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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나 Oct 21. 2018

서툰 영웅을 위한 러브레터

우리가 세상을 구하겠어요. 뭘 하겠어요.


데이나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며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aletter



18.10.15






영웅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해가 갈수록 확고해지는 생각 중 하나입니다.

물론 어릴 땐 그들처럼 살고 싶기도 했습니다. 어떤 어려운 미션도 문제없이 해내고 대의를 위해 본인을 희생하며 멋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처럼요. 쫄쫄이를 입는 것만 빼면 꽤나 완벽한 인생 같아 보였거든요.

한때는 노력도 해봤습니다. 케어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넓혀가고 업무적으로는 능력의 바닥까지 탈탈 털어 일을 해내곤 했어요. 가끔씩 제 한계가 느껴질 땐 모른 척을 해야 했죠. 그렇게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애써 히어로가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인간이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평범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나서야 그걸 깨달았습니다. 주위를 돌아봤어요. 혼자 영웅 코스프레를 하는 동안 주변은 절망적으로 변했습니다. 제 진짜를 아는 소중한 이들은 돌보지 못했고 히어로 비스무리한 거라도 되나 싶어 기웃거리는 이들만 서성거리고 있었거든요.

남은 거라곤 인간이길 들킬까 두려워 도망치고 싶어 하는 제 모습뿐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눈을 딱 감고 모든 관계를 0에 수렴하도록 만드는 무모한 결정을 내린 적도 있어요.

그다음은 차라리 쉬웠습니다. 엉망으로 아슬아슬하게 쌓은 탑을 유지하는 것보단 아무것도 없는 땅에 다시 쌓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새로 세운 원칙은 단순했어요. 내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인연에만 최선을 다하고 나에게 집중하자. 그렇게 저는 작은 세상의 인간임을 인정하며 행복의 비법을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네트워킹을 할 시간에 가족 혹은 친구와 밥 한 끼를 더 먹었습니다. 신랑신부의 얼굴을 모르는 결혼식에 가는 대신 혼자 여유를 즐기며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선택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일하는 대신 긴 호흡으로 일할 수 있는 밸런스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고 소박한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완벽해 보이는 영웅 대신 작고 귀여운 인간이 되었던 거죠.


갑자기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영웅론이냐 하실 텐데요.
어쩌다 보니 요즘 본인이 만든 히어로 틀에 지쳐버린 이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래서 쓰게 된 제 러브레터입니다.


당신의 망토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면 가끔은 인간적인 본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떠세요? 
힘든 영웅들이 많은 것보단 자신의 행복을 아는 인간이 많아지는 게 세상에도 훨씬 좋을거예요.


며칠 전 제 맘에 꽂힌 한 문장을 남기며 이 편지를 마치고 싶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구하겠어요. 뭘 하겠어요. 그냥 행복하자고요



 



- 인간 데이나 드림
 









스얼레터 148호 다시 읽기 : https://mailchi.mp/startupall/123-2039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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