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철학

by 더블유투자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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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퍼져갈 것이라 누가 상상했을까? 그 해 3월, 코스피 지수는 2,000에서 1,400으로 폭락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당시에는 정말 아찔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폭락의 사태를 이겨내고, 꿋꿋이 버텨왔지만 2020년 3월 한 달 간은 정말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수화기 너머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화를 삭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극한 두려움에 주식을 다 팔았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폭락의 장을 헤쳐왔기에 머리로는 기회라는 것을 알지만, 급격히 무너지는 시세 앞에 선뜻 더 산다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지금 팔면 안 된다고 외쳤지만, 시퍼런 거대한 물결 앞에서 이미 이성은 마비된 상황이었다.


10년 박스권을 견디며 냈던 수익도 다 갉아먹고, 전체 계좌가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사람들이 애써 낸 수익이 다 없어진 정도이니 그동안의 세월이 무색했을 것이다. 밀려오는 무력감을 넘어 분노로 가득한 항의의 목소리를 달래느라 3월을 다 보냈다.


그렇다 보니 과거에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왜 팔지 않았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LG화학을 18~25만 사이에서 매수를 했는데, 왜 40만 원에 팔고, 다시 20만 원에 매수하는 방법은 취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대다수였다.


40만 원을 갔을 때 발생한 수익이 코로나로 인해 다 갉아먹고, 되려 손실로 전환되었기에 지난 5년의 시간이 다 헛고생을 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답답할 정도로 계좌의 회전이 없으니 어쩌면 돈을 주고 관리를 받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갔다. 계속되는 제자리걸음에 오를 수 없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20년 4월부터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주가는 약 4배가량 치솟았다. 배당금을 제하고도 연평균 약 50%의 수익이 났다. 5년을 제자리걸음하고 수익이 나는 기간은 딱 1년에 불과했다.


“코로나 직후에 투자했다면 기다림의 시간도 짧고, 수익은 극대화되는 것 아닌가요?”


그럼 어떤 이는 위와 같이 반문할지 모른다. 능력이 부족해 급등 전에 주식만 콕 집어서 수익이 극대화되는 고점에서 파는 것은 힘든 측면이 있다. 만약 이런 능력이 가진 자라면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이고, 수년 내 워런 버핏을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자이다. 불행히도 이런 천재성을 가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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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LG화학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추가 매수는 없이 그대로 6년을 보유했다면, 약 8,000만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 이를 악물고 견뎌냈을 때 주어지는 달콤한 과실이다.


그런데 매년 1,000만 원씩 여유자금을 모으고, 배당금을 재투자해서 늘렸다고 가정해보자. 매달 적립식으로 일정 금액을 살 수도 있고, 따로 모아두었다가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시점에 추가 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럼 5년 동안 5,000만 원의 자금이 추가로 투자되면서, 원금은 7,000만 원으로 불어나고, 6년째에 2억 8,000만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LG화학이란 기업이 무조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지 않으면 이렇게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결과론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쉽게 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5년이란 시간은 고통 그 자체의 시간이었다. 특정 시점에 주가가 폭락해, 혹은 어떤 악재성 소식으로 인해 그동안의 수익이 다 없어진다면 굳건했던 확신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매달 적금 넣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주식을 적립식으로 사는 것은 대범한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실제로 매달 꾸준하게 적립식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독히도 회전율이 낮게 운용해서 지친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적당한 시점에 수익을 실현해서, 다른 기업에 재투자해 추가적인 수익을 내길 원한다. 그러나 주식은 보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과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을 고려해 이익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는 있지만, 이에 따라 주가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상보다 산업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거나,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변해 경쟁이 심화되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 즉, 주당 가격의 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의 흐름에 집중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수익을 보았나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살아남은 자에게 수익은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앞서 경제순환 사이클에서도 언급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언제가 기회인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 시중의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유입된 것을 보면 기회가 되는 시점을 경험으로 통해 이미 포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회라는 것을 알지라도, 목돈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2,000만 원으로 10억 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솔깃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투자가 아니라도 다른 분야에서도 대성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나와는 거리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급등하는 주식만을 골라서 빨리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목돈을 만들어가는 시기에는 급등하는 주식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유를 두고, 매달 쌓아가며, 어느 정도 목돈이 형성된 이후에 오르는 것이 오히려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


