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가 작년 한 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때 10만 전자가 눈앞이라고 투자자들은 열광했었죠. 그런데 작년 5만 원대까지 하락하면서 뜨거운 열기가 한 해 만에 모두 식어버렸습니다. 불과 1달 전만 하더라도 어두운 전망이 주류였으며,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올해 2분기 적자 가능성까지 언론을 통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6일 작년 4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6만 원을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분명 예상을 벗어나 쇼크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되려 주가는 오르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전문가들은 서로 엇갈린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2026년까지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니 삼성전자를 적극적으로 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할인해도 안 팔리니 올해 더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올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미래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혼란스러운 것이죠.
이미 보유한 투자자들은 최악의 실적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 전망이 그리 좋지 않으니 이쯤에서 팔아야 하나라고 고민 중일지도 모릅니다. 반면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라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잠재적 투자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불안하고, 내리면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걱정되고... 삼성전자 사야 할까요? 팔아야 할까요?
실적 부진의 원인
분기 매출 약 70조 원에 영업이익 약 10조 원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매출은 최근 대체로 꾸준히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변동이 있으나 12조 원에 많으면 15조 원까지 나오면서 비교적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꾸준하게 돈을 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22년 9월, 매출에 큰 변동은 없으나 영업이익이 약 4조 원에 가까이 감소하면서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의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음을 감지하기 시작했죠.
그렇기에 2022년 12월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점은 대체로 예상하였습니다. 증권가는 영업이익 약 7조 원 안팎으로 예측하였는데, 4조 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내놓자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마주하게 될 경기침체의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힘이 더 실리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감산 없이 이대로 가면 올해 2분기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불안의 말초신경까지 자극하는 기사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적 부진의 원인을 코로나로 인해 수요예측에 실패했다고 솔직하게 밝힌 적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할 때,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돈을 공급한 것이 오판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확산은 사람들을 집에 머물게 하면서 기업들이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란 예상을 깨고 IT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옷을 사고, 외식하고, 여행에 쓸 돈이 이들에게 집중되었던 것이죠.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가 끝나고, 봉쇄가 해제되면 보복 소비가 나올 것이니 지금보다 더 잘되겠네?’라는 기대감을 심기에 충분했습니다. 봉쇄가 풀리는 시점을 겨냥해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를 늘리고, 인력을 보강하고, 물건을 더 많이 만들어 이를 대비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 연준의 스텝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중국은 코로나 제로를 외치며 툭하면 공장을 폐쇄하고, 도시를 봉쇄했습니다. 안 그래도 미국이 단기간에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풀어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이들이 불난 곳에 기름을 부어버린 것이죠.
미국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서둘러 금리를 인상합니다. 2022년 1월만 하더라도 기준금리는 제로였습니다. 그런데 2022년 12월 4.5%로 인상하면서 파월이 브레이크를 아주 세게 밟으면서 속도를 점진적이 아닌 아주 확 낮춰 버렸습니다. 이런 행보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기업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보복 소비에 대비해서 물건 왕창 찍어 놨는데 갑자기 파리 날리기 시작합니다. 미국은 아직 침체가 왔다고 보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급브레이크에 놀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삼성전자 재고자산이 매우 증가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에 재고가 쌓여가니 당연히 가격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고, 매출은 사상 최대를 달성했지만 이익은 많이 감소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불황을 대비하기 시작합니다. 고용을 미루거나 해고를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대규모 투자를 취소하거나 미루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인력의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익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되려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업종의 특성상 투자를 게을리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투자 축소와 감산을 결정한 가운데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감산의 가능성은?
현재 SK하이닉스가 4분기 적자를 냈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는다면 올해 중에 적자를 낼 것이란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닝쇼크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되레 오르는 현상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라는 인식과 함께 감산과 투자 축소라는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하면 분명 그 소식만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이라 봅니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도 숨통이 좀 트이겠지요. 그러나 미래를 확단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선대 이건희 회장은 후발주자임에도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일궈냈습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그의 경영철학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그의 경영철학은 ‘업에 대한 정의’, 그리고 ‘불황에 투자를 늘린다’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1등이지만, 이보다 훨씬 시장 규모가 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세계 1위 TSMC와 좀처럼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TSMC가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축소할 수가 없을 겁니다. 이재용 회장은 진정한 반도체 1위 기업을 꿈꾸기에 메모리 부분도 투자를 줄일 수가 없습니다. 아마 적자를 낼지라도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 봅니다. 이들은 약 130조 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토대로 적자를 내도 견딜 수 있고, 그 와중에 계획된 투자까지 계속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주가의 방향은?
올해 들어 외국인들이 벌써 코스피 약 1.8조 원을 매수한 가운데 이 중 절반은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데 썼습니다. 최악의 실적이 나왔음에도 주가는 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주가는 미래의 전망을 토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안 좋을 수는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주가의 흐름이 부진했기 때문에 이제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호적인 환율, 정부에서 법인세도 깎아주고, 이도 모자라 시설투자에 대해 최대 25%에 이르는 세액공제까지 예고했습니다. 한 기관의 추정치를 보면 삼성전자는 최대 약 8조 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업황이 좋아질 시에 실적이 크게 좋아질 수 있는 판은 깔린 셈입니다.
그러나 미국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춘다고 했지만 추가 인상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최종 금리는 5%~5.5% 수준으로 보고, 올해 인하 없이 인플레이션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추정됩니다. 삼성전자 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1분기를 지나 봐야 올해 경영상황을 알 것 같다고 발언했습니다. 올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하반기부터 업황이 회복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추측하기에 연준이 하반기에 금리 인하의 가능성 또는 가이드라인 등을 언급하면 불황을 대비하던 IT 기업들의 경영 기조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는 것 같습니다.
상당수의 언론에서 2분기 적자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보자면, 1분기 실적이 적자가 가능성에 그칠 것인지 또는 현실이 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1분기 실적의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에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면 쌍 바닥을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 외 주목할 부분은 3월 이재용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하면서 내놓을 청사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ROE가 낮다고 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세계적인 회사들과 비교했을 시에 현저하게 낮은 수준입니다. 그동안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부채는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기에 자본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경쟁사들 대비 ROE가 너무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최근 TSMC를 취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세계의 자본을 삼성전자로 이끌 만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의 의지를 피력하며 관련 TF까지 구성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보험업법 개정과 맞물려서 삼성전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야 하는 당위성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의 의지를 피력한다면 현재가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새롭게 출발할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호는 첫 단추를 잘 끼우고 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 1위의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삼성생명법이 뭐길래?!
https://winninginvestco.tistory.com/1
*관련 내용을 유튜브로도 만들어 봤습니다. 글보다 조금 더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