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소리

북한이탈청소년들의 작가 데뷔 일지 Part.5

서울대학교에 울려퍼진 북소리

by 꿈꾸러기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제도는 충분히 많지만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북한 체제와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에 대한 지식을 늘려간다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 김택빈 연구원 인터뷰에서 발췌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하나둘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기 시작하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11월 18일에서 20일까지 저희 북소리 팀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의 글이 가지는 인식개선 효과를 검토하고 북소리팀의 활동을 홍보하고자 교내 잔디광장 근처에서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체험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부스 활동으로 저희는 크게 두 가지를 기획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북한의 전통 놀이 ‘알치기’ 체험을, 두 번째로는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 직접 쓴 글을 짧게 감상하고 후기를 남기는 체험을 준비했습니다. 3일간 북소리 팀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사회공헌단 단원들과도 협력하여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더 자세한 부스 활동 이야기, 한번 알아볼까요?


KakaoTalk_20241118_223105775_01.jpg


부스 기획 TF 팀에서 준비한 ‘알치기’ 체험의 경우, 최소 1인에서 최대 5인까지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알을 쳐서 이웃한 점들로 이동시킨 후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하면 보상으로 젤리 간식 2개, 실패하면 1개를 지급받도록 기획했습니다. ‘알치기’라고 하면 다들 생소하실 텐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구슬치기’를 북한에서는 ‘알치기’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부모님 세대 분들은 추억의 놀이를 오랜만에 다시 할 수 있어서, 학생들은 말로만 전해 듣던 전통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참여하신 분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남한과 북한 모두 비슷한 전통놀이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체험하면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이질감이 해소하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AD_4nXenxmt6d-Vrtd3YExZGmYRTnDHIDD9d-Qyia4t9ep5dSrGUXePioxVwqvzgFOd0QCnrXvkrCFMkjiUg0MVIOHDW800HZ1yq6J5njo1aLgcHWZ3YeGvolHV5b0smK58Amb7Em9JNcA?key=M6wHzu1KgGSHAwN4clBIFDbl


우선 생각보다 많이 참여해 주셔서 뿌듯했다. 부스 활동 참여 이전과 이후로 사람들의 인식이 상당히 많이 바뀌는 것을 보고, 그러한 직접적인 현장 활동이 굉장히 의미 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을 더 열심히 기획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지현 단원 (부스 운영 후기에서 발췌)



또 다른 활동인 ‘북한이탈청소년의 글 읽기’ 활동에서 참여자들은 반석학교 학생들이 작성한 글을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이 6명의 AI 캐릭터와 필명을 보고 한 명을 선택해 글을 읽은 후, 포스트잇에 글에 대한 후기를 작성하면 간식(개성주악)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로맨스, 드라마, 전기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A4 두 페이지 정도의 적당한 분량으로 오며가며 가볍게 읽기 좋도록 준비했습니다.


AD_4nXerIZLSuNAV1kR8pQBJWBeywtofWnf2odgx_sl69e2fUc4dIfpAQNmvj_lAno7yBRkbJiYeFKHr6r0IZo9Z-W9ylq15Sp6ymvbfD4GOx-SS-wMaig2fb-mKZygx0tKCq1SA4CjO?key=M6wHzu1KgGSHAwN4clBIFDbl


AD_4nXdJqkqBi9Femt4jA5FEaABhL5IkwnTyywP1JpD92pBo9yJzi2YtY3n9sUSngUVppbXOn5FGMmuTpX_SewkAMLJeLwhFb6h_n4xrP8nP3TEObLckMW2OZX5UKDwdTpvEsI3KwnmOLw?key=M6wHzu1KgGSHAwN4clBIFDbl


과연 많은 사람이 우리 부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지 걱정이 되었는데 개성주악 덕분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부스 활동을 다시 돌아보면 모든 성과가 개성주악만의 공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탈청소년의 글 자체에 따스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북한이탈청소년들의 배경이나 나이에 관한 질문을 하며 학생들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어하셨다. 심지어 글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어가도 되냐고 묻는 분도 계셨다.

-이소민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대학교에 와서 첫 부스 활동 참가였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들 오며가며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주실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학생들의 글을 감상해주시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적극적으로 나눠주셔서 오히려 부스 운영자인 내가 더 배워갈 수 있었다. 사회공헌을 내가 직접하는 것도 큰 기쁨이지만, 사회공헌을 남에게 알리고 함께하는 것 또한 또다른 큰 기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활동을 계기로, 다른 부스 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하연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글을 매개로 그 글의 작가에 대한, 북한이탈청소년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진심으로 표하시는 분들이 많아 저희도 부스활동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부스활동을 이어나갈 활력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원들이 예상한 것보다 참여자 분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해주셔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북소리 팀은 동시에 글이 참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북한이탈청소년에 대한 인식 변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글을 읽기 전에 북한이탈청소년들에 대해 본인이 기존에 갖고 있는 생각을 ‘참여 전 인식’ 설문란에 응답한 후, 본인이 선택한 글을 읽고 나서 새롭게 갖게 된 생각을 ‘참여 후 인식’ 설문을 통해 응답해주었습니다.


