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북클럽 〇一類(영일류)의 첫 번째 발제문을 썼다. 와인이나 마실걸
좋아하는 친구들과 생선찜을 먹다가 쓸데없는 흥으로 북클럽을 만들었다. 매달 그냥 와인 먹고 행복해하는 모임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다. 어떤 이름, 어떤 멤버인지는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은 한 달에 한번 만나 호스트를 돌아가며 하고, 호스트가 원하는 책이라면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로 했다.
첫 번째 호스트인 내가 고른 책은 <부의 추월차선>.
오늘은 발제문을 공유하는 날이었는데, 책 선정 이유만 적으려다가 인트로가 더 길어져버렸다. 좋았던 건 막상 적으며 정리해보니 '우리가 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함께 읽고자 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5월엔 어떤 책을 읽을지 벌써 기대됨:-)
아. 그리고 만나서 와인을 안 마신다는 건 아니다.
제일 중요한 뽀인뜨....
'처음'은 무엇이든 특별하고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엠제이 드마코가 쓴 <부의 추월차선>은 우리 영일류 북클럽이 선택한 '처음'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이 북클럽을 만들자고 제안한 사람이라 그런지 읽으면서도 이 책이 '처음'으로써 적합할까? 충분할까? 를 계속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그저 친교를 위해 모이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특정한 목적을 가진 집단이라면 그것이 기업이든, 동호회든, 스포츠팀이든, 시작하는 첫 스텝은 왠지 우리가 모인 이유를 크게 나타내야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시작'은 본연의 특별함 때문에 주목하기 쉽지만, 지나고 보면 결국 남는 건 과정이더라고요. 두 사람이 정하는 '처음'이 아직 남아있기도 하고요. '영일류가 책을 함께 읽는 이유'는 우리가 택한 방식 그리고 채워나갈 결과물이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통상적으로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모이는 개별 북클럽과 우리는 조금 다르죠. 세 명이 번갈아 가며 그 달에 알고 싶은 세상을 고르니까요. 그 기준도 한계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호스트가 아닌 두 사람은 어쩌면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 고민해보지 않을 질문을 얻게 되기도 하겠죠.
결국 우리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정리해보면
1. 아직 모르는 세상이 너무 많다.
2. 인생은 한정적인 시공간에 갇혀있지만 우리의 세계는 계속 확장하고 싶다.
3. 각자의 Comfort Zone을 다른 사람의 관심사를 통해 자주 벗어나고 싶다.
4. 혼자만 탁월해지는 것의 무의미함을 알고, 함께 성장함으로 누릴 수 있는 집단적 지적 즐거움을 지향한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해놓고선 첫 인트로는 엄청 길어졌네요.
하지만 무엇을 하든 '왜'는 중요하니까요.
바야흐로 '돈'의 시대입니다.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땐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마치 교양 없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것처럼 여겨졌어요. 하지만 요즘은 금리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수익을 알리고 투자방법을 이야기하는 게 마치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사회가 됐습니다. 저도 아직 그 대화에 열렬히 끼지 못하지만 제 마음속에 아주 깊은 곳에서는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속삭임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왜 여태 알지 못했을까요. 돈은 우리 세대에게 편한 주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어른이 되기 전에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치 혼나야 할 행동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죠. 돈은 어른들만 소유하는 세상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도 어른이 됐고, 그런데 여전히 돈을 알지 못합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만 가지면 돈은 저절로 해결되는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고 우리에게 남은 건 돈에 대한 변함없는 부끄러움, 어려웠던 감정뿐이죠.
그 감정을 넘어서고 싶었어요. 만약 부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막연한 거부감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공부해서 판단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전쯤 떠난 휴가에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페이크>를 읽기로 결심했고 결과는 놀라웠어요. 제가 평생을 믿고 있던 인생의 바탕을 크게 파괴하고 뒤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세상이 다른 관점으로 보였어요. 읽는 내내 고통스럽지만 원초적으로 질문을 해야 했거든요. '그러게. 나는 왜 돈을 벌까.'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이걸 모르고 지나버린 시간이 원망스럽고, 내가 믿었던 모든 걸 부정당하는 게 괴롭기도 했습니다. 마치 천주교를 믿는 우리 외할머니에게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도의 충격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쾌감이 더 크더라고요. 매일 두 개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다가 세 번째 눈을 가지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 언제나 그렇듯 무지에서 깨어나는 경험은 롤린롤린롤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끼는 사람일수록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 것처럼 두 사람에게도 제가 느낀 쾌감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주제로 많은 친구들이 추천해주었던 <부의 추월차선>을 선택해보았습니다.
'추월차선'이라는 단어가 좀 자극적이게 들릴 수도 있지만 부에 대한 관점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우리 왜 부를 추월해서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도 명확합니다. 또한 다양한 산업 및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실행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적당한 충격의 패러다임과 실무적인 이야기가 함께 담겨있는 책이라 입문서로는 좋은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추월차선을 생각하며 읽을지 지금도 궁금하네요. 얼른 만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