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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나 Sep 19. 2018

'언젠가'를 내 곁으로 데려오는 법

우주에 신호를 보내자

데이나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며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aletter



18.8.13



드로잉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그림 그리기냐. 그게 말이죠. 더위 탓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어느 여름밤에 어떤 친구의 말이 생각나 드로잉 수업에 덜컥 입금해버렸던 겁니다.

사실 전시회를 가는 게 낙일만큼 그림을 좋아하지만 제가 그리는 건 상상하지 못했어요. 중학생 시절 교과서 귀퉁이에 만화 주인공을 따라 그렸던 게 그리기 역사의 마지막이었을 만큼요. 


그런데 어쩌다 이런 용감한 시도를 했을까요.

상상할 수 없던 일을 시작하게 만든 친구의 말은 어느 날 함께 밥을 먹다 나온 '언젠가'라는 단어로부터 시작합니다. 


건물 계단에 앉아 함께 커피를 마시는데 나중에는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두 번째 희망직업을 꺼내며 '언젠가는 하겠죠? 은퇴하면?' 하고 뿌듯하게 답을 했는데 뒤이은 친구의 답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자신은 언젠가 고향에서 작은 바(bar)를 하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신기한 건 그 꿈을 위해 얼마 전부터 장소를 보러 다니거나 술 공부를 하는 등의 작지만 하나씩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야 실현될 것 같아서라고 덤덤히 얘기하면서요. 그 순간이 제게는 잔잔한 충격이었습니다.

분명 둘 다 '언젠가' 실현할 꿈이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것은 충분히 가까워 보였거든요. 

지금은 꽤 멀어보일지 모르는 미래도 그녀의 작은 준비들이 우주에 신호를 보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지금부터 준비를 할 수 있구나.'하고 뒤통수를 맞은 거죠.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어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준비를 위해서요. 


부끄럽지만, 어떤 주제로든 제 생각을 담은 가벼운 에세이를 출판하는 게 꿈인데요. 그 책에는 생생한 사진 대신 제 감정을 담은 손그림으로 텍스트 사이사이를 채우고 싶었거든요.

잘 그릴 욕심은 없습니다. 딱 제 이야기를 담아낼 정도면 되어요. 남들이 표현을 이해하고 공감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졸라맨이면 되는 거죠. 결국 누구보다 잘 그리고 싶다거나, 어떤 작가만큼 그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에 배우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결국은 글도, 그림도 너무 부끄러운 실력이라 세상에서 저만 간직하는 한 부만 발행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하고 싶다'에 그치던 옛날보다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납니다. 목표를 가졌으니 꾸준히 연습할 힘도 생기고요. 병아리 걸음이지만 100보보단 99보가 남은 게 훨씬 낫잖아요.

그런 연유로 일요일마다 그림을 배우러 가고 있습니다. 친구가 낸 바 한 귀퉁이에 제 책이 꽂힌 그 날을 꿈꾸면서요.

여러분도 언젠가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으시다면 아주 작은 준비라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바보 같아 보이는 결정은 탓할 더위가 있을 때 제격이더라고요. 정말 요즘 너무 더우니까요.         



- 2주 후 가는 발리를 그림으로 담아오고 싶은 데이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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