KakaoTalk_Photo_2024-12-03-오전 11-44-15.jpeg


설문 결과, ‘참여 전 인식’ 설문에서는 북한이탈청소년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는 응답(23%)과 그들의 성공적인 한국사회 적응을 부정적으로 점치는 응답(45%)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 반면 북한이탈청소년의 글 읽기 체험 후 실시한 ‘참여 후 인식’ 설문에서는,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자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여기는 응답(73%)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쪽으로 설문결과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KakaoTalk_Photo_2024-12-03-오전 11-45-23 001.png
KakaoTalk_Photo_2024-12-03-오전 11-45-23 002.png


결과적으로는 326명 가량의 사람들이 이 부스를 통해 북한이탈청소년의 글을 읽고 따뜻한 후기를 메모지로 남겨주었으며, 전후 설문조사 결과 인식의 변화가 확연히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나와는 먼 존재라는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같은 감정과 생각, 고민을 공유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었다.

- 장현진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이렇듯 북한이탈청소년들의 글을 접하는 것 만으로도 참여자들이 그들을 거리낌 없이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참여자들이 작성해준 후기 글을 함께 살펴볼까요?



AD_4nXeDP2cC74srD15ZnkC7lqgXOiiRmBiJ1DWhkMNJQq-jAHg3fXfh_QrXSBag6-abYlgoQ15e1gZxX5SyKjlyIWPX0hPd8u4_mvVgwWmwpNGkg-4cPQHDTqaqswY1-AjlztSAfmEVBQ?key=M6wHzu1KgGSHAwN4clBIFDbl


조금은 멀게 느껴졌던 그들과의 심리적 거리가 글을 통해 좁혀진 것 같다. 함께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통해 ‘북한’이 아닌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읽기 전에는 뭔가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 것만 같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한국 중고등학생과 같은 그냥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북한이탈청소년의 글이라 해서 당연스럽게(하지만 딱히 근거 없이) 어떤 성장 배경, 사회적 맥락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인류 보편의 내적 문제와 청소년과 청년의 고민, 내지는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일반의 이야기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관련 사회적 기업 중, 북한이탈주민의 정서적 포용과 관련한 서비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정서적 지원도 동반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쓴 글을 읽음으로써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일 수 있었다는 후기가 있었고, 은연중에 갖고 있었던 편견에 대해 성찰하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또한 북한이탈청소년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많은 단원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추운 날씨에 달콤한 개성주악과 함께 찾아온 두 페이지 가량의 짤막한 글들은 참여자분들, 그리고 부스 운영을 함께한 학생사회공헌단 단원들의 마음 속에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독자분들은 이처럼 사소한 계기로 대상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북한이탈청소년들과의 교류 기회에 참여하지 못해 실제 청소년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번 부스 운영을 통해 한국 청소년들처럼, 오히려 더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와 같은 시선의 변화를 겪은 학우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 방서준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개인적으로도 북소리 팀 활동의 의미와 그간의 활동들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어느덧 학생들에게서 좋은 글들이 많이 나와 책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남은 시간들도 팀원들과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 안자이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북한이탈주민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긍정적인 호기심이 없었다면, 부스 활동이 이만큼 성공적으로 끝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북한이탈주민의 삶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이지, 따뜻한 관심을 바탕으로 우리 북소리팀과 같은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진정한 인식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활동을 통해 북한이탈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직접 이룰 뿐만 아니라, 남한 주민들의 대북 인식에 대한 새로운 측면도 깨달을 수 있었다.

- 이소민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부스에 현장참여를 했던 날에도 아침부터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불었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되어 팜플렛을 직접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부스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람들이 점차 찾아와주셨고, 부스와 북소리팀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덕분에 안도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석양 학생의 <만 가지 세계 속의 나> 글이 정말 마음에 들어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싶으시다며 메일 주소를 남겨주신 분을 보며 내 사회공헌 활동이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의 생각과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 정의호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부스 운영은 '북소리' 팀의 활동을 인정받고, 그 가치를 확신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특히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글을 통한 인식 변화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에 뜻깊었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체험에 참여해 준 학생들에게 감동받았고, 앞으로 북소리팀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더 큰 공감과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 김나현 단원 (부스운영 후기에서 발췌)



길고 긴 여정의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은만큼 더 활발한 소통과 활동을 통해 인식 변화의 사소한 계기를 많은 분들께 제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는 북소리가 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닿을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해주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북한이탈청소년들의 작가 데뷔 일지 Par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