보통은 성인이 된 후에 투자를 시작하기 때문에 인생에 3~4번의 사이클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첫 번째 사이클에서는 수익률보다 목돈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마켓타이밍상 중간지점에서부터 경기회복을 따라 크게 오를 수 있는 종목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수익이 적을 수 있지만, 수년간 차곡차곡 쌓아서 목돈의 사이즈를 키우는데 유리하다. 어느 정도 쌓인 시점에 경기회복과 맞물려 상승하게 되면, 이익이 극대화된다.


모두가 세상을 이끌어가는 트렌드를 잘 캐치해서 10~20배 오를 수 있는 주식을 사길 꿈 꾼다. 그런데 말도 안 되게 경기민감주를 위주로 투자를 권하니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험상 쉽게 얻은 돈은 그만큼 쉽게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모두 다 대박을 꿈꾸지만, 실제로 대박을 얻게 되었을 때, 차익이 재투자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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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생의 첫 번째 사이클에서는 저축을 통한 목돈의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식으로 저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순환의 원리를 투자를 통한 경험으로 익혀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책으로 이를 익히는데 한계가 있다. 경제사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완전히 동일한 사건이 재현되지 않는다. 과거 역사를 통해 현재 사건과 과거 사건의 비슷한 흐름을 익히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 기간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부자가 소수인 이유는 대부분 이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인생의 첫 번째 경제 사이클에서 얼마나 노력해서, 목돈을 만드는지가 미래에 경제적 차이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목돈으로 인생에 2번째 사이클에서 승부에 나서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균열을 낼 때가 최적의 타이밍이 된다. 이때는 우량한 기업도 망할 수 있는 시기기 때문에 돌다리를 두 번, 세 번 두들겨 봐야 한다. 10년간의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하지 않을 업계 1위의 기업만을 손대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투자되는 돈의 사이즈가 앞으로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를 좌우하게 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2009년에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전까지 현대차는 약 10배가량이 올랐다. 1,000만 원이 투자되었다면, 1억 원이 되는 놀라운 마법이 일어났지만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볼 수 없다. 적어도 억대 이상이 투자돼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첫 번째 사이클에서 얼마나 많은 목돈이 형성되느냐가 관건이다.


두 번째 사이클에서 인생을 건 승부가 성공적으로 귀결이 되었다면, 돈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가 확보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래 살면 살수록 더 많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돈이 굴러가는 속도도 굉장히 빨라지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자면서도 돈을 번다는 규모의 경제가 완성될 것이다.


만약 30대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40대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한 번 더 경험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쨌든 이때 한 사이클을 온전히 경험하게 될 것이고, 50대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한 사이클을 놓치면, 10년이란 시간이 뒤로 밀리게 된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저축은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녀들에게 주식을 사줘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첫 시작은 누구나 미미하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일찍 경험하는 것이 유리하다.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주식계좌를 만들어 줬다면, 평생 5~6번의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1번 더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10년의 차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출생과 동시에 아이의 이름으로 주식을 사주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운이 좋았다고 포장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늘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하지만, 한 사람의 성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그 누구도 피나는 노력이 생략된 놀라운 결과만을 쟁취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 내공이 쌓이게 된다. 어르신들께서 돈에 눈이 달렸다 말하는 이유는 한 푼 한 푼 쌓아본 경험이 없다면, 운이 좋게 일확천금을 얻었을지라도 결국은 손에 쥔 모래알처럼 다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애 첫 사이클에서는 돈을 모으는데 집중한다면 두 번째 사이클부터 지키는 투자가 가능해진다. 지키는 내공이 쌓여야만, 다음 단계로 자산을 점진적으로 불리는 일이 가능해진다. 투자는 얼마나 빨리 늘려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좀 더디게 느껴질 지라도 잃지 않는 것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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