를 말씀하셨다. 우리는 모두 환경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단 한 가지 자유로운 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등이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서 등장하는 자유는 그런 자유를 뜻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바다에 벽이 없듯, 광활한 공간에서 헤엄칠 수 있듯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다.’라고 덧붙여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고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 안자이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수업이 끝나고 ‘단발소녀’ 학생이 반석학교 교사분 앞에서 족자를 펼쳐 보이며 오늘은 이걸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평소에 어른스러워 보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 아직 그래도 청소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학생들이 족자를 만들 동안 돌아다니며 이건 무슨 의미를 담은 족자인지 물어보고, 옆에 어울리는 그림도 한번 그려보라고 제안하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나는 중국어가 서툴고 학생들은 한국어가 서툴러서 완벽하게 소통이 이루어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 장현진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여러모로 변수가 많았던 하루였다. 캠퍼스투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스에도 변동이 있었고, 시간 편성에도 변동이 있었고, 마지막 마무리 과정까지도 변수로 가득 찬 하루였다.
그럼에도 즐거운 순간들이 많았다.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재밌는 포즈를 취하며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던 순간, 기념품 샵에서 기념품들을 고르면서 신나하던 순간, 걸어가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 잔디광장에서 함께 피자를 먹으며 피크닉을 했던 순간 모두 소중하고 좋았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학생들에 대해,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해 점점 애정이 커져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피자를 먹으면서 본명 대신 책에서 사용할 ‘필명’을 정했는데,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재밌는 필명을 하나씩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학생들과 단원들 모두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지난 매거진부터는 학생들이 직접 정한 필명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사회공헌단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코스 변경으로 인해 사회대 운동장을 잔디광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게 되었는데, 이러한 변수가 오히려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광활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대로 사진에 담겼고, 그 사진에는 뭔가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움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셀카를 찍는 학생들의 모습이 풋풋하고 예뻐보였다.
- 장현진 단원 (4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단풍연 분들의 시연으로 첫 시간을 시작했다. 교실을 가득 채우는 농악 소리에 모두 홀린 듯 집중해서 즐겼다. 수업 내용 자체는 낯선 정보의 나열이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배우고 연주해볼 수 있다는 말에 학생들이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간단한 수업 후 장소를 이동해 넓은 홀에서 흩어져 연습을 시작했다. 나도 옆에서 같이 배우고 싶을 정도로 단풍연 분들이 흥겹고 친절하게 전통악기 연주법을 가르쳐주셨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 조금 답답해 보였지만 점점 스트레스를 풀면서 타악기를 신나게 치는 모습이었다. 북을 가르쳐주신 분은 중국어로 소통했고 징을 알려주신 분은 영상과 함께 흐름을 알려주셨다. 꽹과리 팀은 꽤나 즐겁게 웃으며 익히는 모습이었다.
조금 둘러보다가 장구를 연주하기로 한 분들을 지켜보았다. 장구 연주가 양손을 다르게 움직여야 해서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한 학생이 원하는 소리가 나지 않자 점점 지루해하더니 결국 합주를 포기했다. 이런저런 위로를 건네봤지만 이미 흥미를 잃어서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단풍연에서 장구를 맡아주신 분께서 끝까지 설득해 주시고 빼빼로데이를 맞아 준비해 온 빼빼로까지 학생들에게 나눠주셔서 감동적이었다.
- 엄지나 단원 (6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소극적인 학생의 흥미를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지,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김나현 단원 (6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역대까지 진행되었던 회차중에 가장 개선이 필요한 회차였다.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활동이 우리 북소리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다.
- 장현진 단원 (6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글쓰기수업 시간에는 여러 가지 개선점이 발견되었다. ‘달밤’이라는 소설을 사전에 읽어오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읽어온 학생이 많지 않아 소설을 분석하면서 진행되는 수업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 실습 시간에는 학생들이 유독 집중을 못했다.
오늘 소설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 대해 설명했는데, 오늘 회차야말로 북소리팀 여정의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매 회차를 최선을 다해 꼼꼼히 준비하는데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속상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집중해서 좋은 글을 써준 학생도 몇 있었다. 아무쪼록 앞으로 적용할 개선사항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여 북소리팀이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장현진 단원 (6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2교시 글쓰기 수업은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 사물놀이를 또 하는 시간이 있냐고 대뜸 묻기도 하고, 수업과 관련 없는 장난을 치기도 하며 간식까지 계속 먹으니 쉬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확실히 이전보다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환경 탓도 있었겠지만 다음 글쓰기 수업 시간에는 단원들이 조금 더 신경 써서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나현 단원 (6회차 교류활동 기록)
이전 회차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회차를 준비했다. 여느 때보다 수업자료와 인쇄물이 많아서 하나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는 것을 느꼈고, 그렇기에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더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석학교 선생님과 여러 번 통화하며 수업 분위기를 보완할 방안을 구상했다. 또 수업 도입 부분에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이 반석학교 학생들에게도 잘 전해져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행복한 기억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장현진 단원 (7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처음에는 꼭 이 주제로 써야 하냐고 묻던 학생들도 이내 집중해서 끊임없이 펜을 놀리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서 글을 잘 써줘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다. 동시에 ‘돈이 행복을 결정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평소에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많은가 싶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과정으로 이곳에 이르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감히 짐작하는 것마저 조심스러웠다. 원래 1교시를 마치기 전에 모두의 의견을 발표하고 간단한 토론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나 모든 학생들이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어서 흐름을 끊지 못했다. 글을 통해 어서 학생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
- 엄지나 단원 (7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글쓰기 주제가 어려운 듯싶다가도 다들 곧 진지하게 작성해 내려가서 차분하고 학업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1회차~4회차 동안 수업을 해왔던 반석 학교에서 수업을 다시 진행한 덕분인지 학생들이 글쓰기에 집중을 잘해주어서 지난주 수업 분위기에 대해 걱정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 김나현 단원 (7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모두 정성스럽게 채워줘서 알록달록한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서울, 부산, 제주도와 같이 유명한 지역 이외에도 한국에는 매력적인 곳들이 많다는 인상이 남겨졌길 바란다.
- 김나현 단원 (7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
생각보다 학생들이 유명하지 않은 지역들도 방문해 보았거나 알고 있다고 말해주어서 놀라웠다. 남한이나 북한 지역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알아보고 이해해 보는 노력은 북한이탈청소년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다.
- 엄지나 단원 (7회차 교류활동 기록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