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일기; 1분이 그냥 지나가도 되는 사람이 되어 기쁘다
그때의 나는 노란색 머리가 조금 부끄러웠다. 부끄러웠던 이유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것 같은 노란색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조금 나중에 깨달았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패배자 같은 느낌이었다. 복귀 후, 다시 얻은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내게 버거웠다. 그래도 돌아온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에서만큼 그때까지는 대충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일은 나의 태도와 성격 그리고 인성까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꼼꼼하고 정확하며 올바르게 일하고자 노력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는 나는 날카롭고 예민했으며 때론 불같이 화를 냈다. 그래서 관계에 지치고 스스로에게 지쳐버렸다. 그런데 두 달 동안 마음만 바쁘고 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복귀 후 나는 내가 나를 조금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겠다. 버렸다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는. 다만 1분 1초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만 바빴던 나는 1분이 그냥 지나가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무기력증이 왔나보다 생각했다. 때때로 그럴 때가 있었으니까. 아니면 너무 쉬었더니 직장인의 감이 안돌아왔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괜찮아졌다. 그건 일과 나를 동일시해서 자신을 괴롭히던 내가, 그래서 예민했던 내가 괜찮아졌다는 의미였다.
첫 번째 휴직은 나를 조금 편안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또다시 일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조금 예민해진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다시 조금 쉬어 갈 생각이다. 깨닫고 잊어버리고, 또 깨닫고 또 잊어버리고. 그래도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괜찮